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알라 Nov 22. 2023

모두가 만족스러운 김장 계획.

-외할머니와 엄마의 의견차이 극뽁~

"할머니가 이번엔 절인 배추를 사서 김장하자고 하더라."

매년 직접 배추를 절이시던 외할머니가 이젠 힘들어 못해먹겠다 하셨단다.

엄마는 내게 인터넷으로 후기 좋은 절임배추 판매처를 찾아보라 명령했다.


 "엄마, 여기 후기도 좋고 가격도 괜찮은 것 같아. 20kg에 7~9 포기 정도로 된대."

 "잠깐만, 외할머니한테 몇 kg 할 건지 물어봐야겠다."

 엄마가 곧장 휴대폰을 집어 들어 외할머니에게 전화했다.


 "엄마, 20kg에 7~9 포기 정도 된다는 데 엄마는 20kg만 할 거지?

 막내가 이번엔 김치 보내지 말랬다며? 어휴 진짜! 너무 많아! 다시 생각해 봐!!"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짜증 내며 전화를 끊었다.


 "혼자 80kg를 어떻게 담그려고 저러나 몰라! 오만 사람 다 챙겨주려 하네!"

 "할머니가 하고 싶은 만큼 하시겠다는데 왜 짜증까지 내~"

 "그걸 할머니 혼자 다 하겠니? 나랑 나눠하겠지! 어휴 나도 이제 허리 아파서 많이 못 담가!"


 아랫집 윗집 오손도손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우리는 늘 할머니와 함께 김장을 담갔다.

 가끔 시간 맞으면 큰 이모와 셋째 이모까지 합세해 함께 김장을 담그기도 했지만,

 이번엔 시간이 맞지 않아 김장 담그러 못 온다고 하니 할머니가 이모들 것까지 다 챙겨주려 했던 듯하다.


 "나는 나이 안 먹니? 나도 힘들어. 우리 가족 먹을 것만 간단히 하는 것도 벅차!"

 맞다. 우리 엄마도 손자손녀 다 본 할머니다.

 좋은 마음으로 이모네 김치까지 다 담가주기엔 엄마의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며칠 지나 엄마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할머니네 80kg, 우리 20kg 해서 총 100kg 주문 넣어 줘."

"결국 할머니 80kg 하시겠대?"

"큰 이모 오기로 했어. 내가 하소연했더니 오겠대. 올 때 삼겹살도 사 오겠대. 잘했지?"

"어, 엄마 몸 엄마가 챙겨야지~ 아무도 안 챙겨줘. 잘했어!"


모두가 만족스러운 김장이 되어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대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