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좀 미련하긴 하지.
엄마가 여유로울 때 새로운 걸 배워보라고 격려한 지 두달이 되어간다.
엄마의 위로에 '취직'에 대한 초조함과 부담감이 조금 덜어졌다.
지금은 매주 열심히 바리스타와 브루잉 수업을 들으며 자격증 준비도 하고 있다.
이런 말 하는 나도 지겹지만,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훅 '취직'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온다.
엄마한텐 전혀 티내지 않고 요즘 다시 구인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이력서를 내고 있었다.
그러다 내 모든 기분의 초점이 다시 '취직'에 쏠려버렸다.
어제 엄마와 주말에 담근 김치와 함께 삼겹살을 구워먹고 들누버 뉴스를 보고 있었다.
"요즘 경기가 안 좋긴 안 좋은가 봐."
흘려버림 될 엄마의 사소한 한 마디를 붙잡고 내 '취직'얘기를 무심결에 꺼내버렸다.
"그르게, 그래서 요즘 취직이 안 되는건가. 속상해 죽겠네."
엄마가 자세를 고쳐잡고 앉아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 아직 취직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없는 거야? 엄마가 말했잖아! 커피도 배워보고 글도 써보면서 다른 분야로 관심 좀 넓혀보라고! 넌 왜 말을 안 들어? 스트레스에 취약한 네가 나이 들어서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 잘 할 수 있겠어? 나이 들어서 그러면 서럽기밖에 더 해? 아니, 엄마가 수업료도 보태주는데 뭐가 걱정이라고 아직도 이력서를 내고 있어! 안 그래도 경기 안좋은데 나이 많고 경력 많아 연봉 높은 너를 누가 뽑니! 네 연봉에 신입사원 2명 뽑는 게 훨 낫지! 너도 참 미련하다 미련해!"
래퍼인 줄.
전에는 분명 부드러운 말투였는데 오늘은 쥐잡듯 다그치는 엄마다.
"아니, 그냥... 습관이 되어서..."
"그런 습관 갖다버리고 하고싶은 게 뭔지 열심히 고심이나 해 봐! 포기할 건 좀 깨끗하게 포기해! 그러다 이도저도 아닌 게 된다고!"
김치에 삼결살 잘 먹고 매콤하게 엄마에게 혼났다.
역시 자식 정신차리게 하려면 부드러운 말투는 씨알도 안 먹힌다.
언성을 높혀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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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취직에 성공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다, 오랜만에 브런치 서랍에 담긴 제 글을 쭉 읽어보았습니다.
이렇게나 간절히 취직을 원했었구나...라며 다시 마음 다 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시 일자리가 있음에...감...사해보겠습니다.
그런 의미로 오래전에 쓴 글이지만, 조심스레 올려봅니다.^^
모두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