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이 넘실대는 걷는 시간.

-일일 드라마가 끝난 저녁 시간에 엄마와 함께 운동을.

by 코알라

걷고 있으면 어떤 날은 잡념이 사라진다.

걷고 있으면 어떤 날은 부딪혔다 튕겼다를 반복하며 합쳐지지 않던 머릿속의 생각 알갱이들이 하나로 정리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하염없이 걷는 것을 좋아하고 즐겨한다.


오늘은 괜스레 아침부터 기분이 가라앉아 예정되었던 아침 산책을 쉬었다.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지 않으면 그날 하루는 계속 우울한 날이 되어버리곤 하는데 아마 오늘 하루도 그런 우울한 날이 될 듯하여 내 기분은 점점 더 가라앉아만 갔다. 가끔 이런 날이 찾아오면 답이 없다. 그날 하루는 버리는 수밖에......

엄마가 즐겨보는 저녁 일일 드라마가 끝나고 더위가 조금 물러선 20시 30분. 엄마가 침대에 늘어져있는 나를 일으키며 같이 운동하러 가자길래 꾸역꾸역 따라나섰다.


스스로에게 온갖 부정적 질문을 던지며 걷는다. 가끔씩 이렇게 나를 채찍질하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이것 역시 아직 헤쳐나갈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겸허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남들 다 참고 다니는 회사 그냥 나도 참고 다닐걸 그랬나?'

'이 나이에 내가 무엇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이렇게 해놓은 게 없는 거지? 뭘 하고 산 거지?'

그림자만 쳐다보며 생각에 갇히려고 하는 순간,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휴~시원해라. 아침 땡볕에 운동 나가지 말고 엄마랑 저녁에 이렇게 시원하게 운동하면 얼마나 좋니? 운동 끝내고 개운하게 샤워하면 잠도 잘~오고. 앞으로는 엄마랑 저녁에 운동하자! 알겠지?"

"알겠어. 엄마 말대로 저녁에 걸으니 시원하고 좋네."

"그나저나 늘 이 시간에 보이던 키 작은 할머니가 안 보이네~? 어디 갔나...."

"오늘은 운동 안 나오셨겠지."

"운동을 하는 거니 마는 거니? 팔을 크게 앞뒤로 흔들어야 팔뚝살이 빠지지~흔들어 이렇게 엄마처럼!"

"이렇게?"


운동 중에는 운동에만 집중하는 엄마의 집중력.


내가 생각의 꼬리를 물 틈 없이 엄마가 재잘재잘 잠시도 쉬지 않고 나에게 말을 건다.

그 질문들이 마냥 귀찮지가 않다.

가벼운 질문들에 가벼운 답변들을 하다 보니 나의 우울한 잡념들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

가끔은 이렇게 혼자가 아닌 엄마와 함께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