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조금만 틈을 내어 주세요.

-수줍어서 말도 못 하고, 스쳐가는 얘기뿐이라도 좋아요.

by 코알라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동네 작은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뒤 빈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이 4개밖에 없는 작은 카페였기에 옆 테이블에 앉은 중년 여성들의 대화를 듣게 돼버렸다.


"어제 봤어? 어휴 진짜 친해지려고 옆에 붙어서 하하호호. 가식 웃음소리 듣기 싫어 혼났네."
"봤지 봤지. 얼마나 꼴 보기 싫던지, 전화번호 받아서 자기 폰에 저장하기 바쁘더라니까."
"아주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안달이 났더라고!"

앞의 내용은 듣지 못해 정확한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유추해보면 그녀들의 모임에 새로운 멤버가 들어왔고, 과장된 리액션으로 기존 멤버들의 전화번호를 수집하고 있는 그녀의 행동이 내키지 않는다는 대화 내용이었다.


사실 나는 낯가림이 심하다.

그래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할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1:1 강의'만 신청한다. 어쩌다 이런 내가 싫어져 용기 내어 다수가 함께 듣는 수업을 신청하더라도 결국엔 중도 포기하고 수업에 가지 않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고치려고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았고, 나이 마흔 다 되어서도 여태 이러고 있는 자신이 싫을 뿐이다.

이런 나에게 우연히 들려온 중년 여성들의 대화는 잔인하게 느껴졌다.


'나이 먹고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건데, 까짓 거 그냥 좀 틈을 내어주시면 안 돼요? 꼭 그렇게 아니꼽게 보셔야 해요?'

거친 내 마음속의 소리는 그저 입 안에서만 맴돌 뿐,

앞뒤 상황도 모르는 제3자인 내가 나설 일은 아니기에 그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카페를 나왔다.



"학생, 여기 이 시간엔 원래 내 자리인데?"

다이어트를 목표로 퇴근하고 수영을 배우러 갔던 첫날이었다. 학생이란 부름에 기분이 좋았지만, 그 뒷말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수영장 여자 탈의실 안의 샤워 부스마다 시간대별로 사용자가 정해져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아? 그래요? 잠시만요. 다 씻어가요."

당시엔 단호한 아주머니의 말에 당황해서 씻는 둥 마는 둥 부랴부랴 자리를 비켜드렸지만, 혹시나 해서 데스크에 문의해 본 결과 샤워 부스엔 사용자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다만, 뒷사람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샤워를 끝내고 자리를 내어주면 되는 것이지 자기 자리란 없는 것이었다.


그 뒤로 몇 번 더 이런 일을 겪었지만, 사용자가 지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샤워가 끝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되받아 치기엔 이미 나를 제외한 그곳의 모두가 '암묵적으로 자리가 지정된' 것에 동의하는 눈치였기에 말없이 비켜날 수밖에 없었고, 소심한 나는 한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수영을 그만두게 되었다.


나 같은 소심이 들은 모르면 알려주고, 헤매면 바로 잡아주고, 다가오면 받아주고, 때론 혼자 있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는 수고로움을 누군가는 행하여 주기를 가끔 기대한다.

많은 것을 바라진 않는다. 딱 한 번이면 그걸로 족하다.


웃고 즐기자고 시작한 취미생활이니 정말 모두가 웃고 즐길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메인화면 이미지 출처 : 인스타 피도크(pdo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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