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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알라 Jun 14. 2024

이직했습니다. 죽겠네요.

-마흔, 첫 이직, 성공적이고 싶음.

 '아...  브런치 글 올려야 하는데...'

머리와 마음은 온통 브런치 생각뿐인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두 번 다시 내가 회사에 들어오나 봐라!!'

 엄포 놓으며, 첫 번째 회사를 때려치웠습니다.

 재취직 생각이 아예 없었기에 경력증명서도, 원천징수 영수증도, 경력에 유용할 그간 내가 만들었던 각종 인사노무 양식도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참 바보같이 무모했다 싶네요.


 번아웃으로 퇴사 후, 1년 간은 글쓰기에 열중하며 심신회복에 열중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년은 와플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나의 미래에 대한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자가 어떻게 이 힘든 노무 업무를 했어요?"

 가는 면접장마다 10년 간의 경력을 기술한 이력서를 보면서도 믿지 않았습니다.

 "이런 질문하면 안 되긴 하는데, 결혼하셨나요?"

 여성 지원자에게 가장 궁금한 건 업무 경력보다 바로 결혼과 출산 계획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면접 본 모든 회사에서 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취직에 성공했습니다.

 마흔에, 미혼에, 2년간의 동종직무 공백이 나를 움츠러들게 했지만, "생각보다 넌 대단해!"라고 격려하는 J와 친구 덕분에 용기 잃지 않고 계속해서 지원서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취직한 회사의 직원 수는 약 1,400명입니다.

100인 미만의 회사에 다니다가 1,000명 대 규모의 회사라니... 기뻐하는 부모님을 보니 참 행복했습니다.

 돈 많이 벌어 백수 시절 받았던 용돈을 다 갚아드리고 싶더라고요.


 제가 취직한 회사에서 제가 제일 나이 많은 여직원이랍니다. 허허 참, 그래서 그런지 선뜻 말 거는 사람이 없네요. 그나마 친하다 할 수 있는 분은 미화업무를 보시는 엄마 나이 또래의 직원 분입니다.


 오늘도 몇 마디 하지 않고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입에 단내 날 정도네요.

 지금도 화장실에서 유일한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문득, 브런치에 이런 내 상황이라도 알리자 싶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워낙 약한 체력이라 출퇴근 왕복 2시간 운전에 늘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와 10시 전에 잠이 듭니다.

 취직하면 돈도 버니까 취미 활동 열심히 해야지. 일어공부도 하고 공인 노무사 자격증도 준비해야지 라며 원대한 꿈을 가졌었지만, 지금 그 꿈 개나 줬습니다.

 업무에 적응하고, 인간관계에 적응하고, 출퇴근 운전에 적응하면 다시 글 쓰는 코알라로 돌아오겠습니다.


 브런치는 늘 저의 안식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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