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추억 기억법.

-라디오. 문득 '추억'이 고파졌다.

by 코알라

오늘도 어김없이 라디오를 들으며 동네 산책로를 운동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사연보다는 노래 중심으로 라디오를 들었는데, 지금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누군가와 소통된다는 느낌이 좋아져 사연이 소개되는 시간이 더 즐거워졌다.

자주 듣는 'MBC FM4U 오늘아침 정지영입니다.'를 들으며 아아를 쫍쫍 마시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늘은 목요일 라떼들의 추억여행 코너인 '신우식의 신/구 토크'가 하는 날로, '아. 내가 라떼 그룹에 속하는구나'를 깨닫게 된 코너였다.


'블루블랙으로 염색하고 해변에 배꼽티 입고 돌아다녔던 그때가 전생처럼 아득해요.'
-20대 시절 여름 휴가지에서의 추억에 소개된 문자 사연 중에서-


'소개되는 사연들이 모두 유치하고 촌스럽지만 멋이 있고 운치 있네.' 라며 웃으며 듣고 있다가 '전생처럼 아득하다'는 표현을 듣는 순간 서글픔이 훅하고 밀려들어왔다.

표현이 너무 정확했기 때문이다.

기억력 하나는 끝내줬던 나인데 요 몇 년 사이 파릇하고 즐거운 일 가득했던 10대와 20대의 삶들이 잘 기억나지 않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만나서 옛날 얘기를 하다 보면 '아! 그랬었지!'라고 기억이 나야 되는데 '우리가? 그랬어? 진짜?'로 대화가 끝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추억은 삶을 살아가는데 아주 큰 영양분이 되어준다.

남편이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화를 유발하는 행동을 할 때에도 10년도 더 지난 신혼여행의 즐거웠던 추억을 상기시키며 화를 부여잡곤 한다는 선배 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기억되고 있는 좋은 추억' 은 너그러워질 수 있는 심신 안정의 역할을 해주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그런 추억들이 아직 30대인 나에게 점점 전생처럼 아득해지는 현실이 슬프다.


하지만 난! 이렇게 무너지지 않지. 이렇게 너희들이 내 머릿속을 빠져나가도록 두지 않는단 말이지!

스타벅스 프리퀀시를 모아 받은 올해 다이어리, 휴대폰과 노트북의 메모장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나눴던 기억나지 않았던 옛날 얘기도 다시 메모하여 나의 곁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꼭 부여잡고 있다. '쓰는' 습관을 들인 지 아직 2년이 채 안되었지만, 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 꺼내보는 맛이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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