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 참 행복했어.

-도서.'우정 그림책'을 읽고.

by 코알라

나는 책을 좋아한다. 간혹 내 방에 쌓여가는 읽지 않은 책들을 보고 있자면 책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책을 구입하는 행위를 즐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도서관이 좋고, 서점이 좋고, 책이 좋다.

책이 주는 좋은 기운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가끔 지인들에게도 책을 선물한다. 책이 주는 용기로 하루하루 버텨나가던 나를 기억하며 그들도 그렇게 하루하루 잘 버텨 나아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 3월 말일자로 회사를 그만두고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불안한 상태로 보내던 4월이었다. 날 위해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 보아야 되는지 알 수 없었던 답답한 마음을 가득 안은채 방 안에만 처박혀 있던 나에게 회사를 그만두며 맘에 걸렸던 단 하나, 같은 부서의 친구 같았던 후배 녀석에게 카카오로 선물이 배달되었다.


읽은 책을 선물한 그녀(좌) 배송된 책과 사은품 마우스패드(우)


그림책이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그녀가 직접 읽고 내 생각이 났다는 것에 매우 놀라웠으나 책을 펼쳐보고 이해가 되었다.

한 페이지에 많아야 한 문장인 그림으로 가득 찬 말 그대로 "그림" 책이었다.

피식 웃음을 지으며 책을 펼쳤다.

한 장 두 장 책을 넘길수록 웃음은 사라지고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간결한 문장과 단순한 그림들은 나와 함께했던, 함께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 그리고 그리움을 물밀듯이 밀려들어오게 해 주었다. 묘한 힘이었다.

이 말이 너무 좋다.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나이에 이제 와서 멈춰 선다는 것이 두려워서 내 아픔을 외면하려고 했다.
외면하면 할수록 나는 내 삶에 소홀해졌고 남는 것은 무기력해지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보다 8살이나 어린, 입사 때에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1부터 가르쳐야 되었던 그녀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다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응원해주었다.


"과장님은 쉬어야 할 타이밍이에요. 쉬고 다시 시작하면 돼요. 내가 아는 과장님은 뭐든 잘할 수 있어요."

"정말 그럴까?"

"네, 당연하죠."

내가 나를 믿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 그녀는 나를 믿고 당연하다 이야기해주었다.

그런 그녀를 회사에 남겨두고 퇴사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지만, 걱정 말라며 강하게 키워 준 덕분에 혼자서도 잘할 수 있으니 훌훌 털고 떠나라던 그녀는 지금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해서 서울턱별시의 시민이 되었다.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던 그녀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구나.
그렇다면 과장님은 뭐든 잘 해낼 거라던 그녀의 날 위한 말들 또한 빈말이 아니겠구나.


회사를 나오면서 공통점이 없어진 우리의 관계는 이제 점점 멀어질 일만 남았겠구나라고 섣부르게 단정해버렸었다.

빠른 결단과 빠른 포기는 나를 덜 상처받게 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에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상처를 줄 뻔한 그녀에게 사과한다.

서로 늘 구해주며 앞으로도 잘 지내어보자.


함께 했던 오키나와 여행이 생각나는 그림(좌)


그녀가 나에게 선물한 책의 보답으로 이 노래를 선물하고 싶다.

힘들었던 회사 생활에서 너를 만나 견딜 수 있었고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너를 바라보다 생각했어
너를 만나 참 행복했어
나 이토록 사랑할 수 있었던 건
아직 어리고 모자란 내 맘
따뜻한 이해로 다 안아줘서
뜨거웠던 여름 지나
그리워질 빗소리에
하나 둘 수줍어 또 얼굴 붉히면
생각이 많아진 너의 눈에 입 맞출 테니
우리 함께 걸어가기로 해
나를 만나 너도 행복하니
못 해준 게 더 많아서 미안해
이기적이고 불안한 내가
너에게만은 잘하고 싶었어
오랫동안 나 기다려온
완벽한 사랑을 찾은 것 같아
날 잡아줘서 힘이 돼줘서
소중한 배려로 날 안아줘서
너를 만나

-폴 킴 '너를 만나' 가사 중에서


PS. 수줍어 얼굴 붉히거나 너의 눈에 입 맞출 생각은 절대 없으며, 완벽한 사랑까지는 아니었음을 이해해주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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