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엄마의 최애는 가수 장민호.

-'민원만족 콘서트'를 엄마와 함께 다녀오다.

by 코알라

예전에 막내 이모가 갑자기 일이 생겨 가지 못하게 된 이적 콘서트 티켓을 엄마와 나에게 양도한 적이 있다.

얼떨결에 가게 된 이적 콘서트에서 이 정도로 활동적인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엄마는 완벽히 공연에 빠져들어 서슴없이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고, 모습은 아직까지 기억될 정도로 나에겐 너무 낯선 엄마의 다른 모습이었다.


"엄마, 이렇게 가수가 라이브로 불러주는 노래 들으니까 좋지?"


"어휴 너무 좋네~ 딴 세상이네. 딴 세상이야. 행복하다 행복해."

행복하다 말하는 엄마를 보며 자주 함께 콘서트를 보러 와야겠다 생각했고, 내가 지금까지 다녔던 콘서트 중 어반자카파의 콘서트를 제외한 모든 콘서트는 엄마와 함께였다.

지금 엄마의 최애 연예인은 트로트 가수 장민호이다.

"잘 생긴 얼굴, 간드러진 노래 솜씨, 센스 있는 말솜씨, 옷빨. 이 이상 완벽할 순 없지."

왜 가수 장민호가 좋은지 이유를 얘기해 보라는 내 물음에 숨도 쉬지 않고 열거하는 엄마가 귀엽다.

봤던 프로그램을 다시 보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엄마이지만 '가수 장민호'만 나오면 봤던 건지 안 봤던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또) 봐야 한다.


무도빠인 내가 무한도전을 보고 또 보면 왜 또 보냐며 지겹지도 않냐며 무한도전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타박 주던 엄마인데, 지금의 엄마는 언행 불일치 중인 본인의 행동들이 전혀 낯 뜨겁지 않나 보다. 사랑의 힘인가?


8월 6일~7일 2일간 가수 장민호와 이찬원이 함께 "민원만족 콘서트" 전국투어 대구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곤 바로 엄마에게 연락했다.


"엄마 가수 장민호 대구에서 콘서트 하던데, 같이 보러 갈까?"


"정말? 언제? 콘서트 티켓 비싸잖아."


가수가 누구든 '콘서트 갈래?'라고 물으면 무조건 간다 하던 엄마였는데, 이제는 캥거루족이 되어버린 맏딸의 지갑 사정이 제일 걱정인 엄마다.


"가자~ 또 언제 대구에서 공연할지도 모르는데, 나 돈 있어! 그럼 생일선물 미리 받는다 생각해."


"그럼 가볼까~?"


이미 엄마의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어찌 이 목소리를 듣고 안 갈 수 있으랴.




우리가 예매한 콘서트 시간은 2022년 8월 6일 토요일 저녁 7시.

다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엄마는 콘서트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울컥한다며 울먹거렸다.


"어머, 민호 특공대에서 버스 대절해서 응원 왔나 봐. 너무 고맙지 않니? 눈물 난다야. 자연스레 버스 옆을 지나갈 테니 사진 좀 찍어줘."


팬클럽 버스 보고 울컥, 응원봉에 적힌 '장민호'라는 이름 보고 울컥, 콘서트장 입구 쪽에 전시되어 있는 장민호 사진과 그림, 플래카드 보고 울컥, 엄마는 콘서트장으로 향하는 내내 '어머. 너무 감동적이지 않니?' 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게 그렇게까지 감동적이야? 눈물 날 만큼?"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는다. 엄마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른 세상에 가 있는 듯했다.


울면서 사진 찍어달라며 버스 쪽으로 향하는 엄마(좌) 장민호 응원봉 사고 신난 엄마(우)

콘서트는 저녁 7시에 시작해서 9시 30분쯤 끝이 났다.

트로트를 즐겨 듣지 않는 나이기에 대부분이 잘 모르는 노래들이었지만 엄마는 곧잘 따라 부르며 '이 노래 좋아. 들어봐.' 라던지 '어머, 이건 장민호 노래인데 찬원이가 부르네.' 라며 나에게 다양한 정보를 노래 중간중간 전달해 주었다.


엄마의 흥이 깨지지 않도록 모르는 노래가 나오더라도 열심히 손도 흔들고 소리도 지르며 호응하는 내 모습이 '효녀스러워' 스스로 뿌듯했다.


"엄마, 재밌었지?"


"어! 너무 좋다. 실제로 보니 정말 잘 생겼네~우리 장민호~"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듯 연신 응원봉을 흔들며 대답하는 엄마다.


공연 시작 전 (좌) 공연이 끝난 후 굿즈 고르는 엄마(우)


이번 콘서트를 다녀오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엄마의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함께 갔던 콘서트들의 공연 시간도 대략 2시간 30분~ 3시간 정도였는데, 그 당시의 엄마는 공연이 끝나기 전까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앙코르 무대까지 즐겼었는데, 이번에는 공연이 시작된 지 2시간 채 되지 않은 시점부터 살짝 피곤함을 느끼는 듯 호응 정도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는 엄마가 이렇게 좋아하는 공연도 힘이 부쳐 가고는 싶으나 가기 싫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딸! 다음에 또 오자."


"엄마, 아까 봤지? 80대~90대 할머니들도 공연 보러 왔다고 손 드시는 거"


"그르니까~ 대단들 하셔~ 나도 이렇게 피곤한데, 할머니들은 오죽 힘드실까."


"엄마도 할머니 되어서도 장민호 공연 보러 오려면 열심히 운동해서 체력을 길러야 해! 알지?"


"암! 알다마다! 내일 밥 먹고 운동 가야겠다. 같이 갈 거지?"


"그래! 좋아!"


사실 콘서트 내내 내가 아는 노래는 5곡이 채 되지 않아 중간중간 살짝 지겹기도 했지만, 너무 신나 하는 엄마를 보니 장민호 님 노래를 공부해서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엄마!
우리 꼭 또 같이 오자!



이전 10화추석이 뭐 별 거니? 지루하게 앉아있기밖에 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