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 근본 동작 쓰러스터란 무엇인가
주변에 크로스핏 한 달 이상 발 좀 담가 봤다는 지인이 있다면, 그 지인이 동태눈으로 멍 때리고 바닥에 누워 있다면, 이 말 한마디만 던져 보자. 심심해? 심심하면 쓰러스터 할래? 그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반짝이는 눈으로 삶의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숨 쉬는 것조차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우칠 것이다.
쓰러스터thruster 단어 자체는 사전에 검색하면 선박이나 우주선의 추진 장치라는 뜻이다. 이 단어가 크로스핏에서는 운동 용어로 쓰인다. 바벨을 들고 수행하는 프런트 스쿼트와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프레스 동작이 결합된 운동 방법으로,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쇄골 위에 얹어 놓은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이다. 참 쉽죠? 꼭 바벨이 아니더라도 덤벨이나 케틀벨, 월볼, 가방, 책, 물병, 쌀가마, 강아지, 손에 들고 머리 위로 들어 올릴 수 있으면 무엇이든 언제 어디서나 쓰러스터 운동을 할 수 있다.
쓰러스터는 짧은 시간에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경제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크로스핏의 추구미인 효율과 전신 협응력을 기르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이다. 스쿼트와 프레스를 동시에 수행하기에 상체와 하체 운동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고반복으로 수행하면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 효과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전신을 활활 불태워 장마철 비구름과 같이 땀을 뺄 수 있는 시간 절약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을 쪼개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에게 더없이 적합한 운동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쓰러스터 할까요? 하면 다들 도망간다. 쓰러스터가 싫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혹 박스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크로스핏터가 있다면 ‘같이 칼수kalsu(쓰러스터 100개를 수행하는 와드로, 1분마다 버피 5개를 해야 한다...) 한 번 하실까요?’라고 권유해 보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개중에 ‘너무 좋아요! 저 쓰러스터 너무 좋아해요!’라며 기뻐하는 사람이라면 친하게 지내도록 하자. 그는 고통을 즐길 줄 아는 좋은 사람이다.
크로스핏의 상징이자 크로스핏과 동음이의어급인 쓰러스터를 처음 한 순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고 바닥에 누워 있었겠지? 크로스핏 정식 지부 박스에 등록하고 한 달 뒤에 걸핏 대회 나가서 쓰러스터를 한 건 기억난다. 크로스핏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난이도를 낮춘 스케일 종목으로 신청해서 손바닥만 한 플레이트가 달린 바벨로 열심히 쓰러스터를 했고 2등을 했다. 그 뒤로 쓰러스터가 좋아졌다.
쓰러스터를 하고 난 뒤 온몸이 통돌이 세탁기 속에서 탈탈 털리고 나온 것 같은 땀에 섞인 고통을 즐길 줄 알게 되었다. 와드가 끝나면 거침없이 바닥에 바벨을 내팽개치고 내 몸도 던진다. 몸 전체가 심장이 되어 두근거린다. 상체가 근육통으로 조져졌는데 하체도 털렸어, 오히려 좋아.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동시에? 시간 절약되고 좋아. 비록 목숨도 절약되는 것 같은 고통이지만, 지금 당장 죽는 건 아니니까, 지금 나는 확실히 살아 있다, 좋아.
크로스핏을 왜 하냐고 질문은 받으면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소홀했던 내 몸의 존재감을 만끽하고 내 숨을 감각하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가끔 삶이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웅덩이에 고여 있는 물처럼 어디로도 흐르지 않는 내 처지를 한탄한다. 나는 어디로도 갈 수 없어. 나는 여기서 썩어갈 거야. 고여 버린 내 존재를 퍼내기 위해 무지막지한 장대비를 쏟아붓는다.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밀기, 다시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밀어내기, 온몸에 비가 쏟아진다. 넘쳐흐르는 비에 웅덩이에서 쓸려 나와 떠내려가는 나는 어디로도 갈 수 있다.
지루하신가요? 그럼 제가 알려주는 동작 딱 열 개만 해 봅시다. 눈앞에 보이는 물건 하나를 양손에 들고 가슴 앞에 둔 채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위로 향하는 추진력으로 물건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립니다. 참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