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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oRan Nov 08. 2021

파라인플루엔자의 습격

유행병의 한복판에서 화이자 2차를 맞다

10 마지막  토요일, 그날은 나의 화이자 2 접종 예정일이었다. 백신 부작용을 대비해 약속도 계획도 잡지 않고 가족 모두 집콕하기로 결정한 , 아침에 토스트를 먹으며 주사를 맞고 돌아와  주에 업로드할 브런치  개요를 짜고 있었다. 낮잠만 빼고 어린이집 적응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어린이집 적응기를  볼까, 하고 옆에서 노는 아이를 보는데 거실 매트에 가만히 누워 나를 보고 있었다. '' 촉이 주삿바늘처럼 나를 찔렀다. 브라운 체온계가 아이 귓구멍에 닿기도 전에 알았다. '38.5'


텐션이 떨어진 아들 ㅠㅠ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서 현재 아이는 4일 만에, 열이 난 뒤로 6일 만에 등원했고 처음으로 어린이집에서 한 시간 넘게 낮잠을 자고 왔다. 아파서 제대로 놀지 못한 시간을 보상받겠다는 기세로 쉬지 않고 움직이며 계속 웃는다. 좋아하는 그림책을 보면서 웃고, 자기 발을 만지며 웃고, 눈만 마주쳐도 웃는다. 자신을 돌보아준 부모의 고뇌를 보상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처럼.


일련의 병세가 일단락되고 결말이 회복임을 확인받은 해피엔딩의 이야기는 안전하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한시라도 빨리 이야기의 결말 스포일러를 받고 싶어 소아과로 달려간다. 나는 예약한 백신을 맞으러 가고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토요일 오전 소아과는 비슷한 병세의 아이들로 바글바글하다고 카톡이 왔다. 의사 선생님은 최근 유행 중인 소아 열감기로 1차 진단한 뒤, 혹시 요로감염 재발일 가능성도 있으니 소변검사도 했다. 발병 당일엔 38도 이상의 열만 나고 다른 증상이 없었기에 감기, 혹은 요로감염, 혹은 돌발진 등 여러 종류의 원인이 잠재되어 있고 그 모두 '어린이집 등원 불가'를 선언했다.


어린이집에 가면 아프다, 그것이 사회생활이니까... 4개월  겪었던 요로감염이 예방주사를 놓고  (?) 마음의 여유를 가질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가능한 아이가 아프지 않고 다니길 바랐다. 9  등원 이후 코감기가   났었고 금방 회복했다. 그리고 이번의 고열은 해열제를 먹여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새벽엔 39도를 찍었다.


익숙해져버린 체온계


새벽 4시에 아이 열을 재러 침대 옆에서 대기하면서 스스로 확인했다. '나 오늘 화이자 맞았나?' 약을 거부하는 아이를 붙잡고 항생제와 해열제를 먹이고, 한 시간 간격으로 열을 재며 열나요 어플로 해열제 투약 시간을 계산하고, 밥 거부하는 아이를 달래 가며 과일 퓌레를 떠 먹이며 주말이 지나갔다. 1차 접종 때보다도 멀쩡했다. 접종 3일 뒤 건강상태 확인 문자가 왔을 때, 그제야 아이의 열이 떨어졌고 기침과 콧물이 시작되었다. 이제 코를 풀 줄 모르는 아이를 붙잡고 콧물을 빼고 기침하는 아이 뒤를 따라다니며 물을 먹여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내 몸 본체가 바쁘니 백신이 기세 등등하게 들어왔다가 눈치만 보며 '어...저는 그럼 여기 가만히 있을게요...'하며 구석에서 혼자 놀기라도 했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아플 틈이 없다, 그것이 모성애니까... 표현은 찬성하고 싶지 않다. 아이의 투병을 간호하는 일에 나와 남편이   뛰어들었고 특히 남편은 아픈 아들과 나도 열나는  같은데? 백신 증상인가? (측정하 정상체온임) 설레발치는 아내를 동시에 보좌하느라 주말 내내  끼니 밥상을 차리고 집안일을 했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바쁘다,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니까. 병에서 회복되어 일상이 복구되길 바라는 마음은 모성애 같은 감정의 영역보다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연민만으로는 아이가 낫지 않는다. 병원에 데려가 병명을 확인받고 약을 먹이고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이며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나을  있다.


감기 빠빠이~


그렇게 아이는 회복했고, 어린이집 공지와 병원의 진단을 종합하여 최근 유행하는 파라인플루엔자 감염이었다는 엔딩으로 한 주의 이야기가 끝이 났다. 회복 후 등원하자마자 낮잠까지 성공해 진정한 의미의 '얼딩'이 되었다는 즐거운 에필로그까지 덧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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