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리처드의 교육 방식(당시에 흑인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교육 태도가 아니라 자녀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비너스, 세리나한테는 강도 높은 훈련도 시키는 교육 방식)은 흑인들 커뮤니티에서도 반감을 샀다. 그래서 리처드 앞 집에 사는 흑인 아주머니는 아동학대라고 리처드 부부를 비난했고 비너스 자매한테는 살살하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결국 앞 집 여자는 리처드가 비 오는 날에도 비너스 자매를 데리고 테니스 코트에 가서 훈련을 하고 오자, 아동학대라고 신고를 하고, 아동복지국 직원들이 리처드 집에 찾아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보면서 참 오지라퍼구나 느끼면서도 순간 내가 한국사회의 과한 교육열을 당연시하게 보면서 혹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영화에서 보여주는 정도는 법률을 떠나서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고, (아이들에 대한 가스라이팅이라는 사정이 없는 한) 아이들도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성공하겠다는 믿음으로 스스로 원해서 훈련하고 노력하는 것이 아동학대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이다.
다음으로 그러면 실제 법적으로도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확인해보겠다(우리나라 법률 기준). 먼저 개념을 혼동해서 많이들 사용하는데, 법적으로 ‘아동학대’와 ‘아동학대관련범죄’는 구별된다.
아동복지법 3조7호에서 아동학대를, 3조7의2호에서 아동학대관련범죄를 따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학대관련범죄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많지만, 아동에 대해서 저지르는 형사 범죄는 아동학대를 넘어서 아동학대관련범죄가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법률에서 정한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아동학대와 아동학대관련범죄는 벌칙의 내용이 당연히 다른데, 두 경우 모두 세부적인 행위 유형별로 벌칙의 수준이 달라진다.
아동학대는 가장 무거운 형량이 10년 이하의 징역형이고, 가장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 아동학대 유형인, ‘ 3호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5호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6호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리고 아동학대관련범죄는 살해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치사의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처벌에 있어서도 아동학대와 아동학대관련범죄는 엄연히 구별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아마도 문제를 삼는다면 ‘3호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에서 비 오는 날에도 훈련을 시키는 게 신체적 학대행위가 아니냐가 문제 된다는 취지지만, 아동학대라고 보기 힘들다.
2) 리처드는 넉넉한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비너스 자매를 무료로 훈련시켜줄 코치를 찾아야 했다. 당연히 리처드가 찾아가는 코치마다 거절했고 비웃음까지 당해야 했지만, 리처드의 넉살과 친화력, 끈기로 폴 코헨이라는 코치가 비너스 자매의 실력을 직접 확인하고 코치가 되어주는 것을 수락한다. 하지만 두 명 모두 무료는 곤란하고 비너스만 맡겠다고 한다(그래서 영화가 비너스 위주로 구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언니 비너스가 프로로 먼저 데뷔한다). 그래서 리처드가 생각한 방법이 폴 코치가 비너스를 훈련시키는 모습을 모두 영상 녹화하고, 그것을 부인 오라신이 보고 연구해서 직접 세리나를 동네 테니스 코트장에서 훈련시킨다.
이 장면을 보고 바로, 아 저거 저작권 침해 아니냐는 의문이 바로 생겼다. 우리는 모두 저작권에 굉장히 예민한 시대에 살고 있고, 무심코 하는 행동의 팔 할 정도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코치의 훈련 내용은 저작물에 해당한다. 저작권법에서 규정한 저작물의 예시 중에 ‘강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코치의 훈련 내용을 녹화하는 것은 저작물의 복제에 해당하므로, 훈련 내용을 녹화하는 것은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 침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사유가 법에 규정이 있고, 강의 녹화 관련해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게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규정이다. 즉,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서 강의 복습을 위한 녹화나 녹음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물론 녹화본을 공유하면 불법이다. 폴 코치 훈련 내용을 녹화해서 다른 곳에 전파 안 하고 오라신이 개인적으로 세리나 훈련에만 사용했으니까 사적 이용에는 해당한다.
하지만 폴 코치의 훈련 내용이 공표된 저작물에 해당하는지가 의심이 든다. 따라서 저작권의 복제권 침해가 맞는데, 저작자의 허락에 의해 가능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영화에서 폴 코치가 녹화하는 것에 대해 막지는 않지만 불쾌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는 한다).
3) 리차드가 비너스를 주니어 연맹전에 참가시키지 않음으로써 폴 코치와는 인연이 정리된다. 폴 입장에서는 비너스를 더 이상 무료로 훈련시킬 이유가 사라진 것. 비너스는 12 세부 대회에 나가서 1년이 채 안된 기간에 17회 우승을 하면서 이미 유명해졌고 그 유명세에 힘입어 에이전트 계약을 하고 주니어 연맹전에 참가시키려는 것이 폴의 계획이고 일반적인 코스였다.
그러나 리처드는 과감하게 주니어 연맹전에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것. 그리고 폴과 이별 후 리처드는 플로리다에 있는 릭 메이시 코치를 설득해서 비너스가 릭 메이시 테니스 국제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릭과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릭이 먼저 자신이 사용하는 계약서를 제안한다. 그 내용은 훈련, 숙소, 식사, 학교 모두 무료이고, 나중에 성공하면 추후 수입의 15%를 받는 것이 계약의 핵심이다.
그러자 리처드가 자신의 팀(가족)이 사용하는 계약서라면서 다시 제안을 하는데, 그 내용은 리처드 가족은 한 팀이기 때문에 온 가족이 플로리다로 거주지를 옮겨서(첫째 툰데만 학업 때문에 제외) 살 수 있는 집, 자동차, 학교, 심지어 리처드의 일자리까지 모두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결국 릭은 리처드의 제안을 수용하고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한다.
닉은 비너스가 주니어 대회에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 다음 장면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리처드는 주니어 대회에 내보낼 생각이 없고, 비너스가 준비가 될 때까지 훈련시키고 기량을 쌓는데 집중하며, 아이들은 아이들로서 경쟁의 압박 없이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가치관을 피력한다.
그러자 닉이 리처드한테 왜 비너스를 주니어 대회에 내보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물어본다. 이 장면을 보면, 릭은 비너스가 대회에 나가서 상금이든, 그 후 프로 계약 체결을 통한 수입이든, 여하간 수입을 빨리 올리지 못하고 계속 비용만 나갈 것을 알았다면 리처드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되었다.
대회에 나가야 수입이 발생하는데 언제 대회에 나갈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계속 비용만 들어가는 상황을 리처드가 닉한테 미리 고지하지 않은 것이다. 이게 릭 입장에서는 에이전트 계약에 대한 취소 사유가 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1)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착오 취소 의사표시, 2)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실제 체결한 계약서 내용에 따라 요건 충족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 행사해야 한다.
영화에서 비너스가 12세 경에 릭과 계약을 체결하고 3년 동안 릭이 리처드 가족의 생활비용을 지출했으나 비너스가 15세에 드디어 프로 데뷔를 했고, 프로 데위 9개월 후 나이키와 12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나오므로 결과적으로 릭은 남는 장사를 한 셈.
실력 있는 재능을 알아보는 눈과 3년간 한 가족의 생활비용을 대면서 지출이 계속 증가했음에도 인내하고 참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었던 진정한 의미의 성공보수라고 생각함.
4) 영화 외적으로 문제 된 법률 쟁점
리처드를 연기한 윌 스미스는 모두의 예상대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폭력 행위가 생중계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시상자로 나온 크리스 록이 자신의 부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외모를 두고 농담을 하자 격분해서 무대로 나가 크리스의 뺨을 때린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이사회를 열고 윌 스미스의 향후 10년간 아카데미 주관 행사에 참석을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남우주연상 수상은 취소되지 않았다.
만약 이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면, 이것은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한다. 다만 폭행죄가 반의사불벌죄라서 피해자 크리스가 처벌불원의사를 밝히면 불기소처분을 받는다. 크리스가 고소하지 않아도 시민단체 등 제3자가 고소할 수 있다.
윌 스미스 입장에서는 크리스가 자신의 아내를 먼저 놀렸기 때문에 뺨을 때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물론 윌 스미스는 폭력행위에 대해서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취지로 사과문을 올렸다), 혹시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될 수 있냐 궁금할 수 있다(결과적으로는 위법성 조각사유 인정 안됨).
상대가 폭력행위를 유발했다고 말하면서 흔히 많이 언급하는 게 정당방위다. 그러나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따라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중요한 것은 그에 대한 방위행위가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의 농담은 말에 불과하다. 물론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어서 모욕이나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을 두고 현재의 부당한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이것이 부당한 침해에 해당하더라도, 말에 대해서 행동으로 폭력행위를 한 것은 방위행위의 상당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서 인상 깊었던 점은, 미국에서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미국 사회에서는 비판이 크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맞을만했다, 그래도 가족은 건드리면 안 돼, 이런 분위기가 조금 더 강한 것으로 보였다. 즉 우리 사회가 (아직은) 미국보다 폭력행위에 관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폭력에 얼마나 관대한지, 해결책으로 폭력을 덮어놓고 사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 인식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