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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주 변호사 May 16. 2022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리뷰 (1)

영화에 대한 정보와 줄거리 리뷰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영화에 대한 정보


영화는 극 중 학원 선생 ‘츠보타’ 선생의 실제 주인공인 ‘츠보타 노부타카’ 원작의 [비리갸루: 학년 꼴찌의 갸루가 1년 만에 편차치를 40 올리고 게이오 대학에 현역 합격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이 영화는 실화이다. 실제 사연의 주인공 ‘사야카 코바야시’는 편차치 30, 성적 하위 2% 점수에서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편차치 70, 상위 2% 그룹으로 진입하여, 불가능에 가까운 성적 향상을 이루어내고 명문 게이오 대학에 입학한다. 한국의 입시환경과 비슷한 일본에서 ‘편차치’란 한국의 등급 혹은 표준점수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함, 즉 상대평가 기준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한다. 



2. 영화 줄거리와 리뷰


영화 제목부터 살펴보면 우리나라 제목은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인데 일본어 제목은 ‘비리갸루(꼴찌여고생)’ 라고 한다. 일단 한국어 제목으로 접하게 된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웬만해서는 절대 고르지 않을 영화이다. 제목이 주는 유치함과 애매한 코미디가 예상되는 이런 스타일의 제목을 가진 영화는 대체로 나와 코드가 맞지 않았다. 슬랙스틱 코미디를 즐기지 않아서 이런 느낌을 지향하는 영화는 보면서 웃기는커녕 시니컬해지는 편이다. 그래서 잘 보지 않는데, 이 영화는 실화라는 점에서 관심이 생겼다. 줄거리는 무척 단순하다. 고 2 때까지 전교 꼴찌가 깨달음을 얻고 1년 만에 명문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그 1년 동안 주인공이 얼마나 고군분투했을지를 보여줄게 뻔한데, 이 영화가 실화라니, 그럼 그 뻔한 이야기가 실제는 어땠는지, 어떤 깨달음이 있었기에 수험생의 인생 역전이 가능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영화인데 영화는 뻔한 스토리지만 유치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잘 그려냈다. 일단 유치한 코드가 없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했다. 


영화는 주인공 ‘사야카’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사야카는 어린 시절 왕따였다. 왜 왕따가 되었는지 그런 설명을 생략하고, 초등학교 시절 사야카의 꿈은 친구를 만드는 것이었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사야카네 가족 구성원을 살펴보면 첫째 사야카, 둘째 류타, 셋째 마유미가 있는데 사야카의 아버지는 유일한 아들 류타를 프로 야구선수로 만드는데만 관심이 있고 두 딸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래서 사야카와 마유미는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만 받으면서 자라게 된다. 실제도 그러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야카의 아버지는 굉장히 가부장적인 인물이다. 자식 문제로 부인과 언쟁을 할 때 말대꾸하는 여자가 제일 싫다고 말하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아버지의 캐릭터는 설명이 가능하다. 


어느 날 초등학생 사야카가 운동장 놀이기구 위에 걸터앉아 있다가 학급 친구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던진 공에 맞고 놀이기구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학교에 달려온 사야카의 어머니는 사야카가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요구하지만, 담임이라는 사람은 태연하게 이런 일은 어느 학교에서나 발생한다, 어릴 때 여러 일을 겪어봐야 성장하는 거 아니겠느냐, 그냥 참고 넘어가라고 말한다. 학교의 방침에 실망한 어머니는 사야카를 다른 학교에 전학시키지만 전학 간 학교에서도 사야카는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 그렇게 사야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메이란’ 여자 중학교에 입학하는데, 중학교에서 세 명의 단짝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불량학생이었는지는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지만, 사야카보고 치마를 짧게 입어야 귀엽다, 사야카의 머리를 고데기로 말아주면서 귀엽다고 하면서 그렇게 네 명은 가까워진다. 사야카는 세 명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옷차림, 화장, 외모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사야카는 공부는 멀리하고 즐겁게 놀기만 하면서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는데 네 명의 친구들은 모두 성적 최하위 반으로 배정받게 된다. 소위 ‘날라리’가 된 사야카의 모습. 날라리라고 하든 불량소녀라고 하든 표현을 뭐라고 하든 사야카는 학교와 성적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고 2였지만 학년 수준은 초등 4학년 수준이라고 영화에 나온다. 


사야카의 현재 모습을 일탈이라고 표현한다면, 사야카가 일탈하게 된 원인은 세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은, 그렇다면 친구가 없고 왕따가 나은 것인지, 아니면 불량 친구들이어도 친구를 사귀는 것이 나은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불량의 정도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서 불량 친구들이라도 있는 게 낫다가 될 수도 있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괜히 친구 잘못 만나서 나쁜 길로 빠지느니 없는 게 낫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 사야카의 친구들은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불량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냥 자기들끼리만 멋 내고 놀고, 공부는 전혀 관심 없고 학교는 습관처럼 다니기만 하는 스타일의 불량이다. 당연히 이들의 머릿속에 대학교 입학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도 친구들이 있는 게 나을지 없는 게 나을지 나는 솔직히 한쪽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어느 날 사야카의 담임 선생님이 사야카의 가방에서 담배를 찾아낸다. 이 일로 사야카는 무기정학을 받고 집에만 있게 된다. 그러자 사야카의 어머니가 아무 꿈도 없는 사야카가 걱정이 돼서 세이호 입시 준비 학원에 사야카를 보낸다. 사야카는 여기서 츠보타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데 사야카 인생을 바꿔준 장본인이다. 세이호 입시학원은 츠보타 선생의 신념에 따라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학교가 학생 개개인의 실력이나 흥미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화된 교육을 하는 것을 보고 츠보타 선생은 학생들의 흥미에 관심을 가져주면서 흥미를 통해 공부 의욕을 만들어 주고, 공부도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서 일대일 교육과 스스로 학습을 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츠보타 선생이 직접 설명한 내용은 이렇다 ‘ 우리 학원은 1대 1 수업이고, 수업 중 발견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새롭게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보여주는 학원 공간도 신기하게 되어 있는데 독서실처럼 책상이 배열되어 있고 모두 지정 좌석에서 츠보타 선생이 알려준 대로 자습을 하는 방식이다. 자습을 하고 테스트를 통해 모르는 부분을 확인하고 츠보타 선생이 일대일로 설명을 해주면 다시 학습하고 다음 진도를 나가는 방식이다. 


사야카는 처음에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받는데 0점을 받는다. 이 장면에서 츠보타 선생이 어떤 성격인지 나름 추측할 수 있는데, 츠보타 선생은 0이라는 점수에 주목하지 않고, 사야카가 백지를 내지 않고 오답이더라도 모든 답을 적었다는 성의에 칭찬을 하고, 왜 그 오답을 적었는지 이유를 물어봐 주고, 비록 오답이지만 창의적인 답이라면 창의력에 칭찬을 해준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부분으로는 천재구나, 이런 식의 칭찬을 한다. 칭찬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도 아닌 고등학생한테 자칫 칭찬을 잘 못하면 되려 알맹이 없는 칭찬이 되어 기분이 더 나쁠 수도 있는데 그런 예민함까지 모두 고려하여 진정성 있게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 츠보타 선생의 진짜 실력이라고 느꼈다. 공부는 스스로 하게끔 의지가 생기게 하는 것이 공부의 팔 할이라고 생각한다. 츠보타 선생의 진심이 담긴 칭찬과 격려에 힘입어 사야카는 게이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하여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무기정학이 끝나고 학교에 다시 나간 사야카는 하교 후 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밤에도 잠을 줄이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학교에서는 맨날 잠을 자기 일쑤다. 담임은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사야카가 못마땅해서 꾸중을 하는데, 사야카가 세이호 입시학원에 다니면서 츠보타 선생이라는 강사가 게이오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담임선생이 직접 츠보타 선생을 찾아와서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가능성 없는 애한테 허황된 꿈을 심어주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츠보타 선생한테 말하기를, ‘결국 당신(츠보타 선생)은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니 어쩌니 하면서 훌륭한 것 같지만 결국은 돈을 우선시하는 학원 강사가 아니냐’고 정곡을 찌른다. 이 장면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실체를 까발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복잡했었다. 공교육에서 놓쳐버린 학생을 사교육에서 구제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고, 대신 사교육이 공짜로 학생을 구제하는 것이 아닌 것도 현실이다. 만약 돈이 없다면 공교육에서도 낙오자가 되고 사교육에서도 낙오자가 되는 것인가? 사교육을 못 받아도 공교육이 그 자리를 채워주는 것이 공교육의 원래 역할이 아닐까. 교육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사야카는 우여곡절 끝에 게이오 대학에 입학한다. 일본의 입시 제도는 정확히 모르지만 명문대학교는 입학시험 자격도 취득해야 하는 것 같았다. 사야카가 비록 게이오에 불합격해도 전교 꼴찌가 게이오 시험 자격을 받았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 아니냐는 취지로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사야카는 평소에 취약했던 논술시험을 무사히 치르면서 게이오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사야카가 포스트잇을 붙여가면서 공부하는 모습, 밤을 새워서 공부하는 모습, 사전이 너덜 해질 정도로 공부하는 모습, 책에 형광펜으로 칠해 가면서 색깔별로 정리하는 모습 등 공부 장면이 유독 많이 나오는데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장점이라면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든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학 입시는 너무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그 후 고시의 기억이 압도적이라서 고시생 때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 저렇게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진짜 한때다~  지금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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