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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주 변호사 May 17. 2022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리뷰(2)

영화 줄거리와 법률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3. 영화와 법률


1) 부모의 자녀 징계권 폐지


사야카의 아버지는 굉장히 가부장적인 인물이다. 자신이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그 꿈이 좌절되자 아들 류타를 통해서 그 꿈을 실현하려고 어린 아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딸들에 대해서는 진즉에 관심도 없었다. 아버지의 유일한 희망인 아들 류타도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자 더 이상 야구를 하기 싫다면서 반항을 하고 이에 아버지가 류타를 구타한다. 어머니와 사야카가 말려도 소용없다. 


부모의 훈육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자식에 대한 훈육으로 하는 체벌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그동안은 민법 915조 징계권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규정이 부모 체벌의 법적인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자녀에 대한 폭력을 자녀 훈육으로 정당화시키는 조항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고, 2020년 6월 천안 여행가방 아동학대 사망사건, 10월 정인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민법 915조 징계권 조항이 삭제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21년 1월 26일 개정되고 시행되었다. 즉, 현재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체벌이 명시적으로 금지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부모가 자녀를 훈육한다는 미명 아래 체벌을 하면 민법 징계권을 항변사유로 이용할 수 없고 가정폭력에 해당한다. 그동안 부모의 자녀에 대한 폭행 행위에 대해서 아이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폭행이고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 속하는 행동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한 판결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징계권에 속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는 것이 차단된 것이다. 


참고로 일본에서도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아동학대방지법이 개정되어 2020년 4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2) 교사의 체벌은 가능할까. 


학교 담임은 사야카와 세 명의 친구들이 공부에 관심도 없고 학습 태도도 불량해서 계속 못마땅해했다. 사야카가 무기정학이 끝나고 다시 등교하지만 수업시간에 엎드려서 잠만 자니까 담임선생은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사야카 뒤통수 머리칼을 손으로 움켜잡아 사야카의 고개를 들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보는 내가 다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느꼈다. 잠을 꼭 저런 식으로 깨워야 할까. 담임선생의 행동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폭행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담임선생의 행동이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을 훈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혹시 허용되는 것일까. 이것은 결국 교사의 징계권 범위에 대한 문제가 된다.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의 장은 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징계할 수 있고, 초중등교육법시행령 31조 1항에서 징계의 종류를 ‘1. 학교 내의 봉사, 2. 사회봉사, 3. 특별교육 이수, 4. 1회 10일 이내, 연간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5. 퇴학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법에 따르면 교내 체벌은 학교의 징계권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명백하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에서 ‘그 밖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징계는 아니지만 지도라는 명목으로 허용되는 경우도 가능하다. 즉,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당행위로써 법률상 허용될 여지가 존재한다. 


수업시간에 학생이 잔다고 해서 머리칼을 움켜잡고 고개를 낚아채는 방법으로 깨우는 행위는 사회상규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정당행위로 보기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 학생의 가능성을 믿고 무한 신뢰와 긍정을 보여준 사람이 학교 담임이 아니라 학원 강사라는 점은 아이러니한 점이다. 한국의 입시제도, 교육열 못지않은 일본의 입시와 학교현장을 살펴볼 수 있는 영화였다. 현재 중고등학생이거나, 수험을 준비하는 분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긍정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꿈을 가지고 나의 가능성을 믿으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점이다.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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