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와 리뷰
1. 영화 줄거리와 리뷰
가. 영화 제목이 결혼 이야기이고, 원제도 Marriage Story 다. 하지만 영화 내용은 엄밀하게 말하면 이혼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로, 이혼 이야기가 더 정확한 게 아닌가 싶다.
나. 영화 시작은, 주인공 니콜과 찰리가 이미 별거 중이고 부부상담을 받으면서 시작한다. 상담사가 두 사람한테 서로의 장점을 써서 상대방한테 직접 읽어주는 방법을 제안해서, 두 사람이 상대방에 대한 장점을 두 장 넘는 분량으로 정리했고, 영화는 찰리가 쓴 니콜에 대한 장점을 과거 회상 장면과 찰리의 내레이션으로 보여주고, 이어서 찰리의 장점을 과거 회상 장면과 니콜의 내레이션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회상 장면이 끝나면 현실은 상담실에 니콜과 찰리가 앉아 있는데 니콜이 찰리의 장점을 쓴 것을 읽는 것조차 거부한다. 니콜은 그 정도로 찰리한테 마음이 식었거나 화가 난 것이다.
다. 영화 줄거리는 LA가 고향인 배우 니콜과 뉴욕이 사실상 고향인 연극 극단 감독 찰리가 결혼을 하고, 니콜이 찰리를 따라 뉴욕에 살면서 찰리의 극단에서 연극배우를 한다. 니콜은 결혼 전 신인 배우로 잘 나가려던 참에 찰리와 결혼해서 자신의 TV 배우 경력이 끊기고 자신은 찰리의 극단 한 부분이 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점점 떨어진다. 니콜은 찰리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느낌마저 받는데 니콜이 TV 드라마 배역을 제안받으면서 다시 LA에 가게 되고 이 참에 LA에서 살고 싶어 한다. 찰리를 위해 자신은 LA와 커리어도 모두 양보했는데 찰리는 LA에서 1년만 살아보자는 것도 거부하고 우리 가족의 터전은 뉴욕이라고 타협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실망하고 화가 나는 것이다. 니콜이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니콜이 TV 드라마 배역 제안을 받은 것에 대해 찰리가 ‘새로운 모험을 하게 돼서 기뻐, 당신만의 세계도 누리면 좋겠어’라고 응원해주길 바랬는데, 찰리는 비웃고 샘을 냈으며 심지어 출연료를 극단 예산으로 사용하자고 말했다. 여기서 니콜은 결심을 하게 된 것.
라. 니콜과 찰리는 처음에는 이혼 과정이 너무 살벌해지는 것은 둘 다 원하지 않기 때문에 변호사의 개입 없이 두 사람이 진행하자고 약속한다. 아마 우리나라로 따지면 협의이혼이라고 할 수 있다. 근데 협의이혼 과정이 우리나라도 그렇듯이, 두 사람의 이혼의사가 확고해서 재산분할 문제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가장 중요한 양육권에 대해서 합의만 되면 바로 진행하고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두 사람의 이혼의사가 확고하지 않거나 한 사람은 확고한데 상대방은 확고하지 않다면 결국 협의만으로 이혼을 마무리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재판상 이혼으로 가게 되는 것일 테다. 영화에서 찰리도 이혼의사가 확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각 방을 쓰는 단계로 서먹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가면 어떻게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란 막연한 생각을 하는 상태다. 니콜은 찰리보다 이혼의사가 더 강하다. 왜냐하면 이 결혼은 니콜이 찰리한테 불만이 있는 것이고 찰리가 니콜한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갈등의 시작과 절정은 뉴욕에 사느냐, LA에 사느냐 이것인데, 찰리의 고향인 뉴욕에 살기 때문에 LA를 양보한 니콜이 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니콜도 무조건 이혼하겠어 같은 확정적 의사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난 스태프한테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를 소개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마. 니콜은 그저 상담 정도? 만 받으려고 노라의 사무실에 방문한 것이었다. 그러나 노라는 노련한 변호사라서 니콜의 마음에 불을 지를 줄 알았다. 니콜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불공평한지를 각인시켜 준다. 니콜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해왔는지, 그럼에도 찰리는 니콜의 희생을 고마워하기는커녕 당연하게 받아 왔는지, 니콜이 배우로서 얼마나 재능이 많은지, 니콜은 배은망덕한 찰리를 떠나서 앞으로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이런 논리로 니콜의 마음을 흔들었고 결국 니콜은 노라와 위임계약을 체결한다. 살벌하지 않고 평온하게, 달리 말하면 서로 밑바닥까지 보면서 끝을 보지 말고 정리를 하려던 두 사람의 계획은 이제 처절한 전투로 바뀌게 된 것이다.
바. 결국 찰리도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찰리는 변호사 개입 없이 이혼하자는 두 사람의 약속을 니콜이 깨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선제공격을 해 온 것에 대해 적잖이 당황한다. 찰리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결국 노라만큼이나 전투력이 강하고 비싼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고 두 사람은 법정까지 가서 상대방의 변호사가 자신의 티끌만 한 허점까지 트집 잡고 인신공격하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듣는 상황도 겪는다. 두 사람 다툼의 핵심은 8살 아들 헨리의 양육권이었다. 니콜은 LA에서 양육하기를 원했고 찰리는 뉴욕에서 양육하기를 원했다. 판사는 결국 전문 감정인을 임명해서 LA에 있는 두 사람의 집(찰리는 LA에 있는 동안 호텔에 머물렀는데 호텔이 양육환경에 좋지 않다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급하게 작은 집을 얻음)에 방문해서 두 사람이 헨리와 생활하는 것을 직접 감정하고 작성한 보고서를 판사가 보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한다.
사. 전문 감정인의 방문을 대비해서 찰리는 급하게 집을 대충이나마 꾸미고 찰리는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지만, 전문 감정인이 왔을 때 찰리는 어설픈 실수를 하면서 몸도 마음도 힘겨워한다.
두 사람의 이혼은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가장 치열했던 헨리의 양육권은, 찰리가 뉴욕에서의 양육권을 포기하고 니콜이 LA에서 양육하기로 했고, LA에서의 양육시간도 니콜과 찰리는 55:45로 조정을 해서 니콜이 2주마다 하루를 더 헨리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재산분할 쟁점은, 니콜이 받는 드라마 출연료와 찰리가 이혼이 시작되면서 수상하게 된 맥아더상 상금의 절반을 상대방이 각자 자신의 몫이라고 주장했었는데 서로 돈은 받지 않기로 하였다. 두 사람은 이혼을 하고 찰리가 1년 후 핼러윈데이에 헨리를 만나러 니콜의 집에 와서 니콜의 남자 친구와 인사도 한다. 찰리는 UCLA에서 전임직을 맡아 레드캣 예술센터에 올릴 연극 두 편을 올리기로 했다면서 당분간 LA에 머문다고 소식을 알리고 니콜은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찰리는 우연히 니콜이 영화 초반부에 상담사의 제안으로 작성한 자신의 장점이 적인 종이를 읽게 되고, 니콜이 자신을 만난 지 2초 만에 사랑에 빠졌다고 쓴 글을 보고 울컥하고, 뒤에서 이 모습을 보게 된 니콜도 울컥하게 된다. 찰리는 니콜이 하루를 양보해줘서 헨리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가고 니콜은 예전 결혼생활 때 습관처럼 찰리의 운동화 끈이 풀린 것을 보고 묶어주면서 두 사람은 담담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영화는 자막이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