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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주 변호사 May 24. 2022

영화 <결혼이야기> 리뷰 (2)

줄거리와 리뷰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의 시선이 따뜻하고 때론 애절하게 느껴지는 건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것이 큰 이유다. 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 과정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과는 달리 재산분할에 초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존재가 주는 부부의 이혼에 대한 죄책감 같은 감정이 덜하다. 이 영화에서도 가장 큰 갈등은 헨리의 양육권이었고 찰리가 초반에 의뢰인을 업무가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인간적인 변호사를 선임했다가 해임하고 의뢰인을 돈으로 보고 달려드는 변호사로 바꾸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된 이유도 뉴욕에서의 헨리의 양육권을 잃게 되는 것을 염려해서다. 찰리가 선임하게 되는 노라의 최대 맞수가 되는 변호사 제이의 어쏘 변호사가 하는 말이다. ‘형사 변호사는 나쁜 사람의 최선을 보고 이혼 변호사는 선한 사람의 최악을 본다’ 이 말이 이 영화에서의 이혼 변호사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표현이다. 아내가 만점 엄마면 승소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하면서 제이는 니콜을 몹쓸 여자로 만들어야 찰리한테 유리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가족법제와 우리나라의 법제가 달라서 찰리 입장에서 안타까운 장면이 꽤 있다. 니콜이 상담을 받기만 한 변호사는 찰리와 상담도 하지 못하는데 그래서 상대방의 변호사 선택권을 줄이려고 최대한 많은 변호사를 만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인 것이다. 니콜은 노라의 조언으로 11명의 LA 변호사를 만났다. 그리고 LA에서 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뉴욕에 사는 찰리가 LA에 와서 LA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을 해야 했다. 소를 제기당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관할과 선임할 수 있는 변호사까지 제한을 당하게 된다면, 분쟁이 생길 경우 누구나 먼저 소제기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이것은 미국의 주법을 자세히 모르고 오로지 영화에 나온 이야기만 전제한 느낌임). 



변호사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든 영화다. 니콜이 노라를 만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협의이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찰리의 이혼의사가 확고하지 않았고 찰리가 보여준 고집불통의 성격을 보건대 니콜과 원만하게 합의가 되지 않았을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니콜도 찰리한테 전혀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협의이혼은 흐지부지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게 이혼하지 않고 뉴욕에서 찰리의 바람대로 계속 살면 니콜은 과연 행복할까. LA에서 맡은 드라마의 배역이 성공해서 니콜이 뉴욕에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찰리가 니콜의 바람을 들어줬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니콜이 영화 마지막에 감독으로도 성공해서 에미상 후보까지 오르는데 니콜이 찰리와 계속 같이 살았다면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줄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니콜은 이혼을 하고 나서야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를 잡았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이혼은 하는 것이 맞았다.






이번에는 찰리 입장에서 살펴보자. 찰리는 극단을 꾸려갈 운영비가 부족해서 배우들을 해고하거나 극단을 접어야 하는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맥아더 상금을 받아 극단 운영비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는데, 니콜이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을 제기해오자 결국 자신도 노라만큼이나 비싼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고 LA에 집까지 마련해서 이혼하면서 맥아더 상금을 니콜과 분할하는 것은 막았지만 대신 변호사 비용으로 모두 지출하고 파산 직전까지 갔다. 영화에서 찰리의 대사처럼, 헨리의 대학 학자금을 미리 끌어다가 부부가 싸우는데 모두 써버린 것이고, 그 결론은 서로 밑바닥까지 보게 된 비참함이다. 덕분에 이혼은 마무리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면 이혼은 하지 않았을 것인데, 이혼이 찰리에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변호사마다 가치관과 목표가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무용한 소송은 권하지 않고 맡지 않는다. 소송 전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소송까지 가지 않는 것을 선호하고 그게 의로인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양보하더라도 신속하게 분쟁에서 벗어나는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이혼소송(부정행위와 관련된 민사소송 포함)과 성범죄 사건 같은 경우 상대방과 피해자에게 얼마나 흠집을 내는지가 전략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노라와 제이가 상대방을 흠집 내는 장면은 정말 변론을 잘하는 변호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노라가 재판상 이혼 생각이 1도 없는 니콜을 부추겨서 재판상 이혼을 하게끔 설득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실력에 감탄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노라 덕분에 니콜은 마침내 이혼을 실행하였고 결국 재능을 인정받게 된 것 일수도 있다. 이혼을 안 한 것이 더 나았는지 한 것이 나았는지 모르겠고 영화도 중립적이고 나도 중립적이다. 영화 주제와는 무관하지만, 변호사의 역할이 무엇이고, 어떤 태도를 추구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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