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티 그린바자르에서 제품교환후기(말고기)

전통 재래시장 경험기 2

by 고봉주

* 2025년 11월 말 기준


재래시장 경험기 1. 에 이어서.


사실, 마카다미아를 캐슈넛으로 교환하는 것은 맛보기 과제였다. 환불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같은 가격에 해당하는 캐슈넛으로 교환하겠다는 것이었으며, 전날 시장이 문 닫을 시간에 사서 다음날 아침 시장 문 여는 시간에 바로 갔으니 시간적으로도 무리한 요청이 아니었다.


우리의 더 큰 장애물은 '말고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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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국가라서 돼지고기는 특정 구역에서만 판매되는 제한이 있지만, 그 대신 다른 지역에서 주로 접하기 어려운 말고기가 있어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처음부터 말고기를 사려고 했던 게 아닌, 이것 역시 시식을 권하는 여자 사장님의 영업에 이끌려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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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사려면 그 앞에 서서 상품을 보고 가격을 알아보는 게 당연한데, 재래시장 특성상 가격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일일이 가격을 물어봐야 한다. 견과류가 100g당 금액을 기본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는데, 고기는 가격 책정 방법이 다를 터였고 실제로 달랐다. 게다가 말고기는 비싼 고기다.


고기 시식이라는 게 굳이 유사한 상태를 설명하면 육포와 비슷한 느낌이나, 육포와는 달랐다. 육포는 훨씬 더 제조 공정이 들어가서 공산품에 가깝지만, 여기서 진공포장이나 무게당 판매하는 상품은 생고기는 아니어도 공정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상태의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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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부터 시작해서 한 점씩 떼주면서 맛을 보라고 권하던 사장님이 자연스럽게 말고기로 넘어가면서 한 점씩 시식을 권했다. 일단 맛있다. 안 먹어보던 맛이기도 하고 맛있으니까 당연히 구매까지 간 것이다. 그런데 사장님도 비싼 말고기는 상품 퀄리티를 단계별로 올리면서 몇 개만 맛보게 한 뒤, 손님 눈에도 딱 고품질로 보이는 상품은 맛보게 하지 않았다.


여행 중인 사람들이 그 지역에 머물면 얼마나 머물겠으며 다른 새로운 음식들이 얼마나 많고 호텔에서의 보관도 애매한데, 고기를 사면 진짜 애매한 품목이 맞다. 당연히 그날이나 그 다음날에 먹을 분량만 필요한데 갑자기 사장님이 말고기는 100g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상 사봤자 우리는 다 먹을 수 없을 텐데?


그런 계산을 머릿속에서 분명히 했지만, 그 순간 직면한 상황은 견과류보다 당연히 단가가 비싼 고기를 순차적으로 몇 번 먹었고 무언가라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굳이 필요하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소고기를 사는 것은 더 어리석은 소비가 되는 것이고 말고기를 사는 게 맞긴 하지만, 말고기의 최소 판매 중량은 500g이라고 버티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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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500g 진공포장된 말고기를 샀고, 가격은 견과류와 기본 단가부터 달랐다. 암튼 뭐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거니까.. 그런 생각으로 그날밤 숙소로 귀가했으나 호텔에 돌아오자 이 무게의 고기는 도저히 아니라는 이성적 판단이 더 또렷해졌다. 그렇다고 고기를 들고 국가를 이동하는 것은 가능한지 여부도 알아봐야 하고 신고도 해야 하는 복잡한 단계로 넘어가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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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와 달리 고기를 파는 가게의 품목은 주로 고기라서 대체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고 비싼 말고기를 먹다가 버릴 수도 없고, 고민이 안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이미 돈거래가 끝난 상품을 환불을 한다? 그것도 해외의 재래시장에서 영어도 안 통하는 사장님과? 절대 불가능하다. 우리도 알고 있었다.


이게 우리의 최대 난제였던 사건의 전말이다. 사실 견과류 교환은 예비에 불과했다. 견과류 사장님이 무뚝뚝하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도 개의치 않았다. 바꿔준 게 어딘가.


캐슈넛으로 교환한 봉지를 가방에 넣고, 이제 말고기 섹션을 향해 안으로 더 들어갔다. 진심으로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 가게 동태를 살피려고 옆 구역으로 먼저 들어가서 그 가게가 문은 열었는지, 젊은 여자 사장님이 나왔는지, 다른 손님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그 와중에도 우리한테 말고기 시식을 권하는 다른 가게가 있었고, 이제 시식에는 전혀 관심 없는 우리는 괜찮다고 손짓하면서 대신 가격을 확인했는데, 우리한테 말고기를 판 여자 사장님의 상술이 드러났다. 애초에 그 여자 사장님을 가격 부분에서 크게 신뢰한 것도 아니지만 역시 기본 가격을 처음부터 다른 가게보다 비싸게 불렀고 그렇게 한 단계씩 올리면서 마지막에 비싼 말고기를 더 비싸게 판 것도 확인했다. 괘씸했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가게로 가서, 말고기의 환불 필요성을 먼저 설명했다. 당연히 불가 불가. 우리가 어제산 제품을 포장해 준 그 상태 그대로 들고 나타날 때부터 상황 파악이 끝난 여자 사장님의 얼굴은 이미 굳어 있는 상태였다. 그 표정에 대고 환불을 얘기하는 우리 마음도 그다지..


더군다나 이 사장님은 영어도 안 통했다. 실제 영어를 못하기도 했지만 상인이라면 알고 있을 법한 영어도 아예 못 알아듣는 척하면서 입술을 꽉 다물고 연신 고개만 저었다. 그럴 줄 알고 미리 휴대폰에 카자흐스탄 말로 번역된 말고기의 항공기 이동 불가 페이지를 캡처 해서 보여줬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게 너네 사정이지 내 알바 아니야.라는 표정을 짓는 사장님.


우리가 여행객이고 오늘 다른 국가로 떠날 것이고, 어제 받은 제품을 포장해 준 상태 그대로 우리는 손도 대지 않았으니 부탁인데 환불해 달라, 는 정말 씨알도 먹히지 않는 요청이었다. 환불은 만국공통 어려운 일이니까.


그다음 단계로 우리도 나아갔다. 환불이 안된다면, 그렇다면 다른 제품으로 바꿔달라. 우리도 단계별 계획은 짜고 갔다.


근데 어차피 고깃집이라서 교환할 제품이 마땅치 않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치즈가 있었다. 무게로 재서 파는 상품은 애초에 교환이 무의미하고, 진공포장된 치즈 제품이 눈에 띄었기에 치즈로 제발 교환해 주세요. 제발. 이라는 번역기 화면에 쓰인 카자흐스탄어 호소에 사장님이 선심 쓰는 척 치즈 두 개와 말고기 교환을 허락했다. 뜻밖의 행동은, 사장님이 그 와중에 약소하지만 거스름돈을 주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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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본인이 계산한 말고기와 치즈 두 개 가격의 차액이지 싶은데, 애초에 우리가 교환받은 치즈는 이미 겁나 비싸게 단가가 책정된 치즈였다. 이게 원래 얼마에 팔던 제품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을 구석은, 치즈가 36개월 숙성 치즈로, 중앙아시아에 여행가지 않으면 구입하기 어려운 꽤 고퀄리티 치즈라는 점이다.


치즈 두 개를 받아 들고 어떤 계산방식으로 나온 지 알 수 없는 소액의 차액 거스름돈을 받은 우리는 고맙다고 연신 말하고 그렇게 시장을 나섰다. 가장 큰 난제를 여하간 풀었으니 발걸음은 비교적 가벼웠고, 그다음 일정으로 향하는 마음도 편해졌다.


그 후 실제로 맛을 확인한 치즈는 훌륭한 제품이 맞았다. 결국 우리가 치즈에 지불하게 된 가격이 적당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간 고품질의 치즈를 먹었으니 이걸로 된 거. 이 정도 비싸게 산 것은 여행지에서의 경험과 교훈으로 퉁칠 수 있다. 더하여, 덕분에 말고기도 시식해서 먹어 봤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정신 승리까지 가능한 경험이었다.



KakaoTalk_20251230_132237345_06.jpg 문제의 가게가 아닌 다른 가게 모습이다. 여기서 실제 시장 가격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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