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내담자. 29살 새끼 부엉이 님의 사연 (1/2)
부엉이 상담소 - 첫 번째 내담자. 새끼 부엉이님(29)의 사연입니다.
대학 휴학 후 생계유지를 위해 들어간 회사를 8년 차 묵묵히 다니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사실 묵묵히는 아니고 도전이 무서워 고인물에 있는 직장인 ㅠ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어요. 딱히 잘하고 좋아하는 게 떠오르지 않아요ㅠㅠ
그나마 좋아하는 건 노래 듣고 부르는 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직업이 가수가 될 수는 없고...
29살인데 다시 처음부터 리셋했다 치고 영어공부 시작해서 해외로 나가도 될까요?
너무 막연한 생각이지만 연대 다니다 UC 버클리로 교환학생 간 유튜버를 보면서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나이가 아직은 20대지만 곧 30대....... 아.............. 나이가 걸리는 날이 오다니ㅠ_ㅠ
매일 같은 일상 , 쳇바퀴 굴러가는 삶이 지루하고 그런 삶을 살다 보니 무기력해지고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 없게 소비하는 거 같아요. 막상 퇴근하고 공부하자 다짐하지만 일에 찌들어 지쳐서 씻고 눕기 바쁜 제가 되어있네요.
어찌하면 쉽게 지치지 않고 공부도 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새끼 부엉이님. :)
보내주신 사연을 정리해보자면 새끼 부엉이님의 고민은 다음의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1) 29살인데 영어공부 시작해서 해외로 나가도 될까요?
2)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꾸준히 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질문에 대해 하나씩 순서대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
첫 번째.
29살인데 영어공부 시작해서 해외로 나가도 될까요?
8년이나 한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셨다면 그런 생각 드시는 것, 너무 공감돼요. 저도 가장 오래 다녔던 첫 직장(약 4년)에 재직 중일 때 어디든 좋으니까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당시의 직장 업무와는 전혀 상관도 없었던 일본어 공부에 몰두했어요. 일본에 가서 직장생활을 하거나 아예 일본 대학원으로 진학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요.
당시엔 잘 몰랐는데 지금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새롭게 배우고 싶은 학문이 있어서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일본 회사에 꼭 취직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저 <이 회사를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만 강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 회사에서 몇 년씩 일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거든요. 입사하고 처음 1-2년이야 일 배우고 회사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그런 생각을 할 정신도 없지만, 일도 어느 정도 손에 익고, 회사 돌아가는 사정도 대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시작되거든요. 출근하고 일하고, 집에 오면 뻗어서 자고, 다시 또 출근해서 어제와 같은 일을 하고, 집에 와서 또 자고, 다음날 또 출근하고... 새끼 부엉이님이 말씀하신 <챗바퀴 굴러가듯 돌아가는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이요.
새끼 부엉이님이 지금 영어 공부가 하고 싶고, 해외로 유학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가 정말로 <영어공부가 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반복적이고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인지를 먼저 구분해볼 필요가 있어 보여요.
만약 진짜로 <영어 공부가 하고 싶어서>라면 그에 맞는 계획 (유학 갈 곳, 유학기간 및 유학에 필요한 비용 준비 등)을 짜고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준비해나가실 필요가 있고요,
그게 아니라 단지 <반복적이고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라면 회사를 관두고 무작정 해외로 떠나는 것보다는 반복적이고 무료한 일상에 ‘활기’를 찾아줄 수 있는 <취미>로써 영어를 공부하고 여름휴가나 연차를 사용해서 간간이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시는 편을 더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조금씩 영어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영어실력도 늘려가면서 가끔씩 생각해보세요. 이 정도만 해도 만족할만한지, 아니면 정말로 <해외로 유학을 가서 제대로 영어 공부를 해보고 싶은 건지>에 대해서요.
<너무 힘들어서 좀 쉬고 싶었다>는 이유로 무작정 첫 회사를 퇴사한 제가 이런 조언을 해드리는 게 어떻게 보면 좀 아이러니할 수도 있는데요, 단순히 몇 개월 쉬고 다시 국내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과 한국에서의 생활을 다 접고 무작정 해외로 나가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작년 3월 말부터 오사카에서 살고 있는데요, 해외에 나와서 외국인 신분으로 산다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10여 년 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던 나라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원어민 수준으로 어학실력을 키운 뒤에 왔음에도 말이에요.
결론적으로 새끼 부엉이님의 첫 번째 고민인
<29살인데 영어 공부 시작해서 해외로 나가도 될까요?>에 대한 저의 대답은
1) 영어 공부를 시작하시는 건 적극 권장!
2) 그러나, 무작정 해외로 유학을 떠나시기보다는 취미로 영어공부를 시작하시고, 여름휴가나 연차를 사용하여 해외여행을 다니시며 <진짜로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건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시길
이렇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
2번째 고민에 대한 답변은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