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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Mar 16. 2020

내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

또다시 찾아왔다. 이놈의 슬럼프

또다시 찾아왔다. 이놈의 슬럼프


한동안 글이 안 써졌다. 어떤 내용을 써도 진부하고, 재미없고, 공감도 안 됐다. 출간용 원고를 작성하면서 나의 우울감은 더욱 심해졌다. 쓸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건 아니다 싶은 것들만 적고 있었다. 결국 나는 글쓰기를 잠시 쉬었다.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뭐라도 써야 하는데. 뭐 하나도 쓸 수가 없었다. 모든 게 싫었고, 나의 일상은 전부 생기를 잃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글쓰기를 쉬는 와중에도 운동만큼은 쉬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록 내 머리는 굳었지만, 그래서 머리를 쓰는 일은 잠시 쉬고 있지만 내 몸까지 둔해지게 놔둘 순 없었다. 


운동이라도 해야 그나마 굳어버린 머리를 조금이나마 움직이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맨몸운동은 글쓰기와 닮은 구석이 있다.


나는 집에서 운동을 한다. 주로 하는 건 스쿼트와 런지, 푸시업과 같은 맨몸 운동이다. 앞 서 몇 편의 글을 통해서도 언급했지만 맨몸 운동은 사실 굉장히 지루한 운동이다. 똑같은 동작을 1세트에 10번 내지 15번 하면서 총 3~4세트를 해야 하는 운동이니 얼마나 따분하겠는가. 


하지만 내가 이 지루하고 따분한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이유는 바로 맨몸 운동은 어딘가 글쓰기와 닮은 면이 있어서다. 


글쓰기도 그 작업 자체로만 보면 사실 그렇게 신나고 재밌는 작업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일단 컴퓨터 앞에 앉고, 한글 창을 켜고, 일정한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던 빈 페이지에 한 글자, 한 문장, 한 단락을 적어 나가는 과정이 바로 글쓰기다. 



반복, 반복, 반복


얼핏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이 과정이 지루하고 따분한 운동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반복성>에 있다. 매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일정한 시간을 투자해 글을 쓰는 행위를 반복하면 어찌 됐건 글은 완성된다. 비록 그 글이 내 마음에 쏙 들진 않더라도 하나의 결과물은 나온다. 그저 반복해서 움직이기만 하면 군살이 덜 붙고 근육의 긴장감을 유지시킬 수 있는 맨몸 운동처럼.


엉성한 결과물이라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안 도는 머리를 굴려가며 이것저것 쥐어짜 쓰는 고난한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맨몸 운동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동작을 정해진 자세로 마음먹은 횟수만큼 일정하게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몸의 건강을 유지할 수가 있다.



운동도 못하는데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아무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아무도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지도 않는 일을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지속한다는 건 엄청난 의지력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우울감에 빠져있던 지난 몇 주간 하루 이틀 정도는 운동을 안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다시 하게 된 건 운동을 해야 글쓰기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단순히 몸만 쓰면 되는 이런 간단한 운동조차 안 하는 내가, 책을 읽고, 자료를 찾고, 머리를 굴려 글을 쓰는 좀 더 고차원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다시 운동에 전념했다. 어떤 날은 40여분 정도로 제대로 하기도 했지만 또 어떤 날은 20분만 겨우 하기도 했다. 또 너무 하기 싫은 날엔 스쿼트 100개라도 하는 식으로 매일매일 운동을 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한쪽에 치워뒀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놓고 있던 글을 다시 쓰게 됐다. 



머리가 굳었다면 몸을 움직이자


오늘은 오후 1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2시간 동안 벌써 2개의 글을 완성했다. 물론 모두 초고지만 한 문장도 제대로 짓지 못했던 며칠 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렇게 나는 또 예고도 없이 찾아온 슬럼프를 극복했다. 


머리가 굳었다면 몸을 움직이자. 그렇게 다시 글쓰기의 세계로 돌아가자. 

이것이, 평생 글 쓰는 자로 살고자 마음먹은 내가 발견한 슬럼프가 왔을 때 퇴치할 수 있는 나만의 필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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