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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an 22. 2020

뭐라도 쓰면 뭐라도 나온다

꾸준히만 쓰면 된다. 그거면 된다.

글쓰기의 생명은 ‘꾸준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 같은 작가 지망생의 경우 잘 쓰던 못 쓰던 상관없이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을 들여 뭐라도 쓰는 노력을 해야 그나마 글이 는다는 것을 지난 몇 개월간 절실히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아니 안 썼다. 쓰려고만 하면 쓸 수 있었는데 쓰지 않았다. 마음이 바빴다. 글쓰기에까지 할애할 마음이 없었다고 말하는 게 더 맞다.


남편과 함께 미에현으로 이사 온지도 어느덧 2주나 지났다. 지난 2주는 내게 긴장과 피로함의 연속이었다. 이사 당일에 끌고 온 짐들은 물론, 미리 부친 짐들을 정리하고 오래 비어 있었는지 먼지가 수북이 쌓인 사택의 구석구석을 쓸고 닦는 데에만 며칠을 썼다.


이사 온 지 이틀 만에 변기 물이 넘쳐서 사람을 불러 고치기도 하고, 환기가 따로 필요 없을 만큼 심한 웃풍에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퉁퉁 부어서 잠자리를 몇 번이고 옮기기도 했다.


회사에서 마련해 준 인터넷이 자꾸 연결이 안 돼서 애를 먹다가 겨우 연결에 성공하기도 하고, 시원찮은 냉장고 성능 때문에 전날 미리 사둔 통 삼겹살은 먹지도 못하고 버리기도 했다.


너무 커서 못 가져온 전기밥솥 대신 이사 오고 이튿날 부랴부랴 산 압력밥솥으로 밥을 지어먹고, 매일 아침 당연하듯 구워 먹던 토스트기 대신 프라이팬에 가스 불을 올려 식빵을 구워 먹는 생활에 이제야 겨우 적응이 됐다.



한동안 그렇게 바뀐 환경들에 적응하느라 온 마음과 정신을 쏟았다. 그러다 보니 글에까지 쏟을 정신이 없었다. 나의 글은 꾸준함이 생명인데, 꾸준함은커녕 ‘짬짬이’도 시간을 내지 못했다. 하루 24시간 중에 겨우 몇 시간도 글쓰기를 우선하지 못했다. 그저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짬이 나면 쉬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니 퍼뜩, 정신이 들었다. 더 이상 손 놓고 있다간 머리가 굳을 것 같았다. 뭐라도 써야 한다는 위기감에 일단 한글 창을 켰는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이거라도 썼다. 오늘의 목표는 <뭐라도 쓰자>니까.


뭐라도 쓰면 뭐라도 나온다. 모든 글이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필요는 없다. 사실 그런 글을 매번 쓰고야 싶지만 아직 내 깜냥이 그럴 수준이 못된다.


나에겐 그저 쉬지 않고 뭐라도 쓰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뭘 쓸진 모르겠지만 뭐라도 쓴 오늘처럼 매일 일정한 시간만큼은 오직 글쓰기만 우선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사하고 쓸고 닦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변명은 오늘까지만 하기로 하자. 이제 다시 글쓰기를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 때가 왔다. 작가를 꿈꾸는 30대 중반의 글 쓰는 백수는 그래야 한다.


그렇게 누군가의 아내이자 한 가정을 책임지는 주부이면서 글까지 쓰는 생활의 밸런스를 맞춰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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