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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Mar 17. 2020

생계에 밀려 점차 희미해지는 꿈, 이대로 괜찮을까요?

세 번째 내담자. - 29살 우럭님의 고민 (1/2)

세 번째 내담자, 29살 우럭님의 사연 입니다. :)

저는 직장이 있습니다. 직장은 그저 돈벌이 수단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오래 있어봤자 저는 아무런 발전도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꾸준한 월급으로 이어지는 생계로 인해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창작을 좋아하여 글, 그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 뜻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제가 무서운 건, 그렇게 열정적이었던 작가에 대한 꿈이 점점 식어지고, 흐려집니다.
회사생활에 지쳐, 회사에서 주는 안정감에,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나태함에 빠지게 됩니다.

퇴근하고 나서 제시간에 무언가를 창작하려 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내일 하자, 내일 하자 미루다 보니 어느덧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1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이런 저, 이대로 괜찮을까요..


안녕하세요, 우럭님. 보내주신 사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현재 우럭님께서는 <회사생활에 밀려 점차 희미해지는 나의 꿈>에 대해서 고민하고 계시군요.


평생 글 쓰는 사람(창작자)으로 살고자 마음먹었고, 현재도 그러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저로서는 너무나도 공감 가는 고민이었습니다. 저도 그랬던 적이 있었거든요. 마지막으로 직장생활을 했던 네 번째 직장에서 저 역시 우럭님과 같은 상황을 겪었어요.



네 번째 회사에서 저는 상담업무를 담당했는데요, 야근도 전혀 없었고요, 100% 외부에 방문해서 상담을 진행했기에 외근 나가는 중간중간 시간이 잠깐씩 빌 때마다 딴짓(외근 장소 근처 카페 가서 커피 마시기, 책 읽기 등등)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제가 평소 관심이 많았던 ‘상담’ 분야에서 실제로 일해 볼 수 있는 귀중한 경험도 할 수 있었어요. 한 마디로 업무 만족도가 최상이었죠.


지금은 제가 일본에 있어서 해당 업무를 이어가고 있진 않지만요, 만약 한국에 계속 살고 있었다면 어쩌면 올해도 재계약을 해서 해당 업무를 계속했을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나 제 적성에 잘 맞는 업무였어요.


<이대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거였어요. <너무 완벽한 직장>이었다는 점이 제 발목을 붙잡은 거죠.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감이 너무 높은 나머지, 계약했던 9개월 동안 저는 직장생활만 열심히 했어요. 새 글을 쓰기는커녕 그렇게 좋아하던 책도 잘 안 읽게 됐어요.


<이대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의 생활이 너무나 만족스러운데 <이 이상 내가 더 뭔가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요.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났고, 결국 계약기간이 끝나갈 무렵, 저는 완전히 글을 놓게 됐고, 결국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그동안 하루에 한 편, 아니 1주일에 한 편이라도 글을 썼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책을 몇 권은 내고도 남았을 텐데 하고 말이에요.


제가 엄청 좋아하는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라는 소설에는 이런 내용이 나와요.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같아.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그저 그런 삶으로 끝나겠지.
그래서 오늘  만찬을 계기로 다시 
나의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어.



우럭님. 혹시 온탕 속의 개구리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네 번째 직장에서 제가 딱 그랬어요.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저 따뜻해서 기분 좋은 온탕에 취해 원래의 목적도, 오랜 나의 꿈도 잊은 채 죽어가는 어리석은 개구리요.


그때 한번 제 꿈은 죽었어요. 그리고 오랜 기간 저는 또다시 방황하게 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한 번 죽었다 생각한 꿈이 지금 다시 살아났다는 점이에요.


진짜 간절한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꿈은 한 번 죽었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언제 어디에서건, 무슨 일이 계기가 됐든 살아나고, 또 살아나더라고요. 그러니 우럭님. 우럭님께서 어릴 적부터 꿈꿔 오신 창작자로서의 꿈은 아직 죽지 않았어요. 잠깐 잠들어 있을 뿐이에요.


언젠가 우럭님께서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어. 그림이든 글이든 뭐가 됐든 뭐라도 해봐야겠어!>라는 생각이 간절해지면 그때 다시 생생히 살아나기 위해서 지금 잠깐 잠들어 있는 것일 뿐이랍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세요.   



나의 생계를 스스로 책임진다는 자부심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우럭님. 직장은 돈벌이 수단이 맞습니다. 프리랜서로서 직장에 속해있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계약을 따내거나 일거리를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성인은 돈을 벌기 위해서 직장생활을 택하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진 마셨으면 해요.


자책보다는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주세요.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 하느라 힘들 텐데 잘 버티고 있다고. 기특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주세요.


성인으로서 본인의 생계를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책임진다는 건 멋진 일이에요. 박수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게다가 창작자를 꿈꾸시는 우럭님께는 더더욱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창작자가 본인의 창작품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돈을 못 버는 시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 돈이 없다면 어렵사리 다시 깨어난 우럭님의 <창작자로서의 꿈>이 또다시 <생계>라는 벽에 막혀 무너지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라도 지금의 시간을 너무 폄하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정리하자면,

생계도 유지하며 잠들어 있는 꿈을 깨워봅시다


직장을 다니며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신다는 건 그 직장이 우럭님께 아주 안 맞는 곳은 아니라는 신호입니다. 그러니 생계를 위해 직장생활은 계속하시면서 잠들어 있는 우럭님의 <창작자로서의 꿈>을 조금씩 흔들어 깨워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어떻게 해야 잠들어 있는 꿈을 깨울 수 있는지는 다음 메일에서 이어서 말씀드릴게요. :)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어요, 우럭님.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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