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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Apr 30. 2020

<브런치 신인 작가상>의 제정이 시급합니다-2편

얼떨결에 써보는 <브런치 작가 보고서>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사과부터 해야겠다. 나는 지난 글 <브런치 신인 작가상의 제정이 시급합니다>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 글에서는 과연 이 상을 어떻게 기획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지 좀 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밝히겠다고.


그런데 못하겠다. 아니, 할 수는 있는데(진심이다.) 안 하려고 한다.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는 브런치를 사랑하고 애용하는 일개 작가에 불과하다. 브런치팀에는 이미 나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게 기발하고 세련된 기획을 마구 뽑아내고 있는 훌륭한 기획자와 마케터가 있다. 그런 분들에게 뒷일을 맡기려 한다.


그 대신 비록 이 다소 허무맹랑한 <브런치 신인작가상>을 제정해달라는 나의 말에 라이킷을 눌러준 단 한 명의 카카오 브런치 소속 마케터님을 위해 이 글을 쓰기로 했다.


어차피 그 글의 타깃 독자는 딱 정해져 있었다. 카카오 브런치팀. 그중 누구 하나라도 내 글을 읽고 무언가 행동을 일으켜줄 수만 있다면 조회수, 그깟게 대수랴. (솔직히 말하자면 브런치든 다음이든 메인에 한 번은 뜰 줄 알았는데 안 떠서 그냥 마음을 비웠다.)


아무튼, 나는 오늘 원래 하려던 얘기 대신 다른 걸 말하려고 한다. 어쩌면 전편을 읽고 그래서 대체 우리 보고 뭘 어쩌라는 거냐며 답답해하고 계셨을 단 한 분의 그 마케터님을 위해서 글을 시작하겠다.






<브런치 신인작가상>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쓴 글에 어젯밤 댓글이 하나 달렸다. 브런치의 인턴 지원자다. 그는 내게 물었다. 언제 가장 브런치를 포기하고 싶어 지냐고.      


나는 말했다. <지금이요.> 지금처럼 내가 생각했을 땐 진짜 진짜 잘 썼다고 생각한 글들이 생각보다 반응이 잘 안 나올 때(심지어 구독자수가 늘어나기보다 한두 명씩 줄기까지 할 때) 제일 포기하고 싶어 진다고.      


그럼요. 다 알죠. 아침에 눈 뜨자마자 확인하는 게 브런치 구독자 수인걸요 :)

  

그는 또 물었다. 언제 가장 연재 욕구가 불타오르시냐고. 나는 말했다. <조회수 잘 나오고 구독자수 미친 듯이 올라갈 때요. 아, 추가로 라이킷 수와 공유가 막 수십 건 이상 눌러질 때도 막 더 많이 더 빨리 새로운 글이 쓰고 싶어지더이다.>     


이 외에도 약 8개 정도 그가 내게 물은 것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답을 이 글 하나로 갈음하려 한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면 그가 원하던 대답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짊어지게 될지도.

바로,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마음의 짐 덩어리를.      


그에 의하면 브런치는 인턴 지원자들에게 일종의 해결해야 할 <미션>을 준다고 한다. 그중에서 그는

<브런치 작가들이 더 높은 수준의 동기 부여를 받아 더 나은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브런치 서비스가 제공해줄 수 있는 베네핏을 제안해주세요.>를 선택했다고.      


이 대목을 읽었을 때 나는 좀 의아해졌다.

브런치가 이걸 지금 <인턴 지원자>에게 물었다고?

번지수가 틀린 거 아닌가?     


이런 질문은 그들에게 할 질문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에도 기꺼이 브런치 연어가 되길 자처하며 정처 없이 글이란 이름의 바닷속을 헤매고 있는 <작가>들에게 해야 할 질문이지.     


얼마 전에 개설한 나의 구독자수 34명의 작디작은 유튜브 채널에서 나는 브런치에 있는 <나 혼자 읽기엔 아까운 글> 들을 찾아 읽어주는 코너. [글 읽는 밤]을 진행하고 있다.


설명한 걸로만 보면 뭔가 내가 직접 좋은 글을 찾아내서 선택하고 읽어주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아니다. 이 코너는 원래 100% 신청 제다. 나에게 신청만 하면 무조건 읽어준다. 물론 앞으로는 동료 브런치 작가인 글맛님의 조언(?)으로, 신청된 글 90%, 내가 선택한 글 10%의 비율로 운영해보려고 한다.


어찌 됐건 이렇게 시작한 [글 읽는 밤]은 어제자로 딱 3개의 영상이 제작된 상태다. 그 와중에 첫 번째 영상은 프로토 타입으로 제작해본 거라 내 글을 읽었다. (다른 작가님들의 소중한 글을 테스트 영상으로 쓸 순 없었다.)


그래서 실제적으로는 딱 2분의 신청자만이 나의 [글 읽는 밤]을 통해 본인의 글을 읽어 주십사 신청을 해주셨다. 당연한 결과다. 내가 뭐 막 베스트셀러를 몇 권이나 낸 유명 작가도 아니고, 10만 따리, 100만 따리 구독자를 보유 중인 유명 유튜버도 아니지 않나.


겨우 구독자수 34명에 불과한 신생 채널에 자신의 글을 읽어달라고 신청서를 직접 써서 제출할 사람이 어딨겠는가. 그런데 이 두 분은 했다.  그래서 나는 이 두 분이 너무 소중했다. 최선을 다해 읽어드려야겠다고 다짐했고, 실제로 그리했다.


뭔가 또 되게 재수 없어 보이는 말을 한 것 같아서 실제로 [글 읽는 밤]을 통해 자신의 글이 낭독된 작가 

덕규 언니 님과 구이년생 조대리님의 후기를 캡처해서 올린다.      




내가 이 캡처본을 올리는 건 <거 봐요, 내가 이 정도 라니까?> 뭐 이런 말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겨우 구독자수 34명의 채널에서 자신의 글이 읽혔을 뿐이었다. 조회수가 많아봐야 2-30회 나오는 채널에서 겨우 자신의 글 하나가 읽혔을 뿐인데도 그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모두 고맙다고. 너무 좋았다고. 얼굴도 모르고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서로 짠 것처럼 똑같이 하고 있다. (TMI지만 두 분은 서로 알지도 못한다.)     


[글 읽는 밤]을 계기로 나와 덕규 언니님은 절친이 됐다. 알고 보니 내가 몇 살 위라 그 뒤로 덕규 언니님이 날 언니라고 부르는데, 그 이후로도 언니 언니. 오늘은요 제가요 이런 글을 써볼 건데요. 그래서요 이게요. 막 이러면서 글에 대한 고민 혹은 신나는 마음을 시도 때도 없이 막 나에게 얘기한다. (귀찮다는 게 아니다. 귀여워서 그런다ㅎㅎㅎ)


이 정도만 얘기해도 충분할 것 같긴 한데 며칠 전에 벌어진 좀 더 스펙터클한 일에 대해서 아주 잠깐만 더 풀어 봐도 좋을 것 같다.      


<글 여행> 이라고요?     


글맛 작가님의 조언으로 <내가 읽어보고 좋다고 생각하는 글을 찾아 낭독> 하기 위해서 브런치에서 이런저런 글을 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다 딱 제목부터 끌리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브런치 작가끼리 ‘글여행’을 떠나다. - 유팬 작가님>


오호라.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찾아 낭독하는 콘텐츠를 운영 중인 사람의 입장에서 절대로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이었다.


1번부터 10번까지의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쭉 이어진 글은 제목 그대로 브런치를 하다가 친해진 작가 둘이서 강원도로 ‘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글 여행은 함께 만나 서로의 글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하고 쓰기 위해 계획되었단다.


브런치에서 알게 된 지 6개월 만에 서로를 <돈 언니>, <돈 돈생> (왜 그렇게 부르게 됐는지는 유팬 작가님의 원문에서 확인 바란다.)이라고 부르게 된 이들은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강원도 깊은 산속 통나무집에서 머그컵에 담긴 따뜻한 차를 홀짝이며 각자의 노트북을 열어 키보드를 두드린다.      


여기까지만 읽고서도 나는 너무 좋았다. 꼭 낭독을 해야겠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이게 끝이 아니다. 사실 이건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물론 브런치에서 돈 언니와 돈 동생이 만나 친해진 것까지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후 강원도로 그녀들이 여행을 떠났다는 부분부터 통나무집에서 각자의 노트북으로 서로의 글을 썼다는 <글여행>은 완전히 유팬 작가님의 100% 상상에 의해 쓰인 글이었다.


그저 그런(이런 표현을 써서 죄송하다.) 여행 에세이가 될 뻔했던 글이 순식간에 식스센스 급의 반전을 품은 희대의 역작으로 탈바꿈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 글을 정말 우연하게 봤다. 그저 브런치의 홈 메뉴에 들어가서 위로 스크롤을 쉴 새 없이 돌리며 겨우.


이쯤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왜 나는 이 글을 단지 정말 <우연히> 봤어야 했냐는 거다.


누군가 나서서 <여기 이렇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엄청나게 재밌는 글이 있습니다!>라고 좀 친절히 알려줄 순 없는 건가?


물론 브런치에는 <브런치 추천작품 선정>과 <브런치 에디터의 추천> 같은 큐레이션 기능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정된 바로 그 단 한 사람을 위한 것에 지나지 않다.


브런치는 처음부터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다며 탄생한 플랫폼이다. 단지 선택받은 몇 명의 누군가를 위해서 탄생된 플랫폼이 아니라.


그런데도 지금까지 브런치가 제공해온 큐레이션 기능들은 모두 <딱 한 사람>. <선택받은 바로 그 사람> 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끝내 지울 수가 없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 나야말로 브런치에게 선택받은 것 같은, 정말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하나인지도 몰랐으니까. (진짜 선택받았다는 건 아니다.)


나는 작년 12월 30일부터 올해 3월 20일까지 엄청나게 많은 브런치의 푸시를 받았다. 실제로 이 글을 읽은 사람들 중 내 글(혹은 브런치 북을) 하나 정도는 메인에서 한 번쯤 봤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브런치는 이상하리만치 내 글을 자주 노출시켜줬다.


그 덕분에 약 2년간 브런치를 해오면서도 절대로 깰 수 없을 것 같았던 구독자수 1,000명을 얼마전에 겨우 달성했고, 이후로 1100여 명으로 늘어나는 건 1,000명이 되기까지 걸렸던 시간에 비하면 거의 절반. 아니 거의 4분의 1도 안 걸린 것 같다. 그 정도로 미친 듯이 쭉쭉 구독자수가 늘었다.


그래서 내가 <왜 몇 사람들만 선택을 하냐>라고 말하는 건 어쩌면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일 수도 있다. 나만큼의 혜택도 받지 못한 브런치 작가들이야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많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딱 하나다. 누군가는 말해야 했으니까. 설사 그게 나라는, 베스트셀러는커녕 아직 저서조차 하나 출간한 적 없는 무명의 신인작가이자 브런치 내에서는 곧잘 푸시를 받던 구독자수 1,000 따리의 작가라고 하더라도 이런 얘기를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함을 느꼈다.


느껴졌기 때문이다. 브런치팀의 답답함이. 생각해보면 그들도 얼마나 갑갑하겠는가. 새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써주는 것이 브런치팀도 바라마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궁리를 많이 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 노력은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방향이 잘못됐다.


엄청난 필력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글을 일필휘지로 써내는 <선택받은 단 한 사람>이 아니라,


저희 브런치에는 동그란 분도 있고, 세모난 분도 있고, 육각형인 분도 있고, 별 모양인 분도 있습니다.라고,

단 한 번의 노출 기회도 얻지 못한 <못 가진 자>들로 그들의 시선이 향해야 브런치는 앞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지금 내 글에는 여러 명의 작가가 나온다. (심지어 브런치 작가를 관둔 자도 나온다. 인턴 지원자다.) 혹시 이 중에서 단 한 번이라도 이들의 글을 읽어 본 적 있는가? (있으시다면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글을 써오고 있을 겁니다.)


장담할 순 없지만 거의 없으리라 본다. 심지어 번역가로 10년 이상 활동해 오신, 내가 인정하는 엄청난 필력의 소유자인 글맛님조차 브런치 홈에 노출된 적은 거의 없다고 하신다. (다음 메인에는 몇 번 있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내가 그렇게 여려 번 선택되었는지 나도 참 알 길이 없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기능이 아닌, <선택받진 못했지만 열심히 쓰고 있는> 혹은 <이제 막 시작했지만 굉장한 필력을 가진 작가들>을 발굴하여 소개하고 최대한 알리는 것이 지금의 브런치팀이 <신인작가들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쓸 수 있게 독려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겨우 A4용지 4쪽에 불과한 이 글 하나에 나온 작가의 수가 나를 제외하고 총 5명이다. 나의 필력이 부족하여 겨우 이 다섯 분밖에 소개하지 못했지만 나보다 훨씬 엄청난 실력을 가진 그대들(브런치팀)이라면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더 소개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브런치여. 지금이라도 시선을 돌려라.

그대들이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야 할 곳은 <인턴 지원자>들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글을 계속 써야 하는 건지. 대체 내 글을 누가 봐주기는 하는 건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도 그럼에도 쓰기를 이어가고 있을 힘없는 신인 브런치 작가에게 눈을 맞추고 말을 걸어주시길.


그렇게 <브런치 고시>라는 글쓰기의 고통을 힘겹게 통과한 우리에게 또다시 <홀로 쓰다 고독사 하게 될 것 같은> 글쓰기의 힘겨운 경험을 반복하게 하지 말아 주시길.


.

.

.


이쯤에서 무거운 분위기를 한 번에 반전시킬 수 있는 미친 듯이 웃긴 글 하나를 소개하겠다.

위에서 소개한 유팬 작가님의 <브런치 재활원>


미리 고백하자면 나도 이미 브런치 재활원의 한 자리를 예약하고 온 환자 중 한 명이라는 점을 밝히며 이 글을 마친다.


(자꾸 내가 유팬님을 추천해서 뭔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지인이냐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서 다시 말씀드린다. 나는 이 분을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전혀 알지 못했다.)



(2020. 04.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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