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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Apr 28. 2020

딱 40분동안 쓴 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글 쓰는 밤]

안녕하세요, 글쓰는 백수, 백수라이터. 코붱입니다. :)


하루 종일 붙잡고 있어도 글이 잘 안 써져요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신 브런치 작가, 덕규 언니님의 하소연에 번뜩, 떠오른 콘텐츠. [글 쓰는 밤]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글 쓰는 밤]의 영상과 함께 제가 40분간 쓴 글 (퇴고 1도 안 거친 쌩 날것의 것)을 공개합니다.



https://youtu.be/i3Y-npyyUdk



오늘(4.28) 새벽 5시 6분부터 딱 40분 동안 쓴 글입니다. (퇴고X)


안녕하세요, 코붱입니다. 어젯밤에 덕규 언니님과 얘기를 하다가 떠올린 새로운 콘텐츠가 있었어요. 이름하야 <글 쓰는 밤>


덕규 언니님이 글을 쓰시는 게 너무 어렵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하루 종일 컴퓨터를 붙잡고 있어도 맘에 들게 글이 나오질 않는다고. 그 말씀에 착안해서 떠올린 콘텐츠예요.


어제 저는 <글이 너무 잘 써진다. 무섭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는데요, 요즘 저는 글이 참 잘 써지는 매우 축복받은 시기이긴 한데, 이런 저도 한글 창의 새하얀 빈 페이지를 볼 때면 처음엔 정신이 조금 아득해지긴 합니다. 이번엔 또 뭘 써야 할까….라는 생각에.


글쓰기를 막 시작했을 땐 더 했어요. 저도 덕규 언니님처럼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려봐도 마음에 쏙 뜨는 글이 나온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참에 <KMN 시간관리법>을 알게 됐어요. 김명남 번역가님이 고안해내신 시간관리법인데요, 1시간을 40분과 20분으로 나눠서 사용하는 방법이에요. 40분 동안은 글만 쓰고, 20분간은 휴식을 취하는.


그런데 필수 준비물이 하나 있어요. 바로 타이머예요. 사실 “지금부터 40분 동안 글만 쓰자!”라고 마음먹어도 진짜 글쓰기 하나에만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타이머가 필요합니다. 글을 써야 하는 40분 동안은 오로지 글만 쓸 수 있기 위해서. 타이머의 시간을 40분으로 세팅하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그때부터 딱! 40분 동안은 오로지 글만 쓰는 거예요. 핸드폰은 비행기 모드로 해두고서요. 오로지 글쓰기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렇게 40분 동안 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상관없이 일단 막 써요. 어차피 처음부터 제 마음에 쏙 드는 글을 쓰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조금 모자라고 부족하고 마음에 안 드는 글들이 나올 테지만 나중에 고쳐서 쓰면 되니까 괜찮습니다.


<노인과 바다>라는 세계적인 명작을 쓴 헤밍웨이가 그랬잖아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정확히는 기억 안 나는데 <노인과 바다>는 초고가 완성되고도 거의 만 번 이상? 고쳐 쓴 글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제가 정확한 내용을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TMI)보통의 경우 정말로 찾아보고 정확한 사실을 기재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무튼 글은 확실히 고칠수록 좋아져요. 그건 제가 보장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약 2년간 썼던 글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글들을 꼽아보라면 작년 11월 13일에 발행한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브런치북에 수록된 글들이에요.


제가 왜 딱 1개, 2개 이렇게 콕 집어서 말을 안 하고 <글들>이라는 단어를 썼냐면, 실제로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라는 브런치 북에 수록된 총 11개의 글들 모두 다 잘 썼다고 자부할 수 있어서 그래요.


좀 뻔뻔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건 다 이유가 있어요. 그 11개의 글은 제가 엄청나게 고쳐 썼거든요. 1개 글당 퇴고를 최소 3-4번씩은 했던 것 같아요. 그것도 하루에 3번, 4번 다시 보고 쓰는 게 아니고요, 하루에 1번씩만 퇴고를 해서 글 1개당 평균 퇴고 기간이 3일 정도는 걸린 것 같아요.


왜 이렇게 나눠서 퇴고를 하냐면요, 글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게 오늘 봐서는 별로 손 볼 데가 없을 것 같은데도 막상 다음날 열어보면 군데군데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하룻밤 자고 나면 좀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제 글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삼 사일씩 나눠서 퇴고를 했어요.


물론 그때도 타이머를 설정해두고 글을 썼습니다. 40분간 글 쓰고 20분간 휴식하고. 또다시 40분간 글 쓰고, 20분간 휴식하고.


이렇게 타이머를 켜 두고 글을 쓰면 가장 좋은 점은 일단 집중도가 엄청나게 많이 늘어나요. 저는 지금 촬영 때문에 타이머를 제가 보는 방향으로 설정해두고 있진 않지만, 평소에는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가 잘 보이는 방향으로 타이머를 놔두고 글을 쓰거든요.


막 글이 잘 써질 땐 사실 별로 타이머를 볼 일도 없지만, 문제는 글이 잘 안 써질 때예요. 글이 너무 안 써지는데 글 써야 하는 시간은 막 30분 28분 남고 그러면 진짜 한숨 나와요.


그런데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안 써지는 글을 앞으로 딱 28분만 더 쓰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힘내서 마지막까지 글을 쓸 수 있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제 타이머에는 또 좋은 기능이 하나 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람이 한 번씩 울려준다는 건데요, 10분 남았을 때, 5분 남았을 때 한 번씩 알람이 울려요.


그래서 막 글을 쓰고 있다가 갑자기 알람이 한번 삑! 울리면, 그때부턴 뭐랄까 머리가 완전 초고속으로 돌아간다고 해야 할까요.. 안 되는 짱구라도 막 열심히 굴려보게 되더라고요. 앗! 벌써 10분밖에 안 남았단 말이야?!! 하면서요.


사람마다 각자에게 맞는 글쓰기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이 KMN 시간관리법이 저한테 너무 잘 맞았어요. 엇! 방금 10분 남았다는 알람이 울렸어요! 괜히 마음이 막 급해지네요. 조금 진정을 하고 마저 글을 써보겠습니다.


음, 이렇게 알람이 한 번 울리면 엇! 빨리 써야겠다! 는 마음이 막 들어요. 글이 잘 써질 때는 알람이 울리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쓰게 되지만 글이 안 써질 때는 이렇게 알람 소리에 화다닥 놀라곤 합니다.


그 말인즉슨, 이 글은 지금 별로 마음에 드는 글이 아니에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쓰는 글이라 그런지 잘 안 써져요. (글이 너무 잘 써져서 무섭다고 말했던 게 무색하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 있는 건, 한 번쯤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글이 잘 안 써지지만, 그래도 설정한 40분의 시간만큼 뭐라도 쓰면 일단 뭐라도 나온다는 것을요.


제대로 영상이 촬영되고 있는지도 좀 걱정이 되네요. 이렇게 열심히 썼는데, 핸드폰 카메라가 막 녹화가 안 되고 있고 그러면 어쩌죠..? 어쩔 수 없죠 뭐, 그땐 그냥 재촬영하는 수밖에.


어차피 지금 한 번만 글 쓰고 말게 아니니까 상관없어요. 제 삶에서 글쓰기는 이제 어쩌다 한 번 하고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삼시 세끼 밥을 먹는 것과 같이 당연하고도 일상적인 활동으로 자리 잡았거든요.


이제 5분 남았다는 알람이 울렸어요. 슬슬 글의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아, 마지막으로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을 하면서 마무리를 해보겠습니다.


여러분, 제가 오늘 글쓰기를 잘하는 비법! 같은 걸로 1시간을 40분/20분씩 나눠서 사용하는 방법을 말씀드렸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차원에서의 방법일 뿐이지 정답은 아니라는 거, 아시죠?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정답은 따로 있어요. 바로, <부담 없이 그냥 일단 막 쓰자. 꾸준히.>예요. 여기서 방점은 <부담 없이>와 <꾸준히>에 있습니다.


글쓰기가 때로는 참 고되고 외로운 일이긴 한데요, 나름의 희열이 분명히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대부분의 희열은 내가 봐도 진짜 이건 고칠 게 없다. 너무 괜찮다.라는 느낌이 오는 글이 완성됐을 때인 것 같아요.


물론 그런 글을 한 번에 써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쓸 수 있다고 믿는 이유는 글쓰기에 앞서서 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이 글은 절대 내 마음에 쏙 들게 나올 리가 없다는 것을요.


어차피 나의 초고는 엄청나게 엉성하고 부족할 테니까 그냥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을 비우고서 일단 써보자고. 나중에 고치면 되니까.라는 마음가짐에 대한 준비가 이미 저는 몸에 체화되어 있어요.


그러니 여러분들께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시작해보시면 좋겠어요.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쓸 거야!라는 마음으로 글쓰기에 접근을 하면 글 쓰는 작업이 매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완벽보다는 누더기 같은 나의 초고를 기꺼이 몇 번이고 고쳐 써서 내 마음에 쏙 드는 글로 조금씩 완성시켜 나가겠다는 그런 꾸준한 마음을 가지시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글 쓰는 밤, 코붱이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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