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는 있고 브런치에는 없는 것
브런치는 사용자 친화적인 플랫폼이 아니다. 이건 그간 내가 발행해온 몇 개의 글(내 글이 왜 나에게 추천되나요?/브런치 최신 글 좀 맨 위로 올려주세요/‘브런치 팀에 바란다.’ 공모전을 해봅시다)을 통해 몇 번 내 생각을 표현해왔다.
그런데 오늘 아침. 한 브런치 작가님과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브런치에 <차단 기능>을 만들어 달라 건의했으나 <현재 브런치에는 차단 기능은 없다. 추후 개선 시 검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답변만 받았다는 것.
사실 이 분 외에도 몇몇 브런치 작가분들께서 언급하신 내용이다. 브런치에는 <차단> 기능이 없고, 브런치 고객센터에 <차단> 기능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것.
그랬기에 내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한 분도 아니고 벌써 여러 명의 브런치 작가가 같은 요구를 하고 있음에도 브런치는 <차단> 기능을 만들지 않고 있기 때문에.
몰라서 못하는 거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이유>라도 있는 걸까? 그 이유 때문에 수많은 브런치 유저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자기만의 글을 써내는 브런치 작가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차단> 기능을 만들어줄 수가 없는 걸까?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브런치에는 <차단> 기능이 없다. 내 글에 악의적인 댓글을 쓰는 사람이 나타나도 그 사람을 <신고>할 수는 있지만 글쓴이가 바로 해당 사용자를 <차단>하여 다시는 내 글에 어떠한 댓글도 남길 수 없게 하는 기능 자체가 없다.
모든 플랫폼이 다 그런가 해서 네이버, 티스토리, 유튜브 등을 빠르게 살펴봤다. 네이버 블로그와 티스토리 블로그 모두 신고 기능은 있지만 차단 기능은 없다. 대신 <삭제> 기능은 있다. 여기까지는 브런치와 동일하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살펴본 유튜브는 조금 달랐다.
유튜브에 올린 내 영상에 댓글이 달리면 채널 주인장은 해당 댓글을 고정할 수도 있고, 삭제할 수도 있고, 신고할 수도 있고, 아예 해당 댓글을 쓴 사용자를 내 채널에서 숨겨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차단된 사용자의 정보는 유튜브 스튜디오의 <설정> 화면에서 언제고 수정, 삭제가 가능하다.
유튜브 스튜디오의 <설정-커뮤니티> 메뉴에서는 앞서 설명한 <숨겨진 사용자(차단된 사용자>의 정보를 추가하거나 삭제할 수도 있고, 다음과 같이 <차단된 단어> 즉, <금지어>를 설정할 수도 있다.
예시로 적은 <똥개>, <바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내 영상에 달리는 즉시 해당 댓글은 채널 상에 표시되지 않는다. 그 대신 아래와 같이 <스팸일 수 있는 댓글> 메뉴에 자동으로 분류되어 채널 주인의 의사에 따라 해당 댓글은 그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은 채 조용히 삭제될 수도 있고 채널에 표시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채널 주인에게 더 높은 <자율성>을 부과한다.
마지막 기능은 영상을 업로드할 때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인데 <댓글 및 평가> 메뉴의 맨 마지막에 있는 <댓글 사용 안 함>을 선택하면 해당 영상에는 그 어떠한 댓글도 달 수가 없다.
이렇게 영상을 올리는 단계에서부터 아예 댓글 창 자체를 닫아버림으로써 채널의 주인은 행여나 받게 될지도 모르는 <악플>의 고통에서 손쉽게 벗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차단>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이 과연 브런치 내에서는 구현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기능인 걸까? 비록 아마추어이지만 내가 보기엔 아니라고 본다.
어쩌면 구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기 위해서 특정 사용자를 <차단>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표현의 자유> 중요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에 나오는 것처럼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것에 나 역시 동의한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사용자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방향>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고통> 받고 <상처> 받는 사용자가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나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저 <표현의 자유>를 위한다는 말 뒤에 숨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브런치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차단> 기능을 못 만들어주겠으면 최소한 <댓글 창 자체를 막는 기능>이라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브런치의 사용자에게 내가 쓴 글에 달리는 <선의의 댓글>도 <악의적인 댓글>도 모두 표시되지 않게 하는 자유 하나 정도는 허락해주었으면 한다.
브런치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 작가이자 앞으로도 브런치를 꾸준히 이용하고 싶은 유저의 입장에서 최소한 그 정도의 안전장치는 브런치가 제공해주었으면 한다.
이것마저 외면한다면 나는 그나마 남아있던 브런치에 대한 애정이 정말 많이, 없어질 것 같다.
이 글은 곧 요약하여 브런치 고객센터를 통해 해당 내용(사용자 차단 기능 신설 혹은 댓글창 없애는 기능 신설)을 정식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2020.07.17 11:03)
빠른 시일 내에 제공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정말로 빠른 시일 내에 제공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0.07.17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