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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May 08. 2020

'브런치 팀에 바란다.' 공모전을 해봅시다.

진짜 마지막으로 적습니다.

원래는 더 이상 이런 제목의 글은 쓰지 않으려고 했다. 너무 나대는 느낌이 강해서다. 내가 뭐 브런치팀 관계자도 아니고, 구독자수 1100여 명의 찌끄래기 듣보 작가가 자꾸 선동하는 듯한 글을 싸지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런 발칙한(?) 제목의 글을 발행하는 것은 며칠 전에 쓴 <수없이 사라졌을 ‘글 쓰는 밤’을 위하여>라는 내 글에 달린 한 독자님의 댓글 하나 때문이었다.



이 댓글을 본 순간, 나는 그동안 내가 놓치고 있었던 아주 중요한 한 가지가 무엇인지 알아냈다.

바로 <독자>다.


브런치에는 <작가>도 있지만 <독자>도 있다. 그들은 브런치의 <예비 작가>이기도 하고, 브런치에 있는 수많은 작가들의 글을 하나씩 읽고 라이킷과 댓글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써온 2편의 글은 모두 <작가>를 위한 제안에 지나지 않았다. 브런치에 있는 ‘실력은 있으나 제대로 된 푸시를 못 받은 <작가>’를 정기적으로 발굴하고 소개해달라는, 그리고 그들의 힘없는 등을 밀어 달라는 제안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만큼이나 중요한 또 하나의 존재. <독자>에 대한 생각을 놓친 것이다.


최근에 나는 브런치에 자주 접속한다. 브런치 작가분들의 글을 읽어드리는 [글 읽는 밤]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하루에 최소 3-4시간은 브런치를 켜고 글을 읽는 것 같다. 원래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은데 내 첫 책의 원고 마감이 5월 말이라 이 정도가 한계다.


그렇다 보니 요즘 내가 브런치를 이용하는 것은 글을 쓰고 발행하는 <작가>의 입장에서가 아닌 남의 글을 읽고 감상을 표하는 <독자>의 입장일 때가 많다. 그 결과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온 거다.      



첫째. 내가 구독하는 작가의 글을 찾아보기가 불편하다.


브런치를 이용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브런치 어플은 접속하는 순간, 그 날 브런치가 선정한 단 하나의 브런치 북이 메인에 뜬다.


어떤 기준에 의해 선정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브런치팀에 의해 선정된 단 하나의 작품이 메인을 차지하고 그 이후 이어지는 글들도 대부분 브런치팀이 선정한 글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근거는 없다. 다만 PC버전으로 브런치에 접속할 때마다 메인에 나오는 대부분의 글들이 모바일 버전에서도 쉽게 눈에 띄기에 해본 나의 ‘추측’이다.)     


내가 구독 중인 작가 분들의 새 글을 보기 위해서는 브런치의 메뉴 중 <피드>라는 메뉴에 들어가서 <피드/매거진/작가>의 카테고리로 나눠진 화면에서 내가 알아서 찾아봐야 한다.      


한 마디로 <엄청나게 손이 많이 간다.>     



그냥 브런치 어플을 켜자마자 내가 구독 중인 작가분들의 새 글이 최우선적으로 뜨게 해 주면 안 되나? 혹시 그런 알고리즘을 짜는 게 많이 어렵나? (상경계 전공이라 그런 쪽은 전혀 모른다.)     


왜 나는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이토록 <번거롭게> <찾아가면서> 읽어야 하는가.     


 

모든 사이트의 추천 알고리즘이 이런가 싶어서 내가 브런치 다음으로 많이 이용 중인 사이트인 <넷플릭스>에 들어가 봤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캡처 화면을 첨부한다. (일본 거주자라 일본어 화면인 점, 이해 바랍니다.)     

심지어 매치도(내가 얼마나 재밌게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까지 뜬다...!


일단 접속만 하면 <현재 시청 중인 콘텐츠(視聴中コンテンツ)>가 가장 먼저 상단에 뜬다. 그 아래로 현재 넷플릭스 안에서 <인기 급상승 중인 작품(人気急上昇の作品)>이 뜨고, 그 아래로 <***라는 작품을 본 당신에게 추천하는 작품(はたらく魔王さま! をご覧になったあなたへ)>이 뜬다.      


이것만 봐도 감이 오지 않는가?     

넷플릭스의 메인화면은 철저히 사용자 중심이다.


당신이 방금 전까지 시청한 콘텐츠들을(하나가 아니다! 여러개다!) 가장 먼저 알려주고, 그다음으로 지금 넷플릭스 안에서 인기 급상승 중인 것들 중엔 이런 것도 있다고 알려준다. 심지어 마지막엔 어? 너 이거 재밌게 봤네? 그럼 이것도 한 번 봐 볼래? 라며 내 취향에 맞을법한 작품까지 친절히 추천해준다.     


이에 반해 브런치는 어떠한가. 시작부터가 브런치팀에서 선정한 작품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추천되는 작품들도 거의 브런치의 선택 내지 메인에 걸린 글들 위주다. (가끔 Do you like it?이라는 제목으로 내 취향에 맞춘 듯한 글도 추천이 되는데 그 빈도가 브런치가 선정한 글이 자동으로 추천되는 것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다.)     


한 마디로 <사용자 중심이 아니다.>     


브런치를 사용할 때마다 마치,

<너의 취향 따위는 모르겠으니 내가 고르고 골라 엄선한 것들만 봐라.>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 친해진(저 혼자만의 착각이려나요..?) 브런치 작가 고재욱 님은 아예 브런치 홈에 뜨는 글은 읽지도 않으신다고 한다. 차라리 <브런치 나우>라는 메뉴에 들어가서 <브런치 최신 글>에 뜨는 글들 중 재밌어 보이는 걸 찾아 읽으신다고.


그 말을 듣고 나도 어젯밤에 잠깐 <브런치 나우>에 들어가 <브런치 최신 글> 메뉴에 들어가 봤는데, 진짜로 이런 글이 브런치에 있었나? 싶은 것들이 가득했다. (약 30분 동안 <브런치 최신 글> 메뉴에서 내가 읽은 글이 5-6개 정도 되는데 이 중 라이킷을 누른 게 3-4개 정도 된다.)     


브런치는 작가들만의 놀이터가 아니다.

혹시라도 브런치팀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제라도 생각을 고쳐 주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독자>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독자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아무리 기깔나게 멋진 글을 뽑아내도 그걸 읽어줄 사람이 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나 역시 처음에 브런치를 시작할 땐 내 얘기를 <쓰러> 왔다. 남들의 글과 이야기를 찾아 읽기보다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브런치를 선택했고 근 2년을 대부분 그렇게 <글 쓰는 사람>으로서 브런치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최근 들어 브런치 내에서의 나의 포지션은 <작가> 보다는 <독자>에 더 가까워졌다. 글을 <쓰기> 보다는 글을 <읽으러> 브런치에 들어오고 이용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내가 놓치고 있었던, 가장 중요한 하나의 존재. <독자>를 알아차렸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처지를 바꿔 생각한다는 뜻이다.

나는 지금의 브런치팀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길 바란다.


운영자 중심으로서의 브런치가 아닌, <작가>와 <독자>라는 사용자 중심의 브런치로 거듭나기를 브런치를 애용하는 한 유저로써 진심으로 바라본다.           



.

.

.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아예 이참에 <브런치 팀에 바란다>라는 이름의 공모전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나 말고도 브런치 팀에 대해 이런저런 바라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실제로 그러한 글을 최근에 여럿 보기도 했다.)     


사실 이런 글은 브런치에 웬만한 애정이 없고서야 쓸 수가 없다. 괜히 이런 말 했다가 욕먹을 수 있고(지금 나도 좀 무섭다.) 이것 때문에 브런치 팀에 밉보이기라도 하면 괘씸죄에 걸려서 내 글이 다시는 메인에 선정되지 않거나 추천작품으로 선정되지도 못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제외하고서도!)


그러니까 이참에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그 안에서 괜찮은 아이디어를 채택하여 상금을 주거나 혜택을 주는 <브런치 팀에 바란다> 공모전을 해보는 거다. 최근 진행 중인 EBS 라디오 공모전처럼 키워드 하나만 설정하면 될 일이다.


물론 나는 참가 안 한다. 내 글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상금이나 혜택 같은 걸 바라고 이런 글을 쓴 게 아니다. 그저 더 많은 분들이 더 나은 브런치가 되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떠올린 아이디어 일 뿐이다.


이것이 실제로 진행될지 어떨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지금의 브런치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은 더 이상 운영진이 아닌, <작가>와 <독자>라는 브런치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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