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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Aug 04. 2020

내 글은 성장하고 있다

조금씩, 꾸준히

나는 2018년부터 서야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이런저런 글을 끄적이긴 했지만 그 글들을 '제대로 된 글'에 포함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공부하며 쓴 글이 아니라서 그렇다. 


나는 2018년도부터 서야 글쓰기 공부를 하며 글을 썼다. 당시에는 한국에서 살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수많은 오프라인 글쓰기 강의를 들을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런 것들은 별로 끌리지가 않았다. 


내가 택한 글쓰기 공부 방법은 '책 읽기'였다. 그중에서도 '글쓰기'에는 정평이 나 있는 분의 저서를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가장 처음으로 읽었던 책은 유시민 작가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었다. 어려웠다. 내용이 좋은 것 같기는 한데 내 실력이 그분의 글을 소화할 단계가 아닌 것 같았다. 


좀 더 쉬운 글이 없을까 생각하던 찰나 김우태 작가의 '오늘도 조금씩'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남편과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김우태'라는 작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그는 내가 처음으로 접한 글쓰기의 대가 유시민 작가와 비교하자면 거의 무명에 가까웠으니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책이 나한테 그렇게 딱 맞을 수가 없었다. 내용도 유익했지만 내 주제에 글을 써도 괜찮을지 고민하고 있던 당시의 내 등을 힘껏 밀어주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조금씩'은 김우태 작가의 첫 저서였다. 이후에 구입해서 읽은 김우태 작가의 또 다른 저서 '내 인생의 첫 책 쓰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그는 사람마다 읽을 수 있는 글과 쓸 수 있는 글의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사람마다 수준이 다르다. 모든 사람의 수준이 다 고차원은 아니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보자. 사람마다 수준이 1단계, 2단계, 3단계부터 10단계까지 있다고 보자. 1단계의 사람이 10단계의 책을 읽을 수 없다. 1단계는 2단계나 3단계까지가 딱 읽기 좋다.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이라는 책들을 1단계가 읽어낸 재간이 없다.
(중략)
이는 저자에게도 통한다. 3단계의 저자는 3~4단계를 위해 책을 쓴다. 물론 5단계 이상이 본다면 무진장 유치할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이런 것도 책이라고 쓰네." 그러나 1,2,3 단계의 사람들은 많은 도움과 공감을 받을 수도 있다.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 김우태 저 / 더블엔(2017)>


김우태 작가의 이 말은 이 정도의 글을 겨우 쓰고 있는 나를 엄청나게 위로해줬다. 맞다. 내가 쓴 글에 공감하고 위로받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하나씩 글을 써나가자. 그렇게 나 스스로를 격려했다.


그 이후에 구입한 책은 강원국 작가의 '강원국의 글쓰기'였다. 2018년 6월 25일에 나온 이 책은 책 내용도 읽어 보지 않고 그냥 샀다. 그리고 후회했다. 역시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의 나로서는 아직 이 책의 내용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19년의 어느 날. 나는 드디어 이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에 나는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린 지 1년이 좀 넘었고 그 사이 잘 썼건 못 썼건 부지런히 글을 써서 브런치에 업로드하고 있었다.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수많은 글쓰기 및 에세이 쓰기 관련 책도 두루 섭렵한 뒤였다. 그래서였을까. 그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 다시 펼쳐본 '강원국의 글쓰기'는 그제야 제대로 읽히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사이 나의 책 읽기 수준도 몇 단계 성장했던 모양이다. 최근에 다시 읽게 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역시 이제는 술술 읽힌다.


여기까지가 나의 글쓰기 실력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신 스승님들에 대한 소개였다. 마지막으로 한 분을 더 소개하고 싶다. 몇 번 이전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나의 멘토이신 전 직장의 팀장님이다. 


팀장님은 예전에 출판사를 운영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시인의 산문집도 출간했을 정도로 나름 저력 있는 곳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여러 가지 사정상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도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외서(일본 책) 기획과 번역일을 하고 계신다.


내가 이분을 나의 글쓰기 스승님이라 칭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좋은 책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이제 곧 출간을 앞두고 있는 나의 첫 책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의 초고에 해당하는 원고를 내가 집필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셨을 때 팀장님은 내게 이런저런 책을 많이 추천해주셨다. 쓰고 있는 글에 도움이 될 거라는 뜻에서였다. 그리고 실제로 큰 도움을 받았다. 


물론 팀장님께서 추천해주신 모든 책이 나와 맞았던 것은 아니었다. 더러는 내가 읽기엔 아직 어려운 책도 있었다. 그런 책들은 아마 당시의 내가 그 책을 읽어낼 수준이 안 되었기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생각난 김에 그렇게 못 읽었던 책들도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겠다.) 하지만 개중엔 정말 너무나 공감 가고 감명 깊게 읽은 책도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책은 실제로 나의 원고 집필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렇듯 작가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쓰기와 읽기, 두 가지가 모두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읽기'는 글쓰기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글쓰기 책'과 나만의 글을 써나가기 위한 '양분이 될만한 책'을 동시에 읽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글쓰기의 스킬적인 면과 내용 적인 면 모두를 동시에 높일 수가 있다.


요즘은 얼마 전 출간된 강원국 작가의 신작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틈틈이 읽고 있다. 나의 글쓰기 스승이 내신 책이니 놓칠 수 없었다. 전자책이 없으면 해외배송으로라도 주문해서 종이책을 받아보려고 했는데 다행히 출간과 동시에 전자책까지 출간해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글쓰기 책을 읽으면서도 팀장님께 '좋은 책을 추천해 주십사' 부탁도 드렸다. 쓰고 싶은 원고가 또 하나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 생각이 무르익진 않아서 당장 원고를 쓸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내 글의 스킬적인 부분과 내용적인 부분에 도움이 될만한 좋은 책을 꾸준히 읽고 설익은 생각을 하나씩 글로써 꺼내어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초고가 완성되어있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아직 세상에 내보이기엔 민망할 수준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최근엔 번역까지 시작하면서 번역투로 오염된 이상한 우리말이 아닌 한국어 문법과 문화에 맞는 '자연스러운 우리말 문장'에 관한 책도 보고 있는 중이다. 이 모든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내 글은 또 얼마나 성장할까? 상상만으로도 너무 신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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