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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Aug 16. 2020

나를 위해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말자

[독서노트 -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with 밀리의 서재)]


<이 책에 관심이 생긴 이유>


1. 신예희 작가의 전작 <지속 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를 굉장히 재밌게 읽었음

2. 제목이 무척 신선하고 특히 '돈지랄'이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옴

3. 개인적으로도 돈은 모으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돈지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음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1. 삶의 고단함을 느끼는 자. 그래서 미친 듯이 웃고 싶은 자

2. 돈지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 (돈지랄에 대한 당신의 편견이 사라질 것이다)

3.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것인지 알고 싶은 20-30대 사회 초년생



<가장 감명 깊었던 내용 3가지만 꼽아 보자면>


건조기도 식기 세척기도 트롬 트라일러(아휴, 이것도 너무 갖고 싶다)도 하나씩 야금야금 장만할 것이다. 그 물건들은 내 시간을 어느 정도 아껴줄 것이고, 내 수고를 어느 정도 덜어줄 것이다.

내 몸뚱이를 갈아 넣는 대신 돈을 썼으니 그 시간에 나는 내 일을 할 것이다. 혹은 편히 쉬거나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신예희 저 / 드렁큰 에디터(2020)> 중에서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왠지 내가 좋고 나 편해지자고 쓰는 돈은 어쩐지 아깝게만 느껴졌다. 일정하게 벌어들이는 소득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나를 위해 돈 쓰는 것이 고민됐다. 그런 나에게 괜찮다고. 마음 편히 돈 써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던 내용. 


돈을 쓰는 대신 시간을 얻을 수 있다니. 엄청나게 설득당했다. 앞으로 나는 내 시간을 벌어다 주는 일에 쓰는 돈은 더 이상 아깝게 여기지 않으려 한다. 든든한 동지 한 명이 생긴 기분이다.



매일같이 요리한다면 좀 더 괜찮은 조리도구를 원할 것이고, 자전거를 자주 탄다면 더 가볍고 튼튼한 소재의 자전거를 원하겠죠. 그런 겁니다.

그리고 우선순위는 영원하지 않다. 오늘의 나에겐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가슴 떨리고 행복한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신예희 저 / 드렁큰 에디터(2020)> 중에서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이렇게 깊은 통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니. 신예희 작가의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문장 속 담겨 있는 묵직한 메시지를 읽는 즐거움은 전작(지속 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을 통해서 익히 경험해봤다. 그랬기에 이 책도 무척 기대하고 읽었다. 역시 좋다. 아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다. 


나에 대한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다소 무겁게 여겨질 수 있는 내용을 이토록 위트 있게 전달하다니. 존경합니다 신예희 작가님!!!



우선순위의 가장 맨 위엔 언제나 내가 있다. 무엇도 내 위에 있지 않다. 누가 뭐래도 그건 지킨다. 음식을 만들어 제일 맛있는 부위를 나에게 준다. 내 그릇엔 갓 지은 새 밥을 담는다.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좋은 걸 몰아주지 않고 공평하게 나누어 먹는다. 영 손이 가지 않을 땐 아깝다는 생각을 접고 음식물쓰레기로 처리한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신예희 저 / 드렁큰 에디터(2020)> 중에서


우선순위의 가장 맨 위에 본인을 둔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자기만 알고 남은 배려할 줄 모르는 '이기 주의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을 가장 우선시하여 챙기겠다는 신예희 작가의 선언(!)이 너무도 멋지게 느껴졌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남을 위해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나를 존중하면서도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나는 아직까지 많이 만나진 못했는데 신예희 작가는 왠지 그렇게 행동할 것 같은 사람이다.


남을 배려하면서도 나 역시 존중하는 사람. 남과 나 사이의 균형점을 잡아 모두가 행복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긴 하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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