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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Sep 02. 2020

나를 초월하는 힘

마음이 꺾여도 다 포기하고 싶어도 끝내는 행동할 수 있는 이유

한 때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막막해서 그랬다.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을 기대할 수 있는 직장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마땅히 할 수 있는 알바도 없는 내가 택한 ‘글쓰기’라는 일을 몇 년째 이어가면서도 때때로 나는 불안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직장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하다못해 카페에서 서빙을 하든 주방에서 접시닦이를 하든 뭐든 해서 돈을 좀 번다면 어떨까. 


소득 없는 생활이 길게 이어질수록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에 대한 간절함은 갈수록 커졌다. 그랬던 내가 어느새 그러한 생각을 멈추게 됐다.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예지력이 생겨서는 아니었다. 전혀 엉뚱한 능력이 생겼다. 바로, ‘나를 초월하는 능력’이다.



나를 초월하는 능력



나를 초월하는 능력이라니. 뭔가 엄청 대단한 것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부담감이 물씬 생기는데, 미안하다. 안타깝게도 그대들의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를 초월하는 능력’은 사실 별거 없다. 그냥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얼어붙어있는 나를 깨워 ‘뭐라도 해보는 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나를 초월하는 능력’이다. 


나를 초월하기 위해서는 나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돈 못 버는 내가, 글쓰기 외엔 별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내가 뭐 어때서 그러느냐고. 그렇게 말하는 너(나)는 뭐 얼마나 잘났느냐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고. 너(나)는 언제 한 번이라도 네가(내가) 좋아하는 일에 미친 듯이 뛰어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내일 당장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하루를 단 하루라도 살아본 적이 있느냐고.


그렇게 나 스스로를 초라한 존재로 여기게끔 만드려고 안간힘을 쓰는 내 안의 목소리를 향해 있는 힘껏 소리친다. 그러고 나서 행동한다. 내가 말한 대로 내가 좋아하는 일에 뛰어들어 뭐라도 해보는 모습을 보여줘야 그제야 나를 괴롭히던 목소리는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물론 내 안의 소리는 언제 어느 때고 튀어나와 나를 괴롭힐 준비를 하고 있다. 또다시 내 마음이 약해졌을 때, 내 의지가 한풀 꺾였을 때, 어김없이 튀어나와 집요하게 나를 괴롭힐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늘 내 안의 소리와 싸울 준비를 한다. 

전열을 정비하고 총칼을 대신할 나만의 강력한 무기를 갈고닦으면서.


내 안의 소리를 위협할 나만의 무기는 ‘행동’이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며 내가 원하고 바라는 미래를 하나씩 만들어나가기 위해 ‘무엇이든 해보는 것’이 나를 무시하고 비웃고 이제라도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내 안의 소리를 없앨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준다.


어제는 오전 내내 유튜브를 봤다. 일종의 ‘시장조사’였다. 현재 제작 중인 영상 콘텐츠, ‘글 읽는 밤’의 시즌2를 어떤 내용으로 꾸며서 어떤 형식으로 만들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하루 반나절을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니 문득 우울해졌다. 비교가 시작돼서 그랬다. 내가 참고로 했던 몇몇 채널의 평균 조회수는 적게는 몇 천, 많게는 수만이 넘었다. 그에 비해 내 영상의 평균 조회수는 많아야 세 자리, 대개의 경우 두 자릿수를 겨우 넘겼다. 솔직히 말해 기운이 빠졌다. 그리고 이때를 놓치지 않고 내 안의 목소리는 목청껏 소리쳤다.


‘야, 이 사람들이 이렇게 잘 나가고 있을 때 넌 뭐 하고 있냐? 겨우 이 정도의 일을 하기 위해서 너의 모든 시간과 체력과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는 거야? 그래도 계속할래? 이제라도 관둬. 넌 틀렸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나를 집어삼키려 드는 내 안의 어둠에 거의 잠식될 뻔했을 때쯤, 달력을 봤다. 9월 1일. 아직 9월 1일이었다. 


나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올해 말까지는 조회수가 몇 회든, 구독자수가 몇 명이든 상관없이 매주 2개씩 영상을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나에게는 아직 4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올해 말 까지는
조회수가 몇 회든 구독자수가 몇 명이든 상관없이
영상을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움츠러들었던 마음에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내 마음속 누군가를 향해 소리쳤다. 허튼소리 하지 말고 꺼져버리라고. 


그렇게 나는 매번 나와 싸우고 이긴다. 아직까지는 승률 100%다. 아마 올해 말이라는 나만의 데드라인을 만들어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잘 될지 안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일에 ‘나의 평생을 바치겠다!’는 말은 희망적으로는 보이지만 무게가 없다. 하지만 ‘평생은 모르겠고, 올해 말까지는 뭐든 다 해보겠다!’라는 말은 다소 엉성해 보이긴 하지만 왠지 실현 가능해 보인다. 막연한 언젠가가 아닌 올해 말이라는 뚜렷한 기한을 정해두고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나를 초월하는 힘’은 나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한다. 나에 대한 믿음은 ‘행동’으로써 굳어진다. 나는 나를 믿는다. 그간 힘내 온 나를 믿고, 앞으로도 내 안의 목소리를 이기며 행동해 나갈 나를 믿는다.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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