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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Oct 10. 2020

전자책으로만 출간한 이유

나만의 실험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내 책의 서평을 발견했다. 며칠 전 출간된 『쓰기 중독자의 브런치 덕후 생활』에 대한 서평이다.


본인은 종이책 러버라 지금까지 전자책(e북)을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해보신 적이 없다고 하신다. 그런데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를 쓴 작가의 신작이 전자책으로만 나온다고 하여 생애 처음으로 전자책을 구매하게 되셨다고. 이는 전자책을 ‘경험하는 소비’의 시작점이 되었으며 종이책과 더불어 전자책으로도 책을 읽고 즐길 수 있다는 '독서방식의 확장'을 가져왔다고도 말씀하셨다.


이 서평을 읽은 순간, 울컥했다. 내가 두 번째 책을 오직 전자책으로‘만’ 출간한 이유에 대해서 너무나도 정확히 이해해주셨고, 전자책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 너무나도 근사하게 표현해주셨기에.


나는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는 ‘병렬 독서’를 즐긴다. 그런데 가방은 무조건 가벼운 것을 선호해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으로 주로 책을 읽었다. 작년 3월부터 일본에 살게 되면서부터는 필연적으로 전자책만 주로 읽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해외배송을 시켜 종이책을 받을 수야 있지만 그럴 경우 책 2권을 살 때 약 17,000 원 정도의 배송료가 추가로 붙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져서 신간도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전자책으로 제작되어 유통된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무제한 구독 서비스인 ‘밀리의 서재’만 해도 출간된 지 한 달도 안 된 신간들만 따로 모아 추천해주는 코너가 있을 정도로 전자책의 출간 속도는 비교적 빨라졌다.


밀리의 서재에는 내가 선택한 책을 ‘동시에’ 읽고 있는 사람의 숫자가 표시되는데, 인기 있는 신간의 경우 한 번에 1만 명 이상의 사람이 동시에 읽기도 한다.


<밀리의 서재>에서 에세이 분야 주간 베스트 1위인 허지웅 작가의 '살고 싶다는 농담'의 화면



1만 명이라니. 이 숫자만 보면 우리나라의 독서인구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자료에 괜한 의문을 갖게 되곤 한다. 어쩌면 해당 통계는 종이책‘만’을 구매하고 즐기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나처럼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통해 전자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의 수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독서인구는 지금처럼 참담한 수치를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통계라는 것은 표본을 어떻게 설정하고 자료 해석의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되기도 하니까.


어쩌면 우리나라의 독서인구가 해마다 줄어드는 것은 실제로 책을 읽고 즐기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었다기보다는 책을 소비하는 형태가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변화했기 때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동시에 나는 한 가지 의문에 도달했다. <꼭 모든 책이 종이책으로‘만’ 출간될 필요가 있나? 그것도 전 세계 인구 중 약 36억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 중인 요즘 같은 시대에?>


꼭 모든 책이 종이책으로'만'
출간 될 필요가 있나?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내 ‘가정’에 불과하다. 실제로 그러한지 어떤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실험을 강행했다. 종이책 출간 후 전자책 출간이라는 기존의 관행을 깨고, 오직 전자책으로‘만’ 출간하기로 한 것이다. 쓰고 있던 원고(쓰기 중독자의 브런치 덕후 생활)의 색깔이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에 더 잘 어울린다는 것도 한몫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쓰기 중독자의 브런치 덕후생활』카드 뉴스 중에서


과연 나의 이 실험적인 행동이 시장에서 통할까? 독자분들에게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오늘 그 최초의 피드백을 받았다. <독서방식의 확장>과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소비하게 되었다는 것. 예상했던 것보다 더 멋지고 근사한 피드백이었다.


이제 남은 건 얼마나 ‘팔릴 것인가’다. 전자책을 계약했을 때 출판사 대표님께서는 내게 말했다. 


“현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전자책 판매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작가님께서 공감해주신다면 저희 출판사에서는 작가님의 원고로 기꺼이 좋은 책을 만들 의사가 있습니다.”


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전자책을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 해당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한 것이 아닙니다. 전자책 시장의 규모를 확인하고 해당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다는 제 개인적인 소망과 그간 전자책 시장에서 적지만 꾸준히 좋은 책을 출간해온 당사에 대한 믿음으로 투고를 진행했습니다. 따라서 수익적인 부분은 제가 당사와 계약하는 것에 어떠한 걸림돌도 되지 않습니다.”


그 후 5개월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나의 첫 전자책은 세상에 나왔고, 오늘 밤 9시에 첫 온라인 북토크도 앞두고 있다. 


첫 책인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도 그러했지만 오직 전자책으로만 출간된 『쓰기 중독자의 브런치 덕후 생활』역시 부디 많은 분들께 읽히고 사랑받을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내 책이 독자분들로 하여금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독서방식을 ‘경험’하게 하고 전자책만이 갖고 있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오늘 밤 9시 유튜브 채널 [백수라이터 코붱]에서 만나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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