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유튜브에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음성파일을 올리고, 인스타용 피드를 만들고 아주 가끔 새 글도 쓰던 지난 6개월 간 내내 생각했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을 통칭하는 단어가 하나 있긴 하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영상이든 음성이든 글이든 형태만 다를 뿐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하다는 면에서만 보면 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맞았다. 문제는 그 수식어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한 우물만 파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파고 싶었던 우물은 ‘글쓰기’였다. 그간 몇 개의 글을 통해 작가들이 ‘홍보’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글만 써도 먹고살만한 환경이 브런치 내에 조성되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친 건 내가 그런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꽉 막힌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론 그러지 않았다. 못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제 막 두 권의 책을 냈을 뿐인 신인 작가 주제에 발 벗고 나서서 나를 더 알리지는 못할망정 다 싫고 글 하나만 쓰겠다고 하는 건 배가 덜 고픈 자의 안일한 소리이자 사치였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해온 6개월 동안 이렇게나 빨리 내 에너지가 소진되었던 것은.
모든 게 싫었고
나까지 싫어졌다
어느 날 문득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그 순간이 너무 싫었다.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사진을 올리고 하루 종일 다른 사람들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싫었다. 심지어 책을 읽는 것도 싫었고 새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는 것도 싫었다. 무엇보다도 그 모든 걸 싫어하는 내가 싫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가 돼서야 깨달았다. 아, 나는 지금 쉬어야 하는구나. 뭔가를 더 하기보다는 뭔가를 더 안 하는 시간을 가져야겠구나, 하고 말이다.
모든 것이 싫어진 건 그것들 하나하나가 실제로 싫어졌다기보다는 그것들을 대하는 내 마음이 싫어진 것일 수도 있었다. 무엇을 진짜로 싫어하는지 아닌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한 일주일 정도 그간 부단히 해왔던 것들에서 잠시 떨어졌다.
쉬는 동안 나는 미친 듯이 책만 읽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럴 때 잠깐 한국에 들어가거나 가까운 곳 어디라도 휴양 차 떠났을 텐데 코로나가 창궐한 지금 같은 시기에는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래서 여행 대신 책으로 떠났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책이 참 꼴도 보기 싫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간이 남아돌자 내가 나서서 찾게 된 건 책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모든 것이 다 싫은 와중에도 책만은 놓을 수가 없었다. 그때 알았다. 역시 내 한 우물은 책과 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의 조급함이
부끄러웠다
어제는 오랜만에 한국 종이책을 읽었다. 이번에 구매한 건 13년간 에세이만 13권을 집필한 김신회 작가님의 책 『심심과 열심』이었다. 1년에 한 권씩은 책을(그것도 에세이만) 썼다는 그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쓴다고 했다. 때로는 너무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인 것 같아 이런 것까지 써도 되는지 고민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 사소하지만 빛나는 이야기들을 쓴다고 했다.
13년의 세월에서 8-9년은 거의 무명에 가까웠지만 계속해서 글을 쓰고 책을 냈다는 그의 이야기는 대단했다. 존경스러웠고 나도 그런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때 이른 번아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은 기분이었달까.
‘살면서 써지는 글을 좋아합니다.’ 아직도 내 브런치 작가 소개란에는 이 문장이 적혀있다. 살아가며 내가 겪는 일들과 그때의 감정에 대해 가감 없이 쓰는 것. 그것이 나의 글이고 그러한 글이 여러 개 모인 것이 내 책이 되는 거였는데. 그동안 글쓰기 외의 부수적인 활동들에 눈이 멀어 본질을 놓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까지 해왔던 모든 활동을 다 접고 글만 쓰겠다는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나는 아직 책 쓰는 것만으로도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인지도와 영향력이 있는 작가가 아니다. 발 벗고 나서서 스스로를 부지런히 알려야 직장인 한 달 월급 정도라도 벌까 말까 한 무명의 작가다.
다만 전보다는 편하게 해보려고 한다. ‘올해 안까지 무조건 끝장을 보겠다!’라는 마음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대하기보다는 ‘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님 말고’의 마음으로 임하려 한다.
나는 유튜버이기 전에 작가이고 인플루언서이기 전에 뭐라도 쓰는 사람이니까.
원래는 한 두 달 더 쉬면서 제대로 된 작품을 완성하고 브런치에 짠 돌아오려고 했는데요, 그 제대로 된 작품이란 걸 완성하기도 전에 제가 지쳐 나가떨어질 것 같아서 제대로 된 작품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포기했습니다. 그것조차 욕심인 것 같아서요.
앞으로 유튜브는 온라인 북토크 등의 이벤트가 없다면 잠정 휴업할 예정이고요, 네이버 오디오 클립은 지금도 꾸준히 구독자가 늘고는 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관둘 거고요, 인스타그램은 전보다는 뜸하더라도 계속해보려고 합니다.
당분간은 그냥 읽고 싶은 책 읽고, 쓰고 싶은 글 브런치에 쓰면서 (혹은 혼자 쓰면서) 지내려고 해요. 그게 가장 저 다운 일이라는 것을 기나긴 삽질 끝에 깨달았습니다.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