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팩토리 나인
자고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찾을 때가 있다. 기상시간에 맞춰둔 알람이 울려서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알람 때문이 아닌데도 눈 뜨자마자 핸드폰부터 찾을 때가 있다. 바로 꿈자리가 사납거나 혹은 너무 좋았을 때다.
지금까지 내가 꿨던 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은 1년 전에 꾼 꿈이다. 꿈에서 나는 볼륨감이 적당히 있는 벨라인의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어떤 이유로 드레스를 입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꿈에서 깨고 나서도 한동안 선명히 머릿속에 남아있던 모습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듯 환하게 웃고 있던 내 모습이었다. 깨자마자 좋은 꿈이란 확신이 들었고, 실제로 그 꿈을 꾸고 며칠 뒤, 나는 첫 책의 계약을 따냈다.
이렇다 보니 나는 대체적으로 꿈을 믿는 편이었는데 그런 내 머리를 해머로 크게 내려친 듯한 책을 하나 만났다. 이미예 작가의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사람들이 잠들었을 때 꾸게 되는 ‘꿈’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꿈’은 자다 보면 ‘그냥’ 꾸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는 ‘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잠에 들면 꿈 백화점을 가게 되는데 거기서 자신이 원하는 꿈을 스스로 선택해서 꾸게 되는 것이라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는 실제로 다양한 꿈들이 잠든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기를 기다리는 예비부부를 위한 태몽부터 바다를 누비는 범고래와 하늘을 나는 독수리가 되어보는 꿈까지.
여기까지만 봐도 작가의 상상력이 참 기발하다고 생각했지만 자고 있는 동안 타인의 삶을 체험해볼 수 있는 꿈과 텅 빈 집 안에서 하루 종일 주인을 기다리는 반려동물들을 위한 낮잠까지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에 마음속 깊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구입한 꿈속에서 자신의 연약한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미래만 보며 사느라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기억해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의 서사를 따라가는 나 역시 내 마음의 약한 부분을 굳건히 다지고 내 인생에서 잠시 소홀히 했던 것들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은 텀블벅 펀딩을 1812%나 달성하며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되었는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를 3주간 기록했고 수많은 독자들의 요청이 있고 나서야 종이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종이책 출간 후 전자책 출간이라는 일반적인 공식에 따르지 않고, 독자들의 수많은 요청이 있어서 종이책으로 출간되었다니. 작가로서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읽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감동을 주는 소설을 써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이미예 작가는 잠을 자면 기억에 남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것은 8시간 푹 자고 일하는 것이며 싫어하는 것은 잠도 못 자고 밤새워 일하기라는 작가의 소개말에서부터 작가 스스로가 ‘꿈’과 ‘잠’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한 애정의 크기에 비례하여 이 소설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닐까 싶다.
요즘도 나는 잘 때 꿈을 종종 꾼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아무리 좋은 꿈을 꿨어도 기분이 금방 들뜨지 않고, 아무리 안 좋은 꿈을 꿨어도 곧 내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속단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소설 속 주인공 페니의 말처럼 꿈은 꿈일 뿐, 현실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하루 중 유일하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자는 시간’에서까지 내 머릿속에 담아둔 고민의 답을 어떻게 내릴지는 오직 내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이 어지러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 그 일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해나갈 것인지. 마치 백화점에서 수많은 고민 끝에 돈을 지불하고 원하는 상품을 손에 얻는 것처럼 내 마음의 답을 스스로 고민하고 내리는 것.
그것이 잠을 자고 꿈을 꾸는 사람들이 해낼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일이라는 것을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우리에게 재밌고 친절하게 말해주고 있다.
이 독서노트는 조만간 네이버 오디오클립 '글책방'에 오디오 파일로도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
안녕하세요, 코붱입니다. 그간 브런치 접속이 너무 뜸했죠 :)
알바를 하다가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고, 반려묘를 새 가족으로 맞이하기도 하는 등, 짧은 시간 동안 제 삶에서 이런저런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나 글쓰기를 비롯한 SNS 활동 등을 다소 소홀히 해왔습니다.
다쳤던 손가락은 이제 제법 좋아졌고 반려묘와의 일상도 안정감을 찾아가서 이제 슬슬 멈춰있던 활동들을 재개해보려고 해요. 중립기어 걸고 있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 속도를 올리는 데 다소 시간은 걸릴 것 같지만 1단 기어부터 4단, 5단까지 차근차근 올려 가보겠습니다ㅎㅎ
어느새 올해도 열흘 남짓 남았네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고 뜻깊은 연말연시 보내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