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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Nov 23. 2020

인생의 행복은 디테일에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독서노트 -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2주 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생전 해본 적 없는 알바를 하게 됐고, 이제껏 경험해본 적 없는 엄청난 행운을 누리기도 했으며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까지 지난 2주 사이에 한꺼번에 내 삶 속에 일어났다. 사느라 바쁘다는 말이 이런 거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은 딱 절반까지만 읽었다. 그런데도 꼭 독서노트를 쓰고 싶었다. 겨우 절반까지만 읽었을 뿐인데도 이 책을 읽으며 친 하이라이트와 북마크의 개수가 100여 개가 넘었다. 그만큼 책을 통해 접한 저자의 모든 생각과 감정들에 구구절절 공감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내가 원하는 ‘단 한 종류’의 삶만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시점(비교적 최근)부터는 내가 꽤 다양한 종류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살아야만 하는 ‘단 하나의’ 삶 같은 건 아마도 없다. 그렇다고 세상 모든 삶이 내게 어울리진 않겠지만, 열 가지 정도는 어울리는 삶이 있을 것이다. 사실 삶이란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찾아가는 삶이 내게 무엇을 주는가이다. 나는 그 삶이 내게 행복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삶은 아무래도 가치가 없다고 믿는다. 설령 역사적인 예술 작품을 남기든, 세계의 운명을 바꾸는 인물이 되든, 그 밖의 어떤 선망하는 존재가 되든, 나와 나를 둘러싼 이들로부터 오는 삶의 풍요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75p,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정지우 저, 웨일북>


특히 삶에 대한 저자의 철학과 통찰이 마음속 깊이 공감됐다. 예전의 나는 ‘성공한 삶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나만의 공식 같은 게 있었다. 그 공식은 남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공한 삶의 ‘척도’에 따라 정해졌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몇 년 전에 깨달았다. 피하지 않고 내 인생의 파도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살아온 결과다.


그래서 ‘단 하나의’ 삶 같은 건 아마도 없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았다. 어쩌면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의 삶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각각일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저자는 행복은 ‘디테일’에 있다고 말했다. 저자의 그 말을 내 식대로 해석해보자면 이런 느낌이다.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야’라며 자신의 삶을 뭉뚱그려 보지 말고 오늘 아침에 베란다 문을 열어 환기를 할 때 내 볼에 닿던 공기의 온도는 어떠했으며, 오늘 하루 만난 사람들과는 어떠한 대화를 어떤 느낌으로 나눴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주한 침대 시트의 바스락 거림과 이불의 느낌은 어떠했는가를 생생히 기억하며 그 순간들을 충만히 만끽하는 것. 그러한 삶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즐기는 자가 삶이 내게 주는 자잘한 행복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바빴던 지난 내 2주는 행복했다. 새로운 일들이 (그것도 좋은 일들만) 자꾸 일어나서가 아니라, 그 모든 순간의 행복을 내가 놓치지 않고 느꼈기에 그렇다. 비록 독서모임 멤버들과 약속한 2주의 시간 안에 이 책을 완독 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독서노트를 쓰는 것 역시 바로 그래서였다.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울리고 흔들고 감동시킨 이 책에 대한 기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또 하나의 행복의 경험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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