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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Nov 02. 2020

공간은 나의 삶을 반영해야 한다

[독서노트 -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 을유문화사]


<이 책에 관심이 생긴 이유>


1. 저자의 전작인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매우 재밌게 읽었음

2. 현재 일본에 살고 있지만 이곳에 평생 정착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렇다면 나는 대체 '어디서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음

3.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라는 부제가 흥미로웠음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1. 건축에 대한 식견을 키워보고 싶은 분 (건축가 지망생, 건축학과 재학생 또는 건축학과 지망생 등)

2. 시대별 건축의 양식과 특징 같은 정보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건축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은 분

3. '집'이라는 공간에 한정된 생각이 아닌, 어디서 '어떻게' 삶을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해 좀더 폭넓은 사고를 해보고 싶으신 분


<가장 감명 깊었던 내용 몇 가지만 꼽자면>


건축물을 만들 때 우리는 건축물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그 건축물이 담아내는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는 차를 선택할 때 자동차의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외관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자동차를 누구와 함께 타고 어디를 가느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건축과 도시를 만들 때 건축물 자체보다는 그 공간 안에서 이루어질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해야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을유문화사 중에서 -


책을 보다보면 건축물은 그 시대의 '권력'을 상징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기원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때부터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까지 해당 국가 혹은 도시가 갖고 있는 위용을 드러내기 위해 좀더 높고 거대하게 건축물을 만들어왔다고. 


저자는 건축이 그러한 용도로 지어지는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건축은 힘있는 소수의 자들의 재력과 권세를 과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그 안에서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촛점을 맞춰 설계되고 지어져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살 것인가? 이 문제는 객관식이 아니다. 서술형 답을 써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정해진 정답도 없다. 우리가 써 나가는 것이 곧 답이다. 아무도 채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스스로 '이 공간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가?' 자문해 보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 곳을 만들어 가야 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을유문화사 중에서 -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부모님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닌 나와 내 배우자와의 의견만으로 공간을 골랐다. 수많은 집들을 둘러보고 가장 마지막으로 봤던 집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원래 예상했던 월세보다 약 15만원 가량 더 비싼 곳이지만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무척 기분이 좋았다. 남서향 집이라 오후 늦게까지 햇빛이 집 안에 들어온다는 것도 좋았고, 10층짜리 고층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도 있으며 덕분에 여름에 벌레도 적을 것 같았고, 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경치도 좋았다. 무엇보다 전 세입자가 무척 집을 깨끗하게 써서 집 상태도 깨끗했다.


그때의 경험은 나로 하여금 '나를 행복하게 하는 공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한 여름 창문 하나 열기도 부담스러울만큼 바짝 붙어있는 옆집 대신 집 안에서 언제든 원할 때마다 탁 트인 하늘과 산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하루종일 집 안을 따뜻하게 데워줄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그 전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아마 앞으로 살면서 이사를 할 때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공간'에 대한 답도 조금씩 바뀔 것이다. 그렇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취향을 알아갈 때마다 나는 전보다 더 행복해 질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량 생산된 건축으로 주택 문제는 해소할 수 있었지만 인간은 그 안에서 소외되기 쉬웠다. (중략) 건축은 땅과 기후와 만든 사람에 의해서 다른 맛이 나는 포도주 같아야 하는데 소주 같은 대량생산된 건축만 만연한 한국 주거 문화가 된 것이다.

-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을유문화사 중에서 - 


저자는 책을 통해 한국의 '아파트' 가 사람간의 단절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아파트로 인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골목길이 사라졌고, 사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마당이 사라지는 등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은 빠르게 사라졌지만 두꺼운 철문과 좁은 복도만이 서로의 사이에 놓여지며 서로간의 단절을 불러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무척 흥미로웠다.


공간의 단절이 관계의 단절을 불러왔다. 사람들이 살고 있어도 어쩐지 사람냄새는 나지 않는 도시의 풍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공간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건축가로서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사례들은 모두 신선했다. 다만 지금의 현실에서 과연 적용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은 들었다. 


물론 현실 가능성이 낮다하여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자주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책 『어디서 살 것인가』는 평소에 건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물론 나처럼 건축에 'ㄱ'자도 모르는 문외한도 한 번쯤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읽으며 '어디서 살 것인가'는 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때로는 공감도 하고 의문을 갖기도 하면서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공간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발견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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