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해왔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브런치, 네이버 오디오 클립까지. 현시점에서 개인이 해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SNS를 다 시도해봤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하지만 그렇게 왕성히 했던 활동들을 지금은 거의 다 중단했다. 유일하게 이어가고 있는 브런치조차 예전에 비하면 글의 업로드 빈도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내가 이렇게 갑자기 거의 모든 SNS 활동을 중단한 건 나 때문이었다.
나는 나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되도록 오래 그런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여러 종류의 문어발식 SNS 활동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좋은 책을 찾고, 읽고, 때때로 글을 쓰며 이 모든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기 위한 알바를 하는 것이었다.
요즘은 일본어 번역 공부도 하고 있다. 이 역시 오래도록 글과 책을 다루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수년이 지나도 아내로서 가정을 챙기며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내 일(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분야로는 번역이 제격이었다.
한국에 있었다면 번역 아카데미 같은 곳에 등록해서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었지만 해외에 사는 이상 꿈도 못 꿀 일이다. 대신 브런치 문우인 모 번역가님의 조언을 토대로 필요한 공부를 찾아 스스로 하는 중이다.
목표는 내년 이맘때쯤 역서를 한 권이라도 출간하는 것인데 너무 원대한 목표라 사실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꿈은 크게 갖되 오늘의 일을 소홀히 하지 말기. 일단 이것 하나에 집중하면서 오늘도 나는 책을 읽고, 번역(공부)을 하고, 알바를 했다.
원래는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내 근황과 계획에 대해 얘기하는 건 왠지 부끄러워서 밝히고 싶지 않았다. 요즘 들어 말만 앞서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았던 적이 많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어제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브런치 문우님의 댓글을 읽고, 한 번쯤은 제대로 밝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무런 소식도 없이 모든 활동을 접는 것은 그동안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줬던 문우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한동안은 이런 생활이 이어질 것 같다. 그래서 그나마 하고 있는 브런치에조차 내 이야기가 아닌,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적는 독서노트가 주로 올라올 것 같다. (그것도 매우 간간이.)
어떻게 보면 뱅뱅 돌아가는 느낌도 드는데 나는 오히려 돌고 도는 이 길이 참 좋다. 목표 하나를 점찍어놓고 미친 듯이 달렸던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디고 힘들어도 기왕 시작한 것들을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 느리지만 천천히 또 하나의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