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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ul 11. 2021

사람을 구하는 힘의 근본, '공감'

독서노트 - 『당신이 옳다, 정혜신 저, 해냄출판사(2018.10)』

한 때 미친 듯이 심리학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하루 종일 우울감과 무기력함에 짓눌려 힘들어하고 있을 때였다. 내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 몰라서 책에서라도 답을 찾고 싶어 이 책 저 책을 헤맸던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 『당신이 옳다』도 그 당시 잠깐 읽었던 책 중 하나다. 하지만 완독은 못했었다. 당시에 왜 끝까지 못 읽었는지 그 이유가 잘 생각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다시 이 책을 펼치고 앞부분을 조금 읽기 시작하자 왜 그랬는지가 단박에 떠올랐다. 바로 ‘공감’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는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구하는 힘의 근본은 그 사람에 대한 ‘정확한 공감’에 있다고. 


처음 이 내용을 읽었을 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 이것도 그냥 듣기 좋은 말만 잔뜩 늘어놓는 그저 그런 책인가 보구나.


그동안 내가 읽은 공감에 대해 말하던 책들은 대부분 내가 힘든 ‘이유’에 대해서는 매우 자세히 알려줬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힘든 감정을 이겨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즉 ‘방법’에 대해서는 대개 두루뭉술하게 언급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어차피 또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만 늘여놓다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독서모임용 책으로 선정되어 다시 『당신이 옳다』를 제대로 읽게 되었을 때, 그건 그저 나의 잘못된 선입관이 불러온 오해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혹은 본인이 찾아가는 사람)을 환자로 여기지 않는다. 그저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그대로 이해하고 공감해주고자 노력하는데 이런 그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질문하기’다.


저자는 환자는 물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자주 이렇게 묻는다고는 한다.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공감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럴 때 집중해야 할 것이 바로 그 사람의 감정과 기분이기 때문에 그는 사람들에게 요즘 마음이 어떤지 묻는다고 한다. 


이 내용을 읽었을 때, 내심 뜨끔했다. 나는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에게 지금 마음이 어떤지에 대해 물었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봤지만 딱히 그랬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누군가와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될 때도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묻기보다는 최근의 ‘근황’에 대해서 묻기 바빴을 뿐이었다. 직장은 잘 다니고 있는지, 얼마 전 낳은 둘째는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지 등등,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조차 나는 그들의 ‘근황’은 물었지만 그래서 요즘 기분은 어떻고 네 마음은 어떠냐는 식의 질문은 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몇 년 전,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던 친구에게 나는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더라,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찾아보고 해 봐라 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하등 쓸모없는 이야기를 조언이랍시고 했던 적이 있다.


물론 당시의 나로서는 친구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했던 말들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선의에서 나왔던 내 말들이 어쩌면 친구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얄팍한 충고와 조언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아픈 상처에 소금을 들이붓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의 아픈 마음을 표현할 때, 그것도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낼 때면 그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했던 적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이렇게 조언한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뭔가 답을 주려고 하지 말라고. 충고와 조언, 평가와 판단은 배제하고 오직 그 사람의 ‘존재 자체’에 집중하라고. 누군가의 존재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들의 감정과 기분에 집중하여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고.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답을 찾을 때까지 지치지 말고 함께 해주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공감’의 방법이라고.


저자의 이런 의견은 일견 겉만 번지르르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묵직한 힘을 느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사람을 살리는 ‘치유자’로서 약 15년간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한 저자의 삶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기 때문이다.


공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이전에도 많았고 현재도 많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공감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확실히 인식시켜주고 나아가 실제 상황에서 본인을 포함한 내 곁의 사람들의 마음에 ‘정확한 공감’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마음이 힘든 누군가, 혹은 자신의 주변에 힘들어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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