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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ul 18. 2021

책을 만드는 사람이 잊지 말아야 할 것

독서노트 - 밀리언의 법칙

몇 달 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본 책, 『밀리언의 법칙, 우에키 노부타카, 송소정 역, 더난출판(2021)』. ‘끌리는 기획으로 취향을 사로잡는 44가지의 방법’이라는 부제부터 표지에 적힌 ‘마음을 흔드는 한 줄이면 충분하다.’는 문장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그보다 앞서 이 책의 저자가 25년간 약 8개의 밀리언셀러를 만들어낸 출판사의 대표라는 사실도 내가 이 책을 주저 없이 읽게 만들었다.

『밀리언의 법칙』은 전 직원이 겨우 50여 명에 불과한 일본의 한 작은 출판사, 선마크 출판사가 어떻게 해서 밀리언 셀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사실 출판사 편집자 혹은 출판사 대표가 출판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예비 작가를 꿈꾸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출간과 관련된 꿀팁을 전하는 책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여러 권 출간된 바 있고, 나는 그중 여러 권을 읽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콘텐츠 생산자로서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고 생각한 나의 ‘초심’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선마크 출판사는 ‘손안에, 한 권의 에너지’라는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독자의 손에 놓인 한 권의 책으로 ‘각박한 삶에 다가가고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 내용을 봤을 때 나는 이 책이 내 인생 책 중 한 권이 될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사실 나는 요즘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기획 중인 책도 여러 권 있지만 그중 제대로 진척이 된 것은 거의 없다. 머릿속에서만 생각이 맴돌 뿐 목차를 뽑고 샘플 원고를 쓰는 등, 좀 더 구체적인 행위로까지 이어지지가 않는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에 한 출판사 편집자님께서 내게 연락을 주셨다. 혹시 기획 중인 아이템이 있다면 본인도 검토해보고 싶다는, 무척 감사한 연락이었다.


주말 내내 그동안 끄적여왔던 기획서를 하나씩 읽어봤다. 역시나 ‘이거다!’ 싶은 내용은 없었다. 절망적인 마음으로 온라인 독서모임의 선정 도서였던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제야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글을 쓰면 될지, 서서히 갈피가 잡혀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세상에 내보내고 싶어 하는 마음속 감정입니다. 아직 독자가 모르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 놀라움이라도 좋고 격려라도 좋은, 치유도 좋고 감동이라도 좋은, 새로운 무언가가 있는 것. 이것이 바로 킬러 콘텐츠입니다.

- 54p(밀리의 서재 기준 페이지로 실제 종이책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것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외로 큰 매력으로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보다 뭔가 하나라도 특출한 능력을 가지는 쪽이 성과로 이어지며, 타인에게는 없는 매력을 낳습니다. -  68p


단행본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를 명확히 제시하여 ‘그것이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가 아닌가’에 달렸습니다. ‘하나의 메시지’가 성패를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 255p


위의 내용을 종합해보자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가 어떤 이야기(혹은 가치)를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지를 깊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내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표현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힘들고 지친 인생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첫 책인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를 썼을 때의 내 마음과 행동도 실제로 이와 유사했다고 볼 수 있다. 퇴사했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는 직장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루저가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무엇에든 도전할 수 있는 진정한 ‘인생의 승부사’라는 것이 내가 첫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메시지였다. 비록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는 밀리언 셀러가 되진 못했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메시지만큼은 분명한 책이라고 확신한다.


나의 다음 책도 분명 그런 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게 잘 팔릴지 안 팔릴지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중요한 건 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은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내 초심에 가장 가까운 것일 테니까.


이 외에도 『밀리언의 법칙』 에는 책을 만드는 입장(출판사와 저자)에서 어떠한 것을 유념하면 좋은지와 책 제목은 부정적인 뉘앙스보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담는 것이 좋다는 등의 현실적인 조언은 물론, 선마크 출판사의 구성원 모두가 ‘손 안에, 한 권의 에너지’라는 이념에 따른 책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에서 어떠한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 실행 중인가에 대한 내용까지 꽉꽉 담겨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책을 실제로 기획하고 만드는 저자와 편집자들뿐만이 아니라 출판사라는 한 조직을 이끄는 대표들이 조직원들에게 어떠한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야 그들이 더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이 될 것 같다.


부디 이 땅위의 모든 콘텐츠 제작자들(특히 수십 년째 사양산업이라 일컬어지는 출판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위로와 공감은 물론 크고 작은 인사이트까지도 가득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밀리언의 법칙』의 원서 표지. 개인적으로는 '생각하는 것에서 모든 것은 시작된다.'라는 원래 제목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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