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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an 01. 2022

작지만 귀여운 새해 다짐

사정이 있어서 한동안 우리 집에서 지내고 있는 아는 동생이 어젯밤 자기 전 이런 말을 했다.


“언니, 저 내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운동 갈 거예요.”


새해엔 운동 좀 해야겠다는 말끝에 나온 말이었다. 두 눈을 빛내며 “꼭 갈 거예요!” 힘주어 말하는 동생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진짜 가능할까 싶었다. 동생은 어젯밤 12시가 다 돼서 잤다. 새벽 기상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웬걸. 오늘 아침, 현관문이 여닫히는 소리에 내가 깬 시각은 새벽 6시 47분이었고, 동생은 방에 없었다. 기어코 자신의 새해 다짐을 해낸 것이다. 비록 47분의 지연은 있었을지언정.


그런 동생을 보니 나도 괜히 새해 다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새해에 하고 싶은 일이나 이루고 싶은 일은 뭐가 있을까. 번역을 제대로 배우고 싶기도 하고, 운동을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한 브런치 작가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글쓰기의 결과가 좋고 흥이 날 때 글을 쓰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어쩌면 결과가 별로고 힘들 때도 쓸 수 있다면 정말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최근 들어 글이 너무 안 써진다는 내 하소연에 이런 말씀을 해주신 작가님은 지난 한 해 동안 원고 집필을 하던 몇 달을 빼고는 브런치에 매주 1편의 글을 발행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 분은 작년 브런치 출판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시기도 했다. 나는 그분의 수상 이력보다 글쓰기에 대한 그분의 꾸준함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글을 쓰면 쓸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더 대단한 건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라고. 내가 과연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나는 요즘 글이 너무 안 써지니까. 쓰고 싶은 내용이 있어도 글로 잘 표현되지 않아 몇 번이고 괴로워하며 글쓰기를 중단하기 일쑤였으니까.


그래서 매주 1편의 글을 꾸준히 발행하겠다는 목표는 내게 너무 거창하다. 그 대신 하루에 최소 30분, 아니 10분이라도 뭐라도 끄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려고 한다. 하루 10분, 1주일에 70분 정도면 뭐가 됐든 쓸 거리는 만들어질 것이다. 그게 모여서 한 편의 글이 되고 한 권의 책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 눈 뜨자마자 가장 먼저 노트북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이 두서없는 글 역시 그래도 봐줄만한 한 편의 글이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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