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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an 19. 2023

1년 만에 쓰는 에세이

앞으로는 투비에서 찾아뵐게요. :)

오랜만에 전자책을 구매하려고 알라딘에 접속했다가 ‘투비컨티뉴드’라는 글쓰기 플랫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투비컨티뉴드’? 이름 한 번 참 멋없게 지었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사이트 주소를 클릭하게 되는 내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사실 내 인생에서 ‘글쓰기’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몇 년 전 하루에 하나씩 쓴 글을 모아 에세이 책을 낸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내 안에서는 글쓰기 자체에 대한 흥미도 열정도 사그라든 지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내 착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투비컨티뉴드에 접속하여 사이트를 훑어보는 내내 나는 절감했다.


투비컨티뉴드(이하 ‘투비’)는 3대 인터넷 서점 중 하나인 알라딘에서 만든 글쓰기 플랫폼이다. 지금껏 내가 가장 잘 활용해 왔던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와 비교하면 아직 작가진의 수도 적고 올라오는 글 수도 현저히 적다.


그러나 투비와 브런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료 정산 시스템의 유무에 있었다. 나는 바로 이 하나의 차이점에서 오래전 이미 꺼져버렸다고 생각한 글쓰기에 대한 내 열정에 작지만 확실한 불씨가 피어오르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투비에서는 여타 유료 글쓰기 플랫폼(ex) 포스타입)과 같이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가격을 매겨 판매할 수도 있고, 독자가 자신이 응원하는 작가의 글에 유료로 응원을 보낼 수도 있다. 마치 유튜브의 후원 시스템과 아프리카TV의 별풍선 같은 시스템이 플랫폼 내에 정착되어 있어서 글을 쓰는 입장에서도, 자신이 응원하는 작가의 글을 꾸준히 보고 싶은 독자 입장에서도 좋은 시스템이 제도화되어 있다는 점이 내 가슴을 사정없이 뛰게 만들었다.


그동안 내가 브런치에 숱하게 건의해 왔던 유료 시스템이 시작과 동시에 아예 제도화되어 있는 플랫폼이라니.. 심지어 그걸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신생 기업이 아닌, 3대 인터넷 서점 중 하나인 알라딘에서 론칭했다니... 그것만으로도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겨우겨우 숨만 붙어 있었던 것 같은 내 글쓰기 심장에 강력한 스파크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심지어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신선했다. 브런치의 경우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뒤(글 몇 개 발행 등)에 브런치팀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작가로 선정되어 글을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투비의 경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지금 이 순간에도 바로 글을 써서 올릴 수 있다.


덕분에 글의 퀄리티면은 다소 걱정되지만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판매자(작가) 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한 것이 바로 구매자(독자)다. 재미없고 수준 낮은 글은 알아서 독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고 결국 퀄리티가 높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만이 살아남는 선순환이 투비 내에서도 곧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글을 쓰고 싶다....


투비의 존재를 알게 되고 약 이틀간 실제로 투비 내에서 글을 읽고 좋다고 생각한 글에는 유료 응원도 해봤다. 그 결과 이런 플랫폼이라면 나도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심지어 현재 투비에서는 그간 써왔던 자신의 작품을 투비로 옮길 경우 글자수에 따라 예치금을 지원해 주는 이벤트까지 하고 있었다. 다른 사이트에서 연재했던 것도 상관없다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붙여서.


그걸 안 순간, 나는 오랜만에 브런치에 접속했다. ‘작가님의 글을 못 본 지 200일이 지났습니다. T_T’와 같은 하등 쓸모없고 의미도 없는 브런치의 알림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던 내가 투비가 지핀 글쓰기에 대한 욕망 하나로 거의 1년 만에 ‘새로운 글을 쓰자’는 마음을 먹고서 브런치에 로그인을 하게 된 것이다.


그간 내가 써온 글을 훑어보고 투비로 옮겨서 연재를 이어가고 싶은 내용이 있나 살펴보다가 내 시야에 걸려든 것이 바로 ‘일본 생활 기록부’라는 매거진이었다.


이미 책으로 출간된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와 『쓰기 중독자의 브런치 덕후생활』은 투비로 옮겨오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고, 일본에 살면서 경험한 일들과 느낀 점등을 기록해 보고자 만들었던 ‘일본 생활 기록부’의 경우 생각할수록 쓸 거리가 넘쳐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글을 안 쓴 지난 1년여간, 나는 내 인생에서 처음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숱하게 경험했고, 그것들만 잘 정리해서 써봐도 글이 한 트럭은 나올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확신이 든다면 그다음은 오직 행동으로 옮기는 일만 남는다. 


나는 반나절에 걸쳐서 브런치에 공개한 ‘일본 생활 기록부’의 글들을 전부 투비로 옮겼다. 이 글들은 어차피 브런치에 이미 공개된 글들이기에 투비에서도 전부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앞으로 새로 쓰게 될 글은 전부 유료화하여 공개하고자 한다.


글을 쓴다는 것.
그 중에서도 '에세이'를 쓴다는 것


내가 유료 연재를 결심하게 된 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이유 하나만 있지는 않다. 3년 전 첫 책을 내고 나는 글을 쓴다는 일이, 그중에서도 특히 ‘에세이’를 써서 대중들에게 공개한다는 일이 얼마나 큰 위험부담과 중압감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글이 안 써지기도 했다. 내 삶의 일부가 내가 원치 않는 사람에게까지 전부 다 읽히는 일이 두렵고 무서웠다.


하지만 투비에서라면, 그래서 유료로 글을 쓴다면, 그러한 부담감을 조금은 덜어내고 내 이야기를 써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잊을만하면 인스타그램과 메일을 통해 나의 안부를 묻고 다음 글에 대한 소식을 궁금해하는 몇 안 되는 독자분들에게도 더 이상 마음의 빚을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 역시 있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내 글을 쓰자. 

내 삶의 일부를 떼어내, 솔직하지만 담담한 생각을 글로 써보자.

더 이상 무섭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그늘 안에 숨어 사는 생활은 청산하자.


주부 김연정이 아닌, 

필명 코붱이 아닌, 


작가 김연정으로서 내가 하고 싶은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보자.


이것이 바로 1년 간 장식처럼 달고 있던 한글 파일에 새 창을 열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심정이다.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코붱입니다. :)

앞으로는 김연정이라는 제 본명으로 투비를 통해 인사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응원해주시고 오랜시간 기다려주신 구독자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앞으로는 투비에서 자주 인사드릴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붱(김연정)의 일본생활 기록을 담은 투비컨티뉴드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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