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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ul 26. 2020

벌써 일요일이네

우리 부부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

내일이 벌써 일요일이네.


어젯밤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한다는 게 말로도 튀어나왔는지 남편이 대답한다. 그러게. 벌써 일요일이야.


남편의 회사는 지난달부터 재택근무에 이어 단축 근무까지 하고 있다. 수주가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월요일 하루는 재택근무를 하고 화, 수는 출근, 목 금은 쉰다. 주 3일만 일하고 있기에 일주일 중 4일을 쉬는 것임에도 이번 주는 왠지 푹 쉰 것 같은 기분이 아니라고 한다. 아마도 그간 쌓였던 피로가 잘 풀리지 않아서일 것이다. 남편은 며칠 째 계속 피곤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원인 모를 피곤과 두통, 심지어 어제는 체하기까지 한 건지 속이 답답하다며 저녁도 걸렀다. 나에게 맛있는 걸 먹이고 싶다며 점심에 호주산 소고기로 스테이크 덮밥을 만들어 주고 난 뒤였다.


우리 남편은 잘 아픈 법이 없다. 어느 쪽이냐 하면 내가 자잘한 병치레를 더 많이 하는 편이다. 대신 남편은 한 번 아플 때 크게 아프곤 했다. 혹시 이번에도 그럴까 싶어 내 마음은 며칠 째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자기 전에 속이 많이 편해졌다고. 배고픈데 수박을 조금만 먹고 잘까 말까를 고민할 정도였으니 얹혔던 속은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았다. 문제는 여전히 느끼고 있다는 만성적인 피로.


남편은 요 며칠 계속 꿈을 꾼다고 했다. 그것도 하루에 여러 개씩을 꾼단다. 어떨 때는 나도 나오고 어떨 때는 연예인도 나온단다. 어제는 꿈속에서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대성통곡을 하는 꿈은 고민하고 있던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의 길몽이라고 한다. 하지만 남편은 꿈을 믿지 않는다. 그저 자는 내내 엉엉 울었던 스스로가 너무 피곤했다고 말했다. 혹시 이것도 남편의 풀리지 않는 피로가 쌓여 꾸게 된 꿈인 걸까?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며 또 한 번 속상해했다.


요즘 나는 조금 바쁘다. 하는 일이 많다.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아니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인데 그것 때문에 사실 남편보다 일을 더 우선했던 적이 여러 번 있다. 남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뭐라고 한마디를 안 한다. 내게 있어 그 일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 일을 하는 동안 나 스스로가 얼마나 행복해하고 있을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일 것이다.


어쩌면 나의 바쁜 하루하루는 나에 대한 남편의 관심과 애정, 배려로부터 완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둔한 나는 이제야 그걸 깨닫는다. 



내일은 진짜 맛있는 거 먹고 싶다



어젯밤 잠들기 전, 남편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마 나처럼 생각만 한다는 게 입 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뭐가 먹고 싶냐는 내 질문에 남편은 딱히 떠오르는 건 없다고 했다. 그냥 오늘 점심에 먹은 스테이크 덮밥이 너무 맛없어서 (나는 맛있게 잘 먹었다. 진짜로.) 내일은 진짜 진짜 맛있는 걸 먹고 싶단다.


남편이 진짜 진짜 맛있게 먹을만한 게 뭐가 있을까? 배달음식도 시켜먹기 어려운 오사카 교외 동네에 사는 주부의 머릿속은 잠깐 복잡해졌지만 내일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은 자야지. 뭘 먹을지는 단 하루 남은 주말의 여유로움 속에서 천천히 생각해봐도 될 테니까.


그리고 오늘이 됐다. 일어나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유튜브에 접속했다. 검색창에 [돼지고기 요리, 소고기 요리] 등을 치며 뭘 해먹을지 고민했다. 마땅한 게 없다. [진짜 진짜 맛있는 요리]라고 한 번 쳐볼까? 엉뚱한 생각을 혼자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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