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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an 24. 2023

흑토끼의 의미

“혹시 올해 몇 살이세요?”

“어.......87년생입니다.”


몇 년 전 오사카에서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해진 동료가 내 나이를 물었을 때, 나는 ‘몇 살’이라는 말대신 내 출생 연도만 겨우 말할 수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누군가 내게 나이를 물을 때마다 ‘몇 살’ 대신 ‘몇 년생’이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게 된 것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서른이 넘어가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대학생일 땐 주로 ‘몇 학년’이라는 말이 내 나이를 대체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몇 년생’이라는 말이 내 나이를 대신했다. 그러다 최근엔 새로운 표현 하나가 더 입에 붙었다. 바로 ‘띠’다.


나는 1987년생, 토끼띠다. 대표 색상은 ‘붉은색’. 올해가 흑토끼의 해라는 걸 알고 문득 내가 태어난 해의 대표색은 뭐였나 궁금해져서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다. 


‘그럼 엄마는 무슨 색이지?’


엄마와 나는 24살 차이다. 고로 우리는 같은 토끼띠다. 이게 공통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모녀 사이의 유일한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와 엄마는 그다지 유대 깊은 모녀지간은 아니다. 매 주말마다 동네 산은 물론 한창 때는 설악산과 지리산에 이어 웬 처음 듣는 섬에까지 찾아가 등산을 즐기던 엄마와는 달리, 나는 밖에 나가기만 하면 일단 기가 빨리는 체질이다. 심지어 등산은 무슨, 집에서 스트레칭 하나 하는 것도 귀찮아하던 저질체력의 소유자였다.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엄마는 외국어 공부엔 통 관심이 없었고, 쇼핑을 좋아하는 엄마와는 달리 나는 사람 많은 데는 기를 쓰고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엄마와 나 사이엔 공통의 취미나 관심사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렇다 보니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 우리 모녀는 그저 한 집에 살며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은 할지언정 속으론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서로 전혀 모르는, 어찌 보면 가족보다는 ‘동거인’에 가까운 형태로 삼십여 년을 함께 지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서먹했던 우리 모녀 관계에 실낱같은 한 줄기 빛이 들지도 모를 일이 바로 오늘 일어났다. 나는 검색창에 엄마의 출생 연도를 입력하고 검색 버튼을 눌렀다. 


“1963년...토끼띠...색깔.......어...?”


화면에 나온 토끼띠들의 출생연도별 색상을 확인하던 내 눈이 순간 크게 뜨였다. 63년생 토끼띠의 색상은 ‘흑(黑)’. 그랬다. 올해는 흑토끼의 해. 바로 엄마의 해다.


그걸 인지한 순간 나는 무심결에 내 배를 어루만졌다. 마치 똥배가 나온 것처럼 살짝 솟아오른 내 뱃속엔 아직 성별조차 모르는 태아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출산 예정일은 올해 6월 말. 고로, 내 아이는 2023년 흑토끼의 해에 태어난다.


.

.

.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래의 링크에서 무료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코붱입니다. :)

앞으론 투비에서만 인사드릴 것처럼 했다가 갑자기 브런치에 나타나서 조금 놀라셨죠?ㅎㅎ


사실 브런치는 저에겐 친정과도 같은 존재예요. 이 글에 나온 엄마와 저의 관계처럼 다소 서먹하지만 없으면 허전하고 때로는 짜증도 나고 서운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맘 속 한편에서는 늘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존재랄까요...?ㅎㅎ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브런치에서도 종종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투비에서는 현재 매주 수/금에 유료 연재를 하고 있는데요, 원래 이 글도 내일 유료 연재분으로 올리려다가 투비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참여하고자 하루 일찍 무료로 공개하면서 브런치에도 같이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매주 혹은 2주에 한 번씩 월요일마다 투비와 브런치에 무료로 짧은 소설도 한 번 올려볼까 생각 중이에요 ^^ 소설은 본격적으로 써본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해서 우선은 짧은 소설로 습작하듯이 써볼까 합니다.


부족하지만 부디 재밌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종종 인사드릴게요! 

늘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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