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사계절

한 계절의 끝과 시작

by 코붱
KakaoTalk_20230408_072118169.jpg


작년 초 번역 아카데미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도 한 번 훑어봤던 책을 요즘 다시 읽고 있다. 사기는 몇 년 전에 사뒀는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본건 거의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 느낌.


그동안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일본어 공부를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 요즘. 어쩌면 내가 알고 있던 일본어에 대한 지식이 매우 얕고 때로는 잘못된 부분도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번 깨닫게 되었다.



습관적으로 사용했던 ‘-에 대하여’와 ‘-에 의한’ 같은 표현이 일본어 번역투였다니. 사실 이건 번역 아카데미 수업을 들을 때 이미 배운 내용인데도 자꾸 안 들여다보니까 또 까먹고 있었다.


그 외에도 모양은 같으나 일본어와 한국어의 뜻이 다른(愛人이나 来日같은) ‘가짜 동족어’도 생각보다 많고 일본어에서는 자연스럽지만 한국어에서는 부자연스러운 표현들도 꽤 많다.


일본어를 더 알기 위해 시작한 공부인데 한국어 공부까지 덩달아 되는 일석이조의 상황.


신기한 건 숙제로써 이 책을 봐야 했던 작년 초보다도 내가 보고 싶어서 스스로 찾아 읽는 지금이 훨씬 더 내용 이해도 잘 되고 읽는 속도에도 탄력이 붙는다는 것.


역시 사람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특히 남들이 하라고 할 땐 뚱하다가 내 마음이 시켜서 할 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나 같은 사람은 더더욱!


KakaoTalk_20230408_072118169_01.jpg


이 책의 저자인 오경순 교수님은 일본어를 늦게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신다.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것도, 번역 일을 시작한 것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것도 전부 다 늦게 시작했다고. 하지만 그 늦은 시작에 오히려 감사하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나는 깊이 공감했다.


며칠 전 챗GPT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군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번역가’가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돈도 안 되는 번역을 뭐 하러 하냐는 소리도 여러 번 들었다. 번역을 할 시간에 차라리 소설을 쓰거나 주식 투자를 더 해보라는 말도 들었다.


그 모든 말들에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국 번역을 하기로 결심했다.


세상은 급변 중이고 번역가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겠지만 번역을 하고 싶다는 내 마음의 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고 싶지 않아 졌다.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했다면 결코 뛰어들지 않았을 분야지만, 그리고 시작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자꾸 들지만,


<뒤늦은 시작에 남들 따분하고 무료해질 즈음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신입사원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긴장하고 조심하며 겸손하게 살게 되었다는 오경순 교수님의 말처럼 나 역시 뒤늦은 내 시작이 무작정 두렵고 걱정되기만 하지는 않는다.


5년 뒤 혹은 10년 뒤쯤, 곧 태어날 우리 딸이 학교에 들어가 스스로 공부라는 걸 하게 될 때


“엄마도 한때는 꽤 열심히 공부했어. 그것도 엄마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분야에 대해서 말이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KakaoTalk_20230408_072118169_03.jpg


지난주 주말엔 벚꽃을 보러 구마모토성에 갔다. 벚꽃이 만개할 시즌에 맞춰 성은 야간 개장 중이었고 해가 다 지기도 전에 성에는 이미 벚꽃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성 주위를 감싼 벚나무를 올려다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꽃잎이 떨어져 있었다. 한 주 내내 비가 오더니 빗물에 휩쓸려 꽃잎이 많이 떨어진 듯했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엔 어느덧 새파란 잎사귀가 자라나 있었다.


순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한 계절이 끝났다는 것은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봄의 끝자락이 아닌 여름의 시작을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밤산책이었다고 여기기로 했다.


KakaoTalk_20230408_072118169_05.jpg


올해로 나는 만 35살이 된다. 인간의 평균수명을 100세로 봤을 때, 나는 한 1/3 정도의 삶을 산 셈이다.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면 내 인생도 이제 막 봄이 저물고 여름의 초입에 들어선 것이 아닐까 싶다.


새롭게 맞이하는 내 인생의 여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무성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지.

그렇게 내 삶의 사계절을 다채롭게 꾸며가며 살고 싶다.






이 글은 알라딘의 창작자 플랫폼 '투비컨티뉴드'에서 진행 중인 '#봄이니까 노트 챌린지'에 참여한 작품입니다.


#봄이니까 노트 챌린지는 심사를 통해 선정된 1명에겐 알라딘 적립금 30만원을 쏘고(!) 가장 많은 응원을 받은 2명에겐 알라딘 적립금 10만원을 주는 이벤트예요 :) 저는 딱 2명에게 주는 알라딘 적립금 10만원을 노리고 있습니다ㅎㅎ


▼혹시 알라딘 계정이 있으시다면 아래의 링크로 들어가 응원하기 한번만 눌러주시면 무척 감사할 것 같아요..!


비록 이벤트 참가용 글이지만 쓰고 나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글 중 하나라서 더 많은 분들께 읽혔으면 하는 마음에 브런치에도 함께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


늘 찾아와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챗GPT와 저작권 관련 기사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