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투자자를 꿈꾸며

주식하는 무명작가의 허허실실 - 마치며

by 코붱

<Warning!>

해당 글은 종목 추천이나 주식투자를 권장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모든 투자에 대한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글은 그저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어제까진 도통 오를 생각을 하지 않던 A종목이 오늘 장이 열리자마자 시뻘겋게 치솟는다. 같은 섹터의 다른 종목들이 다 오를 때도 오히려 떨어지거나 1% 미만의 상승만 반복한 지 약 삼일 만의 일이었다.


주가 상승률이 1%에서 2%가 되고 2%가 3%를 넘어섰을 때즈음, 나는 드디어 보유하고 있던 A종목 5주를 처분했다. 이 종목의 최종 수익률은 1.26%. 금액으로 치면 약 6천 원 정도의 수익이 났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관심 종목으로 지정해 둔 다른 종목들을 살펴봤다. 며칠 새 무서운 기세로 오르던 B종목이 거의 6% 가까이 떨어지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증권가에선 며칠 전 해당 종목에 대한 리포트를 발행했다. B종목의 오름세가 가파르긴 하지만 워낙 돈을 잘 벌고 사업의 포트폴리오도 탄탄한 기업이기에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소폭이긴 하지만 목표금액을 상향하기까지 했었다.


나 역시 B종목에 대한 무한 신뢰를 하고 있었고, 몇 달간의 경험 상 이렇게 5% 이상 하락한 날 사면 당일 내지 며칠 안에 이 종목은 내게 거의 100%에 달하는 확률로 수익을 안겨주었기에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한 주를 냉큼 주워 담았다.


그리고 약 30 여분이 지났을까. 머리 환기를 위해 일본어 상용한자 공부를 하다가 다시 HTS창을 켠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30분 전에 담았던 B종목이 벌써부터 수익을 내고 있었다. 해당종목에 대한 내 수익률은 이미 2%를 넘어 3%를 향해 가고 있었다. 기세를 보아 좀 더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며칠간 지켜본 결과 B종목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상당히 거셌다.


왠지 오늘은 이 이상 오르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쯤에서 그냥 매도하자고 마음먹었다. B종목에 대한 최종 수익률은 2.68%. 최종 수익금은 만 원이 조금 넘는다. 그리하여 오늘 하루 주식으로 번 돈은 총 만 육 천 원 남짓. 최종 수익률은 1.9%를 찍었다.


이 정도면 이번주 주말에 남편이랑 같이 스타벅스에서 신상으로 나온 멜론 프라푸치노 2잔에 케이크 하나까지도 사 먹을 순 있을 것 같다며 신나 하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주식으로 번 돈이 어느 정도 될까?


주식 계좌를 만들고 투자를 시작한 것 자체는 벌써 2년이 넘어가지만 그중 절반 이상의 기간 동안 나는 거의 남편의 권유로 미국 주식을 몇 주 담고 묵혀두기만 했다.


오늘처럼 이렇게 내가 주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사고팔며 때로는 손해도 보고 수익도 내게 됐을 때부터가 진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아마 이 시리즈(주식하는 무명작가의 허허실실)를 기획한 시점인 1월 중순부터가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시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HTS창의 ‘매도실현손익(합산)’ 메뉴를 클릭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1편이 공개된 날인 1월 25일부터 오늘까지의 손익금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확인했다. 총손순익 8만 6천913원. 총 수익률 1.6%. 지난 1월 말부터 오늘까지 약 2달 반 가량 진행한 내 주식 투자의 성적표다.


그 2달 반 가량의 기간 동안 난 총 18번의 매매를 했고, 그중에서 2번은 손해를 봤으며 나머지 16번은 조금씩이나마 수익을 냈다.


오늘처럼 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낸 건 딱 3번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5천 원 미만 내지 만 원 미만. 때로는 몇 백 원 대의 수익에서 그치는 날도 있었다.


8만 6천913원이라. 주식하는 사람치고 이 정도 금액에 만족할만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긴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투비로 지금까지 벌어들인 수익이 약 4만 원 정도에 그치는 것을 보면 주식은 들이는 시간 대비 수익성이 꽤 높은 일이란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 정도 수익을 낸 것 가지고 만족하지는 않는다.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언급했다시피 내 꿈은 ‘주식으로 떼돈 벌고 취미로 글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직 주식으로 ‘떼돈’을 벌진 못했으며 ‘떼돈’이라고 불릴만한 수익을 과연 언제쯤 낼 수 있을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요즘같이 눈만 감았다 뜨면 물가가 치솟는 불경기에 하루 몇 시간의 투자로 앉아서 한 달에 8만 원씩이나 벌 수 있는 일은 흔치 않다.


고로 나는 앞으로도 주식투자를 계속할 것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출산 예정일이 지나고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 2시간에 한 번씩 깨어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는 순간에도 나는 관심 종목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경제 신문을 훑어보며 증권가의 보고서와 컨센서스를 확인한 뒤, 매일 아침 9시가 되면 어김없이 HTS창을 켤 것이다.


점심과 저녁 시간에 밥을 먹으면서는 되도록 주식 관련 서적을 읽을 것이고 때로는 한 주 두 주 소심하게 주워 담는 게 아니라 ‘이 정도면 무조건 싸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엔 과감하게 10주, 20주씩도 사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크게 잃거나 크게 딸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처럼 두 달에 8만 원 남짓 하는 소소한 수익에서 그치기도 하는 날이 반복되기도 하겠지.


그래도 괜찮다. 그 정도의 자잘한 좌절과 환희의 순간은 주식을 하지 않던 시절에도 몇 번이고 겪어왔고 그때마다 잘 넘겨왔다.


하지만 이쯤에서 주식에 대한 주절거림은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 시리즈를 기획한 단계에서부터 나는 주식에 관한 글로써 뭔가 수익을 따로 내보고자 하는 의도보다는 그저 매일 습관처럼 하고 있는 주식 매매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주식투자를 하는 이들과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난 두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이 시리즈는 총 319회의 조회수와 45건의 응원을 받았다.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이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유료 연재’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름 괜찮은 성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쩌면 이대로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쭉 이어가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나는 ‘주식’이라는 한정된 주제가 아닌 ‘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좀 더 폭넓게 다루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


물론 이에 대한 내용은 좀 더 구체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당분간은 돈에 대한 에세이와 칼럼 등을 읽으며 나만의 콘텐츠를 짜보는 시간을 가져볼 예정이다.


두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주가창을 들여다보며 주식을 사고 판 날의 기록을 읽어주고 함께 즐거워해준 독자분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주식하는 무명작가의 허허실실’은 이렇게 마무리되지만 나의 주식투자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더 이상 주식을 하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정말 주식으로 ‘떼돈’을 벌게 되면, 그래서 진짜로 취미로만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오면, 그때 다시 이 시리즈를 들고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더 이상 초단위로 변하는 주가의 흐름에 이리 휘청, 저리 휘청 하지 않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보다는 나만의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주식 투자에 임하며 돈에 대한 나만의 철학도 확고히 잡힌 ‘단단한 투자자’가 되어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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