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붱 Mar 02. 2024

‘꾸준히’라는 말의 함정


요즘 쓰고 싶은 게 참 많다. 약 2년간 쓰지 않고 속에 담아뒀던 생각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니 무너진 둑처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만 같다.


예전 같으면 이럴 때 그저 신명 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쏟아냈을 텐데 요즘은 자제 중이다. 그렇게 한 번에 확 쏟아내듯 글을 쓰고 나면 한동안 다시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글감이 똑, 끊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몇 번 경험했기에.


며칠 전 친해진 한 작가님은 독립출판으로 꾸준히 책을 출간하시는 분이었다. 그는 책을 계속 쓰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나는 여전히 글을 쓰며 살고 있다 ‘고 알려주고 싶어서 계속해서 책을 만든다고. 그 얘길 듣고 나는 조금 반성했다. 약 2년여간 제대로 된 글을 올리지도 않고 방치한 내 브런치를 계속해서 구독해주고 있는 구독자분들에게 그동안 너무나 큰 실례를 저지르고 있었던 거구나, 해서.


그렇다면 나도 한 번 제대로 글을 써볼까? 마침 쓰고 싶은 것도 넘치니 매일 한 편씩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는 것도 좋겠다,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곧 접었다. 아직 돌도 안 된 갓난쟁이를 키우면서 집안일에 번역에 주식투자까지 하려는 내가 매일 한 편의 글을 써서 완성시키겠다는 건 그냥 글을 접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무리해서 하는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너무 좋아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있는 책 ‘어른이 되어 그만둔 것’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목적을 달성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항상 골인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 순환‘을 만드는 일’이라고.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좋아하는 일을 생각나는 대로 그때그때 몰아치듯 해치워버리는 게 아닌, 그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순환‘을 만드는 일이다.


며칠 전부터 새벽 5시쯤 일어나고 있다. 따로 알람을 설정하진 않고 저절로 몸이 그 시간에 깬다. 아마 반 년이상 이어진 새벽 수유로 몸이 절로 그 시간이면 잠이 깨는 것 같다. 그동안은 그렇게 깨도 다시 잠들곤 했는데 얼마 전부턴 그냥 일어나서 요가도 하고 읽고 싶었던 책도 읽는 중이다. 여기에 더해 글까지 쓰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다. 우리 아기는 요즘 6시 반이면 잠에서 깬다.


예전 같으면 이럴 때 괜히 마음이 한풀 꺾일 텐데 요즘은 오히려 안심이 된다. 무리하지 않도록 페이스 조절이 되는 것 같아서다. 글쓰기는 내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이다. 그러니 적절한 페이스 조절은 필수다. ‘꾸준히’라는 말은 결코 ‘매일매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가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속도에 맞춰하면 된다. 매일 글은 못 써도 1주일에 한 편, 혹은 이렇게 뜬금없이라도 글을 쓰는 나는 아마 평생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실은 그러길 바라는 것일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해묵은 원고를 발견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