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가기
얼마 전 반년 가까이 참여해 온 글쓰기 모임의 온라인 송년회에서 나온 질문 중 하나는 ‘올 한 해 쓴 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무엇인가’였다.
질문을 듣자마자 바로 떠오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나의 엽편소설들.
절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중에 하나가 소설 쓰기였다. 그런데 해냈다. 어떻게? 그냥 썼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아기가 깨기 전까지 30분이든 1시간이든, 혹은 5분이든 매일 조금씩 꾸준히.
딱 10편뿐이었지만 그 10편의 글은 내게 글쓰기의 본질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글은 일단 쓰면 뭐라도 써진다는 것을.
살다 보면 과정에 성실히 임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 일도 있고 과정을 소홀히 해도 결과는 좋은 일도 일어나곤 한다.
하지만 글쓰기에서는 과정인 글을 쓰는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결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동안 살림하느라 바쁘다고, 아기 키우느라 힘들다고 글에 들이는 시간과 품을 너무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오늘은 큰맘 먹고 새벽 6시에 일어났다. 그동안도 알람을 맞춰둔 7시 이전에 종종 눈이 떠지곤 했는데 여태까지는 그냥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들었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도 처음엔 그저 쓸데없는 웹서핑을 했다. 그러다 브런치에 접속해 이번주 일요일에 발행할 육아 에세이의 초안을 썼다.
쓰다 보니 이게 무슨 말인지, 이런 것까지 써도 되는지 의문이 드는 내용도 많이 나왔지만 알람이 울리기 전인 7시까지 그저 썼다.
온라인 송년 모임에서 우리는 내년에 쓸 글 계획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나는 그때 ‘매주 일요일 발행 중인 육아 에세이를 꾸준히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목표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 ‘매주’가 아닌 ‘매일’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1시간이든 10분이든 5분이든,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뭐라도 쓰는 시간이 없이는 매주 1편의 글은 나올 수가 없으니까.
그 분명한 사실을 더 이상 바쁘다는 핑계로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싶지 않아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