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라는 고상한 취미

by 코붱

어제 낮잠을 자고 일어나 유튜브를 켰다가 우연히 뜬 영상을 하나 봤다. 하루에 85만 원을 번다는 30대 남자의 '알려줘도 대부분 안 한다'는 엄청난 부업 내용이 소개된 영상이었다.


남자는 워드 프레스라는 블로그로 그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다고 했다. 처음 세팅만 잘해놓으면 하루에 몇 시간 투자하지 않고도 따박따박 수입이 발생한다는 내용에 마음이 혹했다.


이거야말로 '글이 돈'이 되는 거잖아? 근 몇 년간 글쓰기로 밥벌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던 나로서는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남자의 영상을 다 본 뒤에 본격적으로 워드 프레스를 개설하고 서버를 사고 호스팅을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또 다른 영상을 쭉 정주행 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성이면 그냥 주식을 하는 게 낫겠는데?'


나는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주식을 하고 있다. 한 때는 경제 신문도 유료로 결제해서 보고 기업 리포트도 챙겨보면서 국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노트북에 HTM까지 띄워두고 육아와 집안일로 바쁜 틈틈이 주식을 사고팔았다.


지금도 역시나 주식 투자를 하고는 있지만 그때와 같이 열정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열정을 다해 주식 투자를 해도 내가 고른 주식은 오르기보다는 떨어질 때가 많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본전을 찾기 위한) 장기투자로 진입하다 보니 저절로 주식에 흥미를 잃었던 것이다.


그런데 워드 프레스라는 신문물을 실제로 다루는 방법을 쭉 찾아보다 보니 이럴 시간과 정성이 있다면 차라리 주식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글로 돈을 벌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돈'을 벌고 싶었다는 것을. 그 수단이 글이든 주식이든 상관없이 그저 돈을 벌으면 족했다는 것을.


첫 책을 내기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벌써 6년간 글을 써오고 있다.


그 사이 책을 두권 냈고 역서도 두권이나 내서 누군가가 보기에 나는 이미 어엿한 작가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기가 주저된다.


글을 쓰고 책까지 냈으면 작가인 게 아니냐고?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밥벌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세속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계를 책임져주지 못하는 일은 직업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한국에 갔다가 일본에 돌아오는 길에 반드시 써야 하는 세관신고서의 직업란에 여전히 내 직업을 '주부'라고 적는다.


그런 이유로 나는 글쓰기를 '돈은 안 되지만 좀 더 고차원적인 즐거움을 주는 고상한 취미' 정도로 생각한다.


이 고상한 취미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나는 돈을 벌고 싶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법에 저촉이 되는 불법적인 일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기왕이면 투자하는 시간 대비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높은 일.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하면서도 틈틈이 할 수 있는 일. 바로 주식 같은 일을 해서 한 달에 10만 원이든 20만 원이든 꾸준한 수익이 있으면 좋겠다.


물론 주식이라는 게 그렇게 매번 따박따박 돈을 벌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나처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회사를 다닐 수도 없는 사람에겐 주식만 한 게 또 없다는 것을 나는 이제 그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믿는다. 95불에 산 한 미국 주식이 200불에 달하는 요즘 그러한 믿음에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비록 투자금이 작아서 수익금도 그리 크진 않지만)


어제는 자기 전에 주식 투자로 큰 성공을 거둔 한 개인투자자가 얼마 전 개설한 유튜브 채널을 구독했다. 가치투자가 기본이지만 싼 주식을 미리 사서 몇 년 묻어두는 게 아닌 중간중간 주식 시장의 상황을 보며 사고팔기도 한다는 그 사람의 주식 투자법이 왠지 나에게도 잘 맞을 것 같았다.


찾아보니 얼마 전에 자신의 주식 투자 기법을 담은 저서까지 출간한 상태였다. 밀리의 서재에 있어서 냉큼 다운로드를 하고 자기 전까지 빠르게 읽었다.


부디 이번에는 주식을 꾸준히 할 수 있기를. 그래서 글쓰기라는 이 돈 안 되지만 할수록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고상한 취미를 도중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그런 원대한 바람을 가져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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