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일 얘기할 때 자기 얼굴이 좋은 거 알고 있어?"
어제 자기 전 남편이 한 말에 문득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전신 거울 앞에 한 번 서서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낯빛도 맑고 눈가에 희미하게 생기던 주름도 전보다 좀 옅어진 것 같다.(고 믿고 싶다.)
어제와 오늘, 내 마음은 줄곧 구름 위를 유영하고 있다. 평생의 꿈이었던 '출판'이라는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출판사를 차리는 일 자체는 그리 거창한 모험이 아닐지도 모른다. 약간의 자금과 준비된 원고, 그리고 신고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문을 열 수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모든 시작이 그러하듯, 정말 어려운 것은 '시작' 그 자체가 아니라 '지속'하는 힘에 있다.
한 번 읽고 휘발되는 소모품이 아니라, 세대를 건너 전해지는 단단한 물성을 가진 책을 만드는 일. 그 일을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이상, 한 걸음을 내딛는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묵직해야 한다고 믿는다.
출판사를 차리기로 마음먹은 지 고작 이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내가 이런 본질을 논하는 것이 조금은 쑥스럽기도 하지만,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내가 만들어갈 책이 가 닿아야 할 목적지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이름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보장되는 저자의 글보다는, 자기만의 자리에서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다.
AI가 삶의 틈새마다 침투해 인간의 자리가 좁아지는 세상이라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귀해지는 가치가 있다. 시간이 흘러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서가 한구석에서 오롯이 숨 쉬는 책. 그것은 아마도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진솔한 서사'에서 비롯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새로운 꿈이 될지도 모르겠다. 거울 속 내 얼굴에 어린 생기가 부디 오래도록 머물러 주기를, 그리하여 이 설렘이 활자가 되어 누군가의 손에 닿기를 가만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