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알라딘에서 해외 배송으로 책을 샀다. 한 권은 현재 쓰고 있는 원고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은 인문사회 분야의 책 하나. 나머지 세 권은 출판사 창업과 관련된 책들이었다.
책을 결제하고 실제로 내 손에 받아보기까지는 약 5일이 걸렸고 그 사이 나는 밀리의 서재에서 1인 출판사를 운영 중인 대표님들이 쓴 에세이를 몇 권 더 읽었다.
그렇게 약 1주일이란 시간 동안 출판사 창업이라는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런저런 방안을 모색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아, 내가 지금 출판사를 차리고 운영하는 건 어렵겠구나.
정확히 말하면 출판사 창업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만드는 것까지야 해외에 살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문제는 책을 만들고 난 이후였다.
나는 책을 잘 만들 자신은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책을 잘 팔 자신이 없었다. 물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와 같이 온라인상에서도 얼마든지 책을 홍보할 수는 있다.
문제는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 예를 들면 인쇄 감리라든지 서점 계약 및 MD 미팅이라든지, 북페어 참가나 독립서점 입고 진행과 같은 책이 나온 뒤 출판사 대표로서 직접 발로 뛰며 해야 할 여러 일들에 나는 최선을 다할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었다.
책은 만들기만 하면 알아서 잘 팔리는 물건이 아니다. 특히 독서인구가 급감하고 있다는 요즘 같은 시대에 온라인으로만 제한된 마케팅 활동으로 과연 얼마나 많은 책을 팔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출판사에 자신의 피와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원고를 선뜻 맡겨줄 저자가 몇이나 있을까?
우선 나부터도 그런 출판사에 내 원고를 선뜻 넘겨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결론은 의외로 분명해졌다. 출판사는, 정확히는 상업출판을 하는 출판사는 지금의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출판사 이름은 뭐로 할지, 어떤 분야의 책을 어떤 판형에 어떤 종이를 써서 얼마만큼의 분량으로 제작하면 좋을지 이것저것 찾아보고 비교하며 신나 했던 지난 일주일간의 시간이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불가능한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뛰어들기엔 출판업계의 현실이, 그리고 해외에 살며 두 살 배기 딸을 키우고 있는 지금의 내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출판사를 차릴 수 없다. 지금은.
10년, 20년 뒤쯤에나 가능하리라 어렴풋이 생각했던 그 꿈은 지금 당장 실현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 꿈을 완전히 내려놓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잠시, 시간을 뒤로 미뤄두었을 뿐이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이 지금보다 넉넉해졌을 때, 책을 만드는 일뿐 아니라 그 이후의 과정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 미뤄두었던 꿈은 다시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출판사 창업이라는 꿈을 포기하는 대신, 그 꿈의 시계열을 늘리기로 했다.
당장 실행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 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그 시계열의 끝에서 언젠가 내가 만든 책을 세상에 내놓는 날이 조용히 도착하리라 믿으면서.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얼마 뒤 나는 결국 상업출판의 길을 가기로 마음 먹게 되었다.
아직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내 출판사에 누군가 메일로 원고를 투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