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에게 배운 1인 출판사의 생존법

출판사를 차리긴 했는데요

by 코붱

출판사 이름을 정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로고를 만드는 것이었다. 요즘은 캔바(Canva)나 미리캔버스 같은 무료 디자인 툴도 많고, 챗GPT나 제미나이(Gemini) 같은 AI 툴로도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로고 정도야 혼자서도 충분히 만들지!'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는 단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래는 내가 챗GPT로 만든 출판사 로고 이미지 중 탈락된 후보들이다.




1) 출판사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책을 활용한 로고


처음엔 '나쁘지 않은데?' 싶었지만, 볼수록 올드하고 심심하게 느껴져 탈락!



2) 남편이 제미나이로 만들어 준 로고



보자마자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갑자기 달이 왜 나오나 싶어 이 또한 탈락!



3) 앞선 이미지들의 장점만 뽑아서 만든 로고

가장 마음에 들었으나, 비슷한 로고를 이미 사용하는 출판사가 있어 최종 탈락!



이 외에도 캔바를 이용해 직접 로고를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공을 들여도 어설프고 아쉬운, 누가 봐도 '초보의 티'가 역력한 결과물만 계속 나왔다.


결국 나는 백기를 들었다. '이건 전문가에게 맡기자.'


그 길로 크몽에서 로고 디자인 전문가를 찾아봤다.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면 만족스러운 퀄리티는 물론 명함 디자인까지 해주는 옵션이 꽤 많았다. 그중 후기가 가장 좋은 전문가의 페이지를 메모장에 저장해 두었다. 출판사 신고와 사업자 등록이 완료되면 바로 문의할 생각이다.


사실 로고 제작비는 초기 예산에 포함되지 않은 지출이었다. 그럼에도 비용을 지불하고 제대로 만들기로 한 이유는 로고가 출판사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로고를 대충 만들었다가는 아무리 좋은 책을 펴내도 그 품질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책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단연 표지다. 신간 매대 위에서 우리 책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2주 남짓. 표지가 부실하면 수십 종의 신간 사이에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 중요한 표지에 딱 봐도 초짜가 만든 티가 풀풀나는 허접한 로고가 떡하니 박혀 있다면? 그 순간 독자의 흥미는 차갑게 식어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로고 제작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제대로 갖춰야 할 필수 항목이었다.


우리 출판사는 올해 출간 예정인 첫 책을 포함해 총 3종의 기획이 잡혀 있다. 그 3권을 올 해 안에 다 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책의 퀄리티를 신경쓰지 않겠다고 하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퀄리티가 떨어지는 책을 아무 생각없이 찍어내듯 만들고 싶지는 않기에 긴 호흡으로 한 권 한 권에 정성을 들여 만들고 싶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말이다.


그렇기에 신생 출판사 대표인 내가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어떤 일을 직접 하고 어떤 일을 전문가의 도움을 빌릴 지를 정하는 일이었다.


이를 가르는 기준은 분명했다. 시간이 좀 걸려도 내가 배워서 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은 내가 직접 하고, 시간을 아무리 들여도 내가 직접 할 수 없는 일들, 이를 테면 디자인과 같은 재능과 감각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의 일은 전문가의 도움을 빌리는 것이 맞았다.


그런 이유로 표지 디자인은 무조건 전문가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디알못'인 내가 어설프게 표지를 만들었다간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독자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테니까.


반면 책의 내용을 결정하는 편집 업무는 내가 직접 맡기로 했다. 이 부분까지 전문가에게 맡기면 책의 생산 단가가 지나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소한 3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책 한 권의 생산단가를 지나치게 높게 잡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싼 사양으로 책을 만들고 싶지는 않으므로 표지와 같은 돈을 좀 들여야 하는 부분에 힘을 싣는 대신 편집과 같은, 내가 배우고 찾아가면서 해볼 수 있는 영역의 일은 내가 직접 해야 현재 계획 중인 총 3권의 책을 전부 다 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내지 디자인과 조판이었다. 책의 내용과 디자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이 영역은 보통 내지 포인트 디자인(목차 및 각 장의 표지), 마스터 페이지 세팅, 그리고 본문 조판의 세 단계로 나뉜다.


전문가에게 전 과정을 맡기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신생 출판사인 우리에게는 한정된 예산 내에서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선택과 집중'이 절실했다.


공임이 많이 드는 단순 반복 작업은 직접 몸으로 때우더라도, 표지 후가공이나 용지 업그레이드처럼 책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요소에는 힘을 더 주고 싶었다.


결국 내지 디자인에서도 디자인 감각의 능력이 더 필요한 내지 포인트 디자인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본문의 전체적인 톤앤매너가 담긴 마스터 페이지 세팅부터 원고 내용을 얹는 조판 작업은 내가 배워서 직접 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숙제는 인디자인을 배우는 일이다. 매달 따박따박 나가는 구독료가 신생 출판사로서는 결코 반갑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책을 낼 계획이라면 인디자인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이 분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1인 출판사 대표의 핵심 역량은 '지갑을 여는 기술'보다 '지갑을 지키는 안목'을 기르는 데 있다는 것을.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도 그러지 않았던가. 투자의 첫 번째 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버핏의 원칙을 출판에 대입해 보니 답은 명확해졌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악착같이 줄이되, 출판사의 자존심이 걸린 '얼굴'에는 과감히 베팅하는 것.


인디자인 구독료 결제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은 조금 떨릴지언정, 이 선택이 훗날 세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을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가 될 것임을 믿는다.


'디알못' 대표의 무모한 도전일지, 영리한 생존 전략일지는 머지 않아 세상에 나올 우리 책들이 대신 대답해 줄 테지.


자, 이론 공부는 이제 충분하니 직접 몸으로 부딪칠 차례다. 우리 출판사의 첫 책이 세상에 나오는 그날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이미 치렀고, 이제 남은 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천천히, 그러나 거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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