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를 차리긴 했는데요
며칠 전 완성된 원고의 목차를 남편에게 보여줬다가 2부 파트 제목이 다른 파트에 비해 재미없고 평이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처음엔 좀 욱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실제로 1부에 비해 심심한 제목들이 눈에 띄었다.
남편의 피드백을 반영해 2부 소제목을 전체적으로 싹 바꿨다. 바꾸면서 느꼈다. 이렇게 재밌는 소제목을 뽑을 수 있는데, 왜 그전까지는 이전 버전이 낫다고 생각했던 거지?
그러자 이번엔 가제로 잡고 있던 책의 제목이 아쉽게 느껴졌다. 이것 말고 더 괜찮은 제목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뭔지까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지금의 가제로는 뭔가 책의 내용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혼자 고민하다 결국 작가님에게 SOS를 쳤다. 벌써 5교까지 진행된 책의 제목을 바꾸자는 내 의견에도 작가님은 흔쾌히 그러자며 며칠을 함께 고민해 주셨다.
그러고 나서 나온 새로운 제목을 보고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바로 이거야!"
그 제목을 단 순간, 우리가 준비하던 원고가 비로소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찾아 입은 것처럼 느껴졌다.
일을 하다 보면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며 넘어가야 할 때가 있다. 마감이 정해진 일을 기한 내에 해내야 할 때는 그런 유연함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막 첫 책의 출간을 준비하는 1인 출판사다. 이달 안에 꼭 달성해야 할 매출 성과도, 올해 안에 꼭 해내야 하는 성과지표도 없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납기가 아니다. 이 책이 누구에게, 어떻게 닿을지를 고민하는 것. 그리고 그 답을 하나씩 찾아내는 것. 첫 책의 출간을 준비하는 1인 출판사 대표인 내가 해야 할 일은 오직 그것뿐이다.
그런 마음으로 새롭게 정한 제목 아래 다시 교정 작업을 진행했다. 1교, 2교, 3교를 거쳐 4교에 이르렀을 때, 원고는 비로소 '완성'이라는 글자에 어울리는 형태에 가까워졌다.
그렇게 완성한 원고를 가지고 어젯밤 드디어 제작비 지원사업에 응모했다.
"오늘은 4월 1일! 거짓말처럼 원고가 완성되었어요!"
기뻐하는 작가님의 말씀에 그제야 어제가 만우절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거짓말 같은 우연이 제작비 지원사업 선정이라는 거짓말 같은 기적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려나.
선정 결과는 6월 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회 홈페이지에 공지된다고 한다. 만약, 정말로 우리 책이 선정된다면, 그때 출판사 사명을 공개할 생각이다.
아주 근사한 때에 짠! 하고 공개하고 싶었던 그 이름을 올해 6월에 알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이제 다음 일을 준비하려고 한다.
책 제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표지 제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