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를 차리긴 했는데요
매달 재미로 보고 있는 월간 운세 결과가 좋다.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좋다.
나는 사주상 '작은 시냇물'에 해당하는데 이번 달에 봄의 기운이 가득한 거대한 숲을 만난다고 한다. 평소엔 졸졸졸 흐르던 작은 물이 커다란 숲을 만나 왕성하게 만개한다는 뜻인 듯했다.
특히 샘솟는 창의력으로 출판과 같은 창작 분야에 아주 특별한 재능을 보일 수 있다는 뜻풀이까지 보고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급히 휴대폰 창을 닫았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3월 말에 접수를 시작한다는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제작비 지원 사업의 응모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출판사는 이번 지원 사업에 출간용 원고(본문의 90%가 완성된 상태) 1건과 기획안(기획서와 샘플 원고) 1건을 제출할 예정이다.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건 당연히 출간용 원고이지만 기획안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지난주 평일엔 출간용 원고의 1교를 마치고 작가님께 검토하실 시간을 드렸다. 그 사이에 지원사업에 응모할 내 에세이의 기획안과 목차를 다듬고 샘플 원고로 고쳐 쓰면 좋을 글들(미리 써둔 글들)을 살펴봤다.
그러고 나서 지난주 주말부터 바로 오늘 오후까지, 출간용 원고의 2교 작업을 혼자 작업했다.
제작을 염두하고 있는 판형에 맞춰서 본문을 얹고 문단을 나누고 어색한 표현은 고치고 불필요한 내용은 삭제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고 원고를 반복해서 읽다 보니 이제는 제목만 봐도 이 글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 특히 재밌는 표현은 뭐였는지 같은 게 바로바로 떠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오늘은 몇 년째 이어오고 있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의 온라인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밤 9시 30분에 다 같이 모여 그간의 글쓰기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했는데, 나는 오늘 그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참석해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원고의 교정 작업이 도저히 모임 시간 전에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멤버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나는 지금 이 시간(밤 11시)까지 출간용 원고의 교정을 또 보고 있다.
분명 아까 봤을 땐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도 또 수정하거나 빼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결국 심해지는 허리 통증에 백기를 들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마저 보자.
내일은 오전에 작가님과 미팅이 예정되어 있다. 2교가 완료된 원고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서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전체 원고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참석하려고 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뭔가 되게 힘들다고 징징거린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서 나도 좀 놀랍다.
단행본 약 250페이지에 달하는 원고를 이렇게 읽고, 또 읽고, 또 읽는데도 재밌다. 전에 읽다 터진 부분에서 똑같이 풉, 웃기도 하고 울컥했던 부분에선 똑같이 눈가가 촉촉해진다.
이렇게 좋은 원고가 내게 오다니.
이번 달 내 운세가 끝내주게 좋은 게 확실하긴 한가 보다.
못 쓸 것 같다고 생각한 이 글까지 이렇게 10분 만에 휘갈겨 쓰게 된 것도 보면 진짜 이번 달 내 창작능력이 무성한 수풀처럼 엄청난 기세로 자라난다는 그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에 괜한 기대를 걸어보게 된다.
아무튼 이제 자야지.
자고 일어나서 또 작가님 원고 봐야지.
너무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