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붱 Aug 23. 2019

아무 대가 없이도 하고 싶은 일

삶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나는 어떤 대답을 돌려줄 수 있을까

벌써 몇 달째 취업이 안되고 있다. 계속되는 거절은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든다. 왜 안된다는 걸까? 나는 당장이라도 일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뭐든 시켜만 주면 정말 열심히 잘할 텐데.


그동안 거쳐간 3곳의 회사에서 나는 언제나 같이 일하면 편한 사람. '일머리'가 있는 사람으로 통했다. (재수 없게 들릴 수 있지만 사내 모범상까지 받을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 신뢰감을 가져도 좋다.)


몇 번의 회사생활과 백수생활을 통해 나름대로 '일'에 대한 개념 정리도 끝내 놨다. 생계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 최소한의 생활비는 벌면서 글을 쓰든 영상을 만들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해나가자는 것이 내 나름의 결론이었다. 그런데 첫 스타트가 되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일'부터가 막혀버렸다.


아무런 대가 없이도 그냥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은 없어?


취직이 안돼서 우울해하는 나에게 남편이 최근에 그랬다. 돈 버는 것 말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냥 좋아서 스스로 하게 되는 일이 없냐고.


그 말을 들었을 땐 사실 바로 떠오르는 게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나는 '일=돈'이 최우선 순위였다. 하지만 그 후로 며칠이 지난 지금 문득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글이 쓰고 싶어.

3번의 직장을 거치며 3번의 백수생활을 한 나는 '백수 탐구영역' 이란 매거진을 운영하며 한 유명 출판사로부터 출간제의도받고(결국 무산되긴 했지만), 유튜브 채널에서 인터뷰도 하는 등 분에 넘치는 관심과 응원을 받았었다.


그때의 나도 지금처럼 이렇게 막막했다. 뭘 해야 할지 몰랐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직장'이 아니라 내 '일'을 찾고 싶은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지금까지 내가 어떤 기준으로 회사를 선택했었지? 퇴사를 마음먹게 된 원인은? 직장을 관두고 백수로 지내는 것이 그렇게 나쁘고 절망적인 일인가?


그런 물음들이 생겨나면서부터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나름의 답을 찾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의 성공담을 통해서가 아닌 과거의 내가 회사를 선택하며 내렸던 '나의 결정들'을 통해서 말이다.  


백수 탐구영역의 가제는 '퇴사자의 오답노트'였다. 과거의 내가 저지른 '오답' 들을 통해 뭐가 잘못됐던 거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고찰을 적어본 글이었다. 아직 미완성의 상태지만 몇 편의 글을 작성하면서 내 나름의 '일'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게 됐다. 나만의 해답을 찾은 것이다.


그랬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다시 글이 쓰고 싶어 진 것 같다. 지금의 삶이 별로 만족스럽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이때에 나는 다시 내 나름의 답을 찾아보고 싶어 졌다. 이번엔 과거가 아닌 나의 현재에서 말이다.


Why가 아닌 How와 What으로

"왜" 일이 이지경이 된 걸까?

"왜" 나는 이렇게 한심해졌을까?

"왜" 나는 취업을 못하고 돈을 못 벌지?


"Why(왜)"로 시작하는 질문은 사실 생산적인 해답을 구하기엔 한계가 있다."왜" 이렇게 된 건지를 따지려면 "과거"를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떠올린 과거엔 해석이 붙는다. 과거에 해석이 붙으면 그 기억은 왜곡된다. 본인의 해석을 한번 거친 것에는 더 이상 객관성이 없다. 주관적인 감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때문에 좀 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답을 찾기 위해서는 "Why"로 질문을 시작하되 "How(어떻게)"와 " What(무엇을)"으로 생각을 확장시키는 것이 좋다. 대개의 경우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에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만한 해법이 등장한다. "어떻게"와 "무엇을"은 뒤를 보지 않는다. 현재의 내가 발 붙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서 시작해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언젠가를 향해 질문이 뻗어 나간다.


삶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삶이 말을 걸어올 때 우리는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의 정답이 아니라 자신의 정답을.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中 / 더숲-


일본이라는 새로운 터전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무엇에 집중하며 현재의 시간을 소비한다면 후회가 적을까? 1년 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을까?


삶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이 물음에 누구보다도 성심껏 대답할 의무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칭 전업작가, 타칭 백수의 KMN 시간관리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